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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는 왜 알뜰폰 사업을 시작할까요?

 

지난 7월 21일, 토스가 알뜰폰 사업자인 머천드코리아의 지분 100%를 취득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통신사에 근무하다가 금융사에서 핀테크를 다루는 제 입장에선 관심이 안 갈 수 없는 소식이었습니다. (거기다 알뜰폰 USIM만 10개가 넘... 아 저는 평범한 직딩입니다)

 

알뜰폰 사업자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국내 이동통신(MNO) 3사로부터 도매로 망 사용 권한을 사 와서 재임대하는 사업자가 알뜰폰 사업자입니다. MVNO라고도 하는데, 국내에는 약 70여 개의 사업자가 있으며, 22년 상반기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600만 명에 이릅니다. 언론에는 1,000만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중 400만은 M2M(Machine to Machine), 즉 기기 간 통신입니다.

 

알뜰폰 사업은 저렴한 통신비에도 불구하고 품질에 대한 의심, 부족한 고객센터 등의 이유로 사용자가 늘지 않고 있었습니다. 과거에 사람들은 ‘휴대폰은 동네의 대리점에서 라면이나 티슈박스 등을 받고 (…) 기기와 함께 24개월 개통하는 것’으로 여겼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명칭도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알뜰폰’은 좋은 의미로 사용되었겠으나 대중들에게는 ‘서비스에 하자가 있는 폰’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니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알뜰폰 가입자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통신 품질 차이가 없는 것을 고객들이 인지하기 시작한 측면이 크고, 단말기 자급제 시장이 점차 성장한 것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요금제와 단말기를 분리해서 사용해도 되는 걸 점점 사람들이 알게 된 것도 컸죠. 2위 사업자인 kt의 모바일 가입자가 1,700만임을 고려할 때, 이제 600만 명인 알뜰폰 시장은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이 시장에서 머천드코리아는 크게 알려진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가입자는 약 10만 명이고, 통신 3사의 통신망 모두와 계약이 되어 있는 점 정도가 특징입니다. 알뜰폰 사업자는 1개 통신사의 망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반해 복수의 통신망을 사용하면 비교적 많은 상품을 보여줄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머천드코리아가 눈에 띄는 강점을 가진 것보다는 매물로 나와 있는 알뜰폰 사업자 중 적정 가격대를 찾았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겁니다. 언론에 따르면 토스의 머천드코리아 인수 가격은 약 100억 원입니다.

 

사실 알뜰폰 사업 진출을 시도했던 금융은 토스 이전에 KB국민은행의 ‘리브엠(liivM)’이 있었습니다.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는 통신업을 할 수 없지만, 2019년 12월 출시한 이후 KB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통해 2년 단위로 연장하며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그때만 해도 시장 내에서는 무리한 도전이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다만 KB국민은행에서 강하게 마케팅을 추진한 덕에 2022년 상반기 기준 가입자가 3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뜻밖의 성과에 다른 대형은행들도 알뜰폰 사업 검토를 진행했다는 것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이슈입니다. 그런데 토스도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이죠.

 

토스가 하는 알뜰폰 사업은 어떤 부분이 다를까요? 관련되어 다양한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토스에서 밝힌 사항 외에 저 역시 소비자 관점에서 변화 방향을 예상해 보고자 합니다.

 

<출처: 토스 앱>

 

 

1. 가입절차 간소화 + 폰 관리 메뉴 탑재

토스가 가장 잘하는 부분입니다. 토스 앱 내에 가입 유도 메뉴를 만들고, 고객 눈높이에 맞춘 언어 사용, 자연스러운 UI/UX로 ‘정신을 차려보니 가입했더라…’라는 수준의 서비스를 구현해 낼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상품 가입보다 쉽지만, 알뜰폰 가입도 엄연한 통신상품이기 때문에 까다롭습니다. 여러 알뜰폰 업체들이 각각의 방식으로 가입절차를 하다 보니 복잡한 면도 있고요. 토스가 한다면 매끄럽고 간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듯합니다.

 

통신사 앱도 은근히 MAU가 잘 나오는데요. 요금제별로 통화 시간, 데이터 잔여량 등을 챙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이 통신사 앱의 위젯이나 알람을 켜 둡니다. 정해진 데이터 이상으로 사용했을 경우 요금폭탄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고객 트래픽에 민감한 토스 입장에서 알뜰폰 앱으로서 기능이 추가되면 큰 도움이 되겠죠.

 

 

2. eSIM 상용화

토스가 충분히 검토하고 의도한 부분으로 생각되는데요. 국내에서도 올해 하반기, eSIM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예정입니다. 작년 12월, 과기정통부에서는 22년 9월부터 sSIM을 도입하기로 의결한 바 있습니다. 아이폰에 도입하면서 유명해진 eSIM은 말 그대로 물리적인 USIM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내장된 가입자 식별 모듈을 말합니다. 스마트폰에 가입자 정보를 다운로드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대면 온라인 개통에 유리합니다.

