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해하는 ‘IT 아웃소싱 개발 생태계’

바야흐로 완전한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본래 IT가 주력이 아니었던 기업에서도 IT 기술을 도입할 정도로, IT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개발 학원을 비롯한 교육 시스템이 우후죽순 생겼고, 비전공자들도 ‘개발자’라는 직업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됐다.

개발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보통 네이버, 카카오 등 속칭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라고 불리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걸 꿈꾼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일하는 개발자보다 훨씬 더 많은 수가 다른 분야에서 개발을 하고 있다. 특히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Business-to- Business) 분야에서는 아웃소싱을 통해 일하는 개발자가 훨씬 많다. 그래서 오늘은 IT 업계에 관심을 두는 비전공자들을 위해 IT 개발 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웃소싱 업계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IT 아웃소싱(ITO) 생태계

IT 아웃소싱은 단어 그대로 IT 개발을 외주업체에 맡기는 것이다. 잠깐 언급했듯이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IT가 주력이 아닌 기업에서도 개발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문제는 준비가 되지 않은 곳에서 개발 인력을 단기간에 모두 채용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개발이 필요한 부분을 통째로 외부 업체에 맡기는 ‘IT 아웃소싱(ITO)’이 생겨났다.

규모가 큰 대기업은 보통 자사의 ‘System Integration(시스템 통합/구축, SI)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따로 둘 정도로 거대한 생태계가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대기업이지만, IT 개발이 주력인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IT 개발 프로젝트를 SI 자회사인 ‘삼성SDS’에서 담당하고 있다. 다만 덩치가 큰 기업일수록 한 번에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삼성SDS는 하청의 하청으로 업무를 분배한다. 이를 정리하면 삼성전자가 ‘갑’, 삼성SDS는 ‘을’, 그 외 하청업체들은 ‘병정…’의 피라미드 구조가 되는,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보는 갑을병정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심지어 워낙 생태계의 규모가 크다 보니 사실상 ITO 산업에 가장 많은 개발자가 포진하고 있는 셈이다.

IT 아웃소싱이란?

생태계에 관해 설명했으니 그럼 아웃소싱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IT 아웃소싱은 보통 전산시스템 개발 및 운영, 유지보수,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시스템 등 각종 개발 관련 업무의 전부 혹은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네카라쿠배’처럼 IT 개발이 서비스와 직접 연결된 기업은 개발자 채용에 열을 올리지만, 주력 서비스가 IT가 아니면서도 시대의 흐름 때문에 개발 인력이 필요한 기업은 비용 때문에 섣불리 채용이 어렵다. 그래서 모 기업에서는 핵심 업무에 주요 인력을 배치하여 집중력과 전문성을 높이고, 아웃소싱 업체에 개발 관련 업무를 맡겨 비용 절감을 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모 은행에서 최근 유행하는 핀테크를 도입하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출시하려고 하는데, 대규모 프로젝트라서 약 2~30명의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은행에서는 앱 출시를 위해 갑작스럽게 20명이 넘는 인원을 충원하는 건 무척 부담이 가는 일이다. 더욱이 앱 출시가 끝나면 해당 인력이 다 필요하지도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더 고민이 된다. 그래서 은행은 2~30명 규모의 아웃소싱 업체에 해당 프로젝트를 맡겨 개발을 의뢰하게 된다. 이후 유지보수까지 할 수 있으니 비용도 절감하고, 인원에 관한 부담도 적게 된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ITO 생태계가 유지되는 셈이다.

IT 아웃소싱 세부 분야

앞에서는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IT 아웃소싱 생태계를 뭉뚱그려 설명했다. 하지만 개발만큼이나 IT 아웃소싱도 SI/솔루션/SM 등 여러 분야로 나누어진다. 지금부터 각 세부 분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1)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 통합/구축

SI 분야는 시스템을 통합하고 구축하는 일을 주로 맡는다. 전산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곳으로부터 수주를 받아 시스템의 기획> 요구 분석 > 설계 > 구현 > 테스트 > 배포까지 전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대부분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규모가 큰 회사가 갑사가 되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본사의 개발 인력이 직접 개발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PL(Project Leader) 또는 PM(Project Manager) 역할만 담당한다. 실제 개발은 계약 SI 업체의 개발자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계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기존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리뉴얼 또는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을 ‘SI 프로젝트’라고 한다.

SI를 대표하는 기업으로는 삼성SDS, 한전KDN, KT DS, 현대 오토에버 등 대기업 SI 자회사들이 있다. 주로 모 회사에 해당하는 대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가끔 타기업과 계약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일례로 은행에서 통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할 때 통신 전문 SI 기업인 KT DS와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이들 SI 기업은 또 규모가 더 작은 중소 SI 기업과 계약하여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 구조이다.

