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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허락받는 디자인, 설득하는 디자인

 

‘컨펌(Confirm)’이라는 단어는 디자이너들에게 있어 많은 의미를 갖습니다. 내가 만든 디자인을 클라이언트 또는 직장 상사에게 보여주며 ‘OK’를 듣기 위한 일련의 과정은 마치 학창 시절 숙제를 하는 느낌을 떠올리게 합니다.

 

디자이너가 아니라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특히나 디자이너와 컨펌이 밀접한 이유는 디자인이 시각적 결과물인 이유가 클 것입니다. 마치 미술관에서 미술작품을 본 후 누구나 감상을 말할 수 있듯이 디자인 또한 디자인 작업물을 본 누구나 감상이나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개발자가 만든 코드는 개발 지식이 없다면 그저 복잡한 암호문처럼 보이죠.

 

설득하는 디자인
<출처: 본인>

 

물론 피드백이 많은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피드백으로 인해서 프로젝트가 멀고 먼 길을 돌아가게 되는 건 디자이너에게도, 관련된 모든 팀원에게도, 혹은 클라이언트에게도 썩 좋은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피드백이란 디자이너에게 날카로운 비수일 수밖에 없는 걸까요? 오늘 글에서는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어떻게 하면 허락받는 디자인이 아니라, 나의 디자인 그 자체로 설득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디자인 툴을 지금 당장 종료하라

디자인툴 종료
<출처: 본인>

 

디자이너라면 항상 수많은 ‘요청’을 받게 됩니다. 그 요청이 로고일 수도 있고, 썸네일일 수도 있고, 웹페이지일 수도 있고, 패키지일 수도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요청을 받은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포토샵과 같은 디자인 툴을 켜서 바로 작업을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디자이너가 흔히 겪을 수 있는 한 가지 상황을 예시로 들어 보겠습니다.

 

  1. A는 IT 스타트업에서 UX/UI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3년 차 디자이너이다.
  2. 회사에서는 반려동물 사우나 서비스를 신규 기획하고 있다.
  3. A가 참여한 월요일 주간 회의에서 해당 서비스 기획에 대해 PM이 브리핑하였다.
  4. 대표는 A에게 금요일까지 로고 시안을 2~3개 정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 상황에서 A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실행해서 재빠른 손놀림으로 멋진 로고를 만들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자이너는 설득을 위한 논거를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디자인의 과정을 허락의 과정에서 설득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허락을 위해서는 아웃풋(예를 들어 로고)만 있으면 되지만, 설득을 위해서는 아웃풋뿐만 아니라 설득을 위한 논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논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설득의 과정으로 진행하면 A는 디자인 툴을 실행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칠 수 있습니다.

 

  1. 회의를 통해 이해한 프로젝트의 키워드를 노트 혹은 문서로 정리합니다. 혹시 키워드를 추출할 수 없으면 다시 회의를 요청합니다. 필요하다면 해당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람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작업일수록 더 많은 인터뷰가 필요합니다.
  2. 키워드를 통해 연상할 수 있는 모티프를 추출합니다. 모티프를 추출하기 위해서 마인드 맵핑을 그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모티프가 반드시 구체적인 대상을 필요는 없습니다. 느낌 혹은,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3. 추출된 모티프들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맥락(Context)을 만듭니다. 맥락은 곧 나의 디자인을 위한 논거의 핵심입니다. 변호사가 재판을 위한 변론을 준비하듯 디자이너는 맥락을 준비해야 합니다. ‘왜 그런 색깔을 썼는가?’, ‘왜 그런 폰트를 썼는가?’, ‘왜 그런 모양을 썼는가?’. 모두 맥락에서 나와야 합니다. 이유가 단단한 디자인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4. 모티프를 디자인을 위한 소스(Source)로 만들어야 합니다. 디자인을 위한 최소 단위인 디자인 엘리먼트를 그려봅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툴을 이용해도 좋지만 노트나 태블릿으로 그려보는 걸 추천합니다.
  5. 무드보드를 구성합니다. 무드보드는 디자인을 위한 레퍼런스 참조용일 수도 있지만, 무드보드 자체도 설득을 위한 논거 중 하나가 되어줄 것입니다. 실제 디자인을 하기 전 무드보드와 디자인 스케치를 먼저 공유하며 방향성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 이제 포토샵 혹은 일러스트레이터를 켜고 디자인을 하면 됩니다. 당신의 역량을 보여주세요.

 

이런 과정으로 디자인을 하는 일이 처음에는 힘들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설득의 디자인이 당신의 시간을 절약해 줄 것입니다. 타석에 올라선 타자가 날아오는 공마다 방망이를 휘두른다고 좋은 타자가 아닌 것처럼 반복적으로 연습한다면 당신의 디자인은 높은 타율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완성됩니다.

<출처: 본인>

 

물론 모든 상황과 조직에서 완벽한 논거를 만들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스타트업, 광고대행사,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일하면서 시간에 쫓기어 일해본 경험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요청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의 가장 큰 리스크는 ‘외주화’입니다. 다시 말해 조직 내의 또 다른 외주업체처럼 디자이너들이 일하게 되는 것인데, 만약 회사 자체가 외주일을 하는 회사라면 외주의 외주가 되겠지요.

 

프로젝트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기술적 수준이 높더라도 결코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쁜 그래픽은 만들 수 있을지라도 그 결과물이 레퍼런스 베끼기와 다를 바 없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이미 디자인 툴 덕분에 누구나 쉽게 좋은 디자인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디자이너의 입지는 실시간으로 좁아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이해당사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프로젝트의 본질을 정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면 디자이너로서 당신을 대체 불가능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오로지 설득만을 위한 디자인도 필요하다.

설득의 단계에 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디자이너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요? 실제로 제가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디자인 브리핑을 위해 만든 자료를 먼저 보겠습니다.

 

디자인 브리핑 자료
<출처: 본인>
디자인 브리핑 자료 2
<출처: 본인>

 

고민 단계의 메모 또한 당신의 디자인에 설득력을 더해 줄 것입니다. 기획 단계에서 기획 담당자들이 깔끔하게 기획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많은 아이디어는 우리의 입에서 나옵니다. 그 아이디어들이 휘발되지 않도록 메모로 그 아이디어들을 묶는 건 생각보다 디자인 과정에서 큰 힌트가 됩니다. 또한 홀로 책상에 앉아 고민한 내용도 정리해 두면 팀원들을 설득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제가 만든 디자인 결과물을 팀원들에게 공유할 때 항상 파워포인트 혹은 PDF 자료를 따로 만들어 공유합니다. 저는 이 과정을 편지를 편지 봉투에 넣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디자인 결과물만 공유할 때와 브리핑 자료와 함께 공유할 때 듣는 사람의 태도도 분명하게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존중받는 디자인은 존중할 수 있는 공유 방법에서 나옵니다.

 

 

존중받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아직 저 역시 존중받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 우선 ‘내가 그 누구보다 내 디자인을 존중해야 타인도 내 디자인을 존중해 준다’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존중받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설득하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장은 어려울 수 있는 일입니다.

 

더 많이 고민해야 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디자인을 평생 업으로 삼았으면, 그리고 내가 이 일을 정말 사랑한다면 결국 지금의 고민이 존중받는 디자이너로 더 빠르게 만들어 줄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디자이너 여러분들의 고된 하루하루가 존중받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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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일

경영학을 전공한 디자이너 김웅일입니다. 스타트업과 디자인에이전시 등 다양한 조직에서 일해왔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탐닉하며 해석하는게 큰 즐거움입니다. 스타트업, 창작, UX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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