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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의 가맹점 단말 사업 진출이 의미하는 것

 

송금 절차를 간편하게 해 주겠다는 목적으로 출발한 토스는 어느덧 금융 대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아무도 더 이상 스타트업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은행, 증권 등을 거느린 공룡이 되었죠. 이제는 기존 금융권이 토스의 움직임을 주목하며 따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토스는 송금으로 시작해서 고객자산관리(PFM), 만보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반 고객을 끌어모았습니다. 가입자 수가 2,100만 명을 넘어섰고 MAU가 1,241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B2C 측면, 즉 고객 채널은 확실히 확보했다고 하겠습니다.

 

일반고객을 잡고 있으면 우선 금융상품의 원활한 유통채널이 됩니다. 지금 핫한 대출비교서비스 같은 모델이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고객은 토스를 통해 손쉽게 여러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습니다. 남의 것을 팔고 수수료를 받아도 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나서기도 합니다. 토스뱅크나 토스증권을 만들어서 일반고객들에게 자사의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이죠. 그런데 저는 토스의 이후 행보가 궁금해졌고, 나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론해봤습니다.

 

거대 금융 그룹이 되어가는 토스의 다음 행보

은행업을 기준으로 볼 때 일반 고객보다 더 큰 시장은 사실 기업금융입니다. 기업금융은 비대면으로 전환하기 굉장히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래서 대형 은행들은 전국 각지에 지점을 두고 대면 영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토스의 일반고객 상당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입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토스는 소상공인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카드 매출 금액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사장님 서비스’를 지난 2020년에 출시한 이후로 고용인원에 대한 급여명세서 보내기, 배달 매출 늘리기, 세금계산서 알림 받기 등 유용한 서비스를 계속 추가하는 중입니다.

 

토스는 PG도 가지고 있습니다. PG는 ‘Payment Gateway’의 약자로, 온라인 결제가 필요한 쇼핑몰과 카드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름 모를 쇼핑몰에서 카드 결제를 했을 때 익숙한 문자를 받으신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KG이니시스’, 혹은 ‘한국사이버결제’라고 적힌 문자입니다. 토스는 업계 1~2위를 다투던 L U+ PG를 인수하여 토스페이먼츠를 출범했습니다. 이로써 온라인 소상공인들과 강력한 연계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PG를 가지면 얻는 이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온라인 결제뿐 아니라 오프라인 결제도 손쉽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휴대폰을 결제 단말기로 활용해 라이더들이 활용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토스페이먼츠 결제
<출처: 토스페이먼츠 홈페이지>

 

해외 핀테크 업체나 글로벌 지불결제 동향을 볼 때 여기까지는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제 예상을 벗어난 뉴스 하나를 보게 되었는데요. 바로 토스가 자회사인 ‘토스플레이스’를 설립해 가맹점 단말기를 직접 제조, 공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토스는 이 자회사 설립과 관련하여 SPC그룹의 섹터나인이라는 회사와 지분투자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섹터나인은 그룹의 마케팅솔루션 회사로 해피포인트, 해피오더 등의 모바일 마케팅을 하는 회사입니다. 해피포인트 가맹점이 6,300개나 되니 어느 정도의 공급처를 확보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셈입니다.

 

사실 가맹점 단말기라는 말 자체도 일반인에게는 생소합니다. 가맹점 단말기란, 말 그대로 우리가 결제할 때 볼 수 있는 POS(Point of Sales, 판매시점정보관리기) 기기 같은 단말기를 말합니다. 영어 단어로 말하니 더 생소할 수 있는데, 아래 사진을 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겁니다.

 

신용카드결제기 POS
<(좌) 신용카드결제기, (우) POS. 출처: OK POS 홈페이지>

 

 

토스가 직접 가맹점 단말을 제조하려는 이유

고객은 가맹점 단말기로 결제만 하므로 그 부분만 보게 되지만, POS는 중소가맹점에서 가장 중요한 기기입니다. 중소상공인들에게는 전쟁 사령부 같은 존재라고 하겠습니다. 당연하지만, POS는 카드는 얼마이고 현금은 얼마를 받았는지 등 그날 매출 정보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손님이 몇 시에 많이 왔는지, 주로 어떤 음식을 주문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가령 ‘우리 가게는 13~14시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고, 메뉴는 삼계탕이 가장 많이 팔린다’라는 걸 알 수 있죠.