일하는 방식은 주로 고객사에서 프로젝트 기간 동안 풀 상주하는 경우가 많다. 종종 원격지원이 가능한 곳도 있지만, 규모가 클수록 보안 문제로 외부 원격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SI 업계 개발자들은 본사를 따로 두고 프로젝트에 따라 고객사에 상주하면서 개발을 진행한다. 근무지가 매번 변경된다는 점이 단점이라 할 수 있겠으나 프로젝트에 성향에 따라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씩 장기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또한 같은 프로젝트에 같은 회사의 개발자가 함께 투입되는 경우는 드물고 한 프로젝트에 각기 다른 소속의 개발자들이 모여 한 팀을 이룬다. 팀 내에 개발자 구성이 골고루 분포되어야 하므로 팀별로 고급, 중급, 초급 개발자들이 고르게 분포된다. 그렇게 처음 만나는 팀원과 짧지만 진한 우애를 다지면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나면,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로 투입된다. 그래서 SI 회사만의 문화나 복지가 있기보다는 근무하는 고객사의 문화를 따르는 경우가 많으며, 같은 본사의 구성원이라고 해도 끈끈한 팀워크를 기대하기 어렵다.

SI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SI 프리랜서 시장’이다. 본사에 소속되어도 단독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프리랜서 개발자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일도 많다. 그렇다고 개인이 대기업과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헤드헌팅 업체나 관련 플랫폼을 통해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진행한다. 프로젝트 업무 자체는 SI 업체 소속 개발자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회사 소속 직원이 아니라 해당 프로젝트에만 참여하는 개인 개발자라서 더 자유롭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소속 없이 개인으로 일하는 것은 성향에 따라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하려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2) 솔루션(Solution): 자사 솔루션 납품

솔루션 기업은 직접 개발한 특정 프로그램, 즉 솔루션을 가지고 고객사에 공급하는 형태이다. 보통 자사 솔루션을 토대로 고객사에 맞도록 완성된 패키지형 제품을 개발해 납품한다. 본인 인증, 메일, 보안 등 솔루션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전체 시스템의 일부로서 활용된다. 예를 들어 모 기업에서 본인 인증, 메일, 보안 등의 기능이 필수인 사내 인트라넷을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있을 때 SI 기업이 직접 모든 걸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인증, 메일, 보안 등 각 솔루션 업체와 계약을 맺고 고객사의 입맛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때 솔루션 기업의 개발자 또한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겠지만, 업무 포지션은 조금 다르다. 솔루션 개발자는 크게 자체 솔루션 개발자, 솔루션 납품 개발자로 나뉜다. 자체 솔루션 개발을 전담하는 개발자는 일반 IT 기업처럼 자사 솔루션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한다. 솔루션 납품 개발자는 SI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고객사의 요청에 맞춰 해당 솔루션을 커스터마이징하는 일을 담당한다. 주로 고객사 시스템에 설치 및 연동, 고객사 시스템 커스텀 개발, 유지보수 등의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외근이 많은 편이다.

3) SM(System Maintenance): 시스템 운영/유지보수

SM의 경우, SI 업무와 연동되어 진행된다. SI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그 시점부터 시스템을 운영 및 유지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유지보수는 시스템의 장애 수정, 기능 개선, 버전 업데이트, 정기 점검 등 고객들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을 말한다.

SI와 솔루션은 범위가 조금 다를 뿐 비슷한 개발 업무를 공유한다. 하지만 SM은 업무의 내역이 조금 다르다. 전반적인 개발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이미 완성된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건 직접 개발을 한 개발자가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것이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기업의 비용 절감을 이유로 개발이 끝난 SI 기업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기 때문에 개발과 유지보수 인력이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다.

운영 및 유지보수 또한 프로젝트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대기업의 시스템 유지보수 개발자라면 해당 시스템 내에서 간단한 장애를 수정하거나 사용자 문의 대응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유지보수 인력도 아웃소싱할 때가 있는데, 보통 SI에 비해 계약 기간이 길다. 시스템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1년 단위로 계속해서 계약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물론 유지보수 개발자가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수정 및 유지보수를 하는 일도 전반적인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네트워크 인프라 지식 등 넓은 폭의 지식이 요구된다. 비유하자면, SI 개발자는 좁고 깊은 스페셜리스트, SM 개발자는 얇고 넓은 지식을 가진 제너럴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IT 아웃소싱 생태계에 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처음 네카라쿠배를 꿈꾸며 개발자를 준비하다가도 막상 업계에 뛰어들어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첫 단추부터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쉽지 않은 걸 깨닫게 된다. 이런 경우, 다른 곳에서 충분한 스킬과 경험을 쌓은 후 최종 목표로 도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아웃소싱 업계는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빠른 결과물을 필요하기 때문에 IT 전문 기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이러한 특성은 개인의 성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실무 경험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본인의 성향에 맞춰 경력을 쌓는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아웃소싱 업계에 관한 배경지식 없이 무조건 ‘취업이다!’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게 되면 적응을 못해 매우 힘들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이유로 퇴사하고, 개발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종종 보았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처럼, 내가 가는 곳이 어떤 프로세스로 어떻게 일하는 곳인지 먼저 세밀히 살펴보고 나의 성향을 고려해 잘 적응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고 선택하도록 하자.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이 개발자를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 또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비 개발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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