 

현재 어떤 통신사를 통해 개통하건 물리적인 USIM을 전달받아 폰에 넣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부분을 생략할 수 있는 겁니다. 또 eSIM과 USIM 두 개를 넣어 듀얼폰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통신사들의 반대로 듀얼폰도 제대로 유통되고 있지 않았고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eSIM은 하반기 출시 폰들에 탑재되어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알뜰폰의 사용 가치가 훨씬 올라갑니다. 지금 쓰고 있는 통신사의 유심은 그대로 둔 채, 훨씬 저렴한 데이터 요금제를 eSIM으로 다운로드하여 쓰는 게 가능하거든요. 고가의 요금제를 쓰던 고객들은 본인의 메인 번호 요금제는 줄이고, 알뜰폰으로 보조하는 거죠. 알뜰폰 업체들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인데, 이 타이밍에 토스가 인수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으로 예상합니다.

 

애플 홈페이지에서 eSIM 사용법에 대해 안내하고 있습니다 <출처: 애플코리아 홈페이지>

 

 

3. 토스 인증

많은 언론에서 이 부분의 시너지를 예상합니다. 토스는 PASS, 네이버, 카카오 등과 사설 인증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 중입니다. 직접 알뜰폰 사업을 하게 되면 가입 시 본인인증에서 토스 인증 사용을 강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토스 앱에서 알뜰폰에 가입할 정도의 고객이면 이미 토스 인증을 잘 사용하고 있을 터라 가입자 증대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그리고 통신사업자가 스마트폰의 앱 내 인증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큰 시너지가 날지는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현재 여러 사업자가 인증서 전쟁 중입니다 <출처: 디지털데일리>

 

 

4. 토스 프라임 활용도 증대

토스는 구독형 멤버십 프로그램인 토스 프라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월 5,900원을 내면 특정 가맹점에서 토스 페이먼츠를 통한 결제 시 6% 캐시백, 토스 증권 수수료 무료라는 혜택을 제공합니다. 토스 사용량이 많으면 월 요금 이상의 혜택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는데요.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고객 Lock-in’을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알뜰폰 사업을 하게 되면 월 후불 납입이라는 통신 요금의 특성상, 토스 프라임과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토스 헤비유저라면 많이 쓰는 토스 프라임. 관련 요금제가 나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출처: 토스 앱>

 

 

5.  혜자 요금제 도입으로 토스 가입자 수 확대

사실 다른 것 생각할 필요 없이 가장 파워풀한 정공법입니다. 알뜰폰을 인수한 후 파격적인 마케팅비를 지원하면 됩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리브엠이 시장 내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방법이기도 합니다.

 

KB리브엠의 초저가 무제한 요금제 <출처: 리브엠홈페이지>

 

MVNO는 통신 3사로부터 도매가로 망을 빌려옵니다. 적절한 이윤을 보태 요금제를 설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금제 하한선이 비슷해집니다. 알뜰폰을 사용해 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실 텐데요. 제공되는 통화량과 데이터양에 따라 어떤 회사든 가격이 비슷한 게 다 이유가 있는 거죠.

 

리브엠은 여기에 손해를 감수하고 출혈 마케팅(?!)을 해서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토스 역시 똑같이 출혈 마케팅을 전개하고 토스 사용자에 대해 우대정책을 펼치면 됩니다. 간단하지만 무서운 정책이고, 그간의 토스 행보를 볼 때 충분히 있을 법합니다.

 

 

마치며: 토스가 그리는 미래는?

토스는 ‘타다’에 이어 알뜰폰까지 인수하며 금융을 벗어나 영토를 확장하는 중입니다. 금융 앱을 발판으로 슈퍼 앱이 되겠다는 전략을 강하게 드러내는 셈인데요. 알뜰폰은 매월 정기적으로 현금이 들어오기에 토스 재무제표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현재 토스 페이먼츠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죠.

 

상상의 나래를 좀 더 펼쳐보면 어떨까요? 알뜰폰까지 하면 이후 중고 휴대폰 유통이나 중국 저가 브랜드를 리브랜딩해서 ‘토스 폰’ 형태로 기기 판매까지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예전에 페이스북(현 메타)도 자체 단말을 시도한 적이 있으니 아주 허황된 예상은 아닐 겁니다.

 

알뜰폰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MAU와 매출을 확보한 토스, 다음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파격적인 요금제로 알뜰폰 혜택을 많이 실어주길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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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17년째 핀테크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카드사에서 금융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을 했습니다. 브런치(https://brunch.co.kr/@jinsekil)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왜 지금 핀테크인가', '더이상무리하지않겠습니다'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논문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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