 

매출만으로도 많은 일을 하지만, POS는 요즘 더 바쁩니다. 여기서 살짝 TMI를 얘기하자면, POS는 사실 윈도우를 사용하는 컴퓨터라고 보시면 됩니다. 과거에는 POS를 위해 개발된 윈도포스레디 등의 운영체계를 썼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윈도10도 많이 쓰이며, OS에 카드결제기, 금전출납기, 프린터 등이 부착된 기계가 POS입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와 같은 배달 앱 호출 관련 기능도 POS에 들어가고, 식자재 공급 업체의 프로그램이나 직원 관리 프로그램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POS 배달의민족
<POS에 설치한 배민 프로그램. 출처: 배달의민족>

 

요즘은 고객을 위해 멤버십이나 적립 프로그램도 많이 하는데 이 또한 POS와 연계되어 있습니다. 전화번호 기반의 포인트 관리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도도포인트를 예로 들면, 고객은 외부의 태블릿으로 전화번호를 입력해 적립을 받는 것으로 끝이지만, POS와 태블릿은 유무선으로 연결되어서 적립 정보 등을 공유합니다. 물론 POS에 설치된 프로그램으로 매출 정보와 연동합니다.

 

POS 도도포인트
<출처: 도도포인트>

 

 

가맹점 단말을 장악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앞서 말씀드렸듯 토스는 강력한 고객 채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맹점 단말기 제조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제조만 할 뿐 유통은 기존의 VAN과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즉, 기존 VAN 기업들의 주 수입원인 VAN Fee가 아닌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토스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요? 일어날 수 있는 시너지가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습니다만, 예상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가맹점 매출액에 근거한 가맹점 대출 사업입니다. 이미 토스와 토스뱅크는 ‘사장님 대출’이라는 메뉴를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대출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POS를 점유하고 있다면 매장에서 일어나는 매출 현황을 즉시 알 수 있기에 대출 시 금리와 한도를 계산하기 훨씬 쉽습니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가맹점 대출을 하는 스타트업이 몇 곳 있습니다.

 

도도포인트와 같은 멤버십/마케팅 프로그램은 어떨까요? 가맹점주가 토스 POS를 통해 마케팅 프로모션을 입력합니다. 가맹점주가 입력한 조건에 맞는 고객들에게 푸시 알람이 울립니다. 성별, 나이, 매장 근처 등 여러 조건에 맞는 사람들에게 울리는 거죠. 익숙한 토스 마케팅 방식인 ‘누르면 10원 드립니다’ 이런 푸시라면 다들 눌러볼 겁니다. 자연스럽게 해당 매장으로 집객 효과가 발생합니다. 할인 쿠폰을 그렇게 보낼 수도 있고, 스탬프 기능 역시 쉽게 추가할 수 있습니다.

 

토스 앱이 고객 채널이 되고, 토스 POS가 가맹점주의 채널이 되는 상황이니 하나의 거대한 마케팅 플랫폼이 되는 겁니다. 행운 퀴즈 등으로 고객들에게 마케팅 경험을 계속 제공해 온 토스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생각됩니다.

 

POS를 점유하면 직접 배달 앱 사업에 뛰어들어도 됩니다. 경쟁이 치열하니 직접하기 어려우면 배달 앱 사업자들과 다양한 제휴를 할 수도 있습니다. 토스 POS와 제휴한 배달사업자는 여러모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해 주고, 고객의 토스 앱에서도 배달 행위와 관련된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겠죠.

 

또 POS 제조사가 되면 오프라인 결제 방식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NFC, QR 등 고객 결제 방식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게 됩니다. 토스는 토스페이먼츠를 통해 일정 부분 오프라인 결제를 하는 중이라고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토스 POS를 쓰는 가맹점에서는 고객이 토스 앱을 통해 결제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과 결합할 경우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겁니다.

 

 

토스의 새로운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사업모델들은 모두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게 아닙니다. 원래 존재하던 사업이며, 빅테크와 카드사가 모두 진입하려 노력한 사업입니다. 그러나 다들 어느 한쪽만 점유한 체 진입하다가 쓴맛을 봤습니다. 고객이면 고객, 가맹점이면 가맹점 한쪽에서만 강력했던 것이죠. 토스는 고객 쪽에서 확보한 영향력을 발판 삼아 이제 가맹점 영역까지 확장하려 하는 것입니다. 그 첫걸음이 PG 인수였고, 두 번째가 가맹점 결제기(=POS) 직접 제조입니다.

 

좋은 해석을 많이 적었지만, 위험부담도 매우 큽니다. 실질적인 가맹점 영업은 VAN 기업이 소속된 지역별 VAN 대리점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관계관리가 중요합니다. 가맹점주는 POS 제조사에 대해 그리 잘 인지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물론 토스가 여기까지 고민하고 사업 추진을 결정한 것일 테니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토스는 금융의 다양한 영역을 혁신하며 다방면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가맹점 분야에서 어떤 혁신을 이루어낼지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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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17년째 핀테크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카드사에서 금융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을 했습니다. 브런치(https://brunch.co.kr/@jinsekil)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왜 지금 핀테크인가', '더이상무리하지않겠습니다'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논문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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