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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저에게 커뮤니티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 제가 커뮤니티에 대해 글을 쓴 게 몇 개 있어 많은 분이 저를 커뮤니티 전문가로 인식하시는 듯합니다. 정작 저는 본격적인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거나 운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서비스에 얹혀 있는 작은 게시판 몇 개 정도 만들어본 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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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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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저에게 커뮤니티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 제가 커뮤니티에 대해 글을 쓴 게 몇 개 있어 많은 분이 저를 커뮤니티 전문가로 인식하시는 듯합니다. 정작 저는 본격적인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거나 운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서비스에 얹혀 있는 작은 게시판 몇 개 정도 만들어본 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관종이자 잉여인 덕분에 다양한 커뮤니티를 거쳤고 커뮤니티의 생리에 대해 나름 빠삭하다고 자부합니다.

 

오늘은 커뮤니티에 대한 얘기입니다.

 

관심과 관음

누군가 저에게 ‘커뮤니티를 한마디로 정의해봐’라고 하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겁니다.

 

“관심과 관음”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 사람들의 동기는 뭘까요?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기록하기 위해? 그건 커뮤니티보다 블로그가 더 낫습니다. 나의 일상을 남기기 위해? 그건 SNS라는 더 훌륭한 도구가 이미 존재하죠.

 

커뮤니티의 기본은 관심과 관음입니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죠. 많은 조회수와 많은 댓글, 열광적인 반응. 그게 커뮤니티를 움직이는 원동력입니다.

 

관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사람은 기본적으로 남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옆집 남자가 무슨 차를 샀는지, 아이는 공부를 얼마나 하는지, 집은 전세인지 자가인지.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때로는 안도하기도 때로는 좌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블라인드를 예로 들어볼까요?

 

블라인드에서 가장 많이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가 "OO 회사는 어떤가요?", "OO 직무는 어떤가요"라는 질문입니다. 이것도 결국 관심의 한 종류죠.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올라오는 글 유형이 바로 '어떻게 생각해' 입니다. 자신과 의견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싶거나 남들의 의견이 궁금한 겁니다.

 

많은 사람이 관심과 관음을 정보로 착각합니다. 회사에 대한 관심을 회사에 대한 정보로 착각하는 것처럼 말이죠. 정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정보를 관심과 관음으로 치환해봅시다. 커뮤니티에 대해 아마 많은 것이 이해될 겁니다.

 

 

확산과 붐업

얼마 전 만났던 어떤 회사의 대표님은 저에게 이런 한탄을 하셨습니다.

 

"아무리 해도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까?"

 

저는 그의 한탄을 들으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죠.

 

"친구가 1,000명이 넘는 너의 페북을 활용해, 바보야"

 

그분은 MBTI가 E로 시작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를 1,000명이나 친구로 보유하고 있는 소위 ‘인싸’였습니다. 자기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를 가지고 있으면서 맨날 하는 건 남의 글을 퍼와서 따봉을 누르고 ‘우리 커뮤니티에는 왜 이런 글이 올라오지 않을까?’ 한탄하는 게 그분의 일과 중 하나였죠.

 

요즘같이 촘촘한 네트워크 세계에서는 커뮤니티 글이 서비스 내에서만 유통되지 않습니다. 좋은 글은 끊임없이 확산하고 재생산됩니다.

 

잠깐 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모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시절, 글 하나를 쓰면 조회수가 만 개씩 찍히고 댓글이 백 개는 기본으로 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네임드 중 한 명이었죠. 그런데 저는 그 커뮤니티에 한계를 느끼고 브런치로 이주했습니다. 이유가 뭐였냐고요? 그 커뮤니티는 회원 전용이라 제가 쓴 글이 외부로 퍼지지도 않았고 항상 보는 사람만 보는 그런 폐쇄적인 커뮤니티였거든요.

 

요즘은 커뮤니티 레커들이 많아서 재밌거나 좋은 글들은 금방 여기저기 확대되거나 재생산됩니다.

 

당신이 사이트 관리자라고 가정했을 때 사이트에 좋은 글이 올라오면 해야 할 일이 뭘까요?

  1. 따봉을 누른다.
  2. 작성자가 뿌듯하도록 극찬의 댓글을 달아준다.
  3. 재가공해서 커뮤니티나 SNS로 뿌린다.

 

좋은 글이라면 글이 여러 커뮤니티로 퍼지며 사람들이 우리 커뮤니티로 유입되고 사람들이 우리 커뮤니티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할 겁니다. 좋은 글이 반복되어 생산되고 외부로 퍼지며 커뮤니티의 인지도를 쌓기 시작하면 커뮤니티는 금방 성장하겠죠?

 

 

등급의 함정

커뮤니티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표님들이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제일 먼저 만지작거리는 카드가 바로 등급제입니다. ‘활동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고 레벨을 올려주면 사람들은 레벨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그러면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을까?’라는 게 등급제 도입의 주요 논리입니다.

 

죄송하지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입니다.

 

등급제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확률보다 등급에 따른 신분제와 고인물들의 카르텔을 만들 확률이 더 높습니다.

 

포인트에 따라 레벨이 올라가는 등급제를 도입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아마 그 커뮤니티에서 가장 오랫동안 활발히 활동한 유저가 시작부터 높은 등급을 받을 것입니다. 새로 유입된 신규 유저들은 최하위 등급부터 시작할거고요. 신규 유저가 등급이 높은 올드비를 바라보며 '어머 아이디 옆에 반짝반짝 빛나는 저 높은 등급을 봐. 나도 열심히 활동해서 저분처럼 되어야지!'라고 생각할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킬 확률이 더 높습니다.

 

이렇게 부여된 등급은 권위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위가 곧 권력이 됩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권력을 쥐게 되면 완장질을 하게 됩니다.

 

등급이 높은 유저가 의견을 개진합니다. 그리고 등급이 낮은 뉴비가 거기에 반박 의견을 제시하면 어떻게 될까요?

  1. 체계적인 내용으로 뉴비의 의견을 반박한다
  2.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뉴비의 의견을 찍어누른다

 

대부분의 사람은 후자를 선택하게 됩니다. 내 의견이 맞는데 저 시답지 않은 의견에 긴 장문을 써서 반박하기보다 내가 가진 권력을 이용해 여론몰이로 찍어누르는 게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권력욕도 느낄 수 있고요.

 

등급이 높은 [산부인과의사A]라는 유저가 쿠팡이 한국 커머스 시장을 장악할 것 같다는 의견의 글을 씁니다. 거기에 어제 가입한 뉴비인 [서점직원A] 군이 데이터를 들이대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댓글을 단다고 가정해보죠. 여기서 산부인과의사가 택할 방법은 뭘까요?

 

아마도 가장 쉬운 방법은 "네가 잘 몰라서 그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그것도 모르고 투자했을까? 알지도 못하면서 나대지 마셈"일 겁니다. 뭣도 모르는 눈팅러들은 등급도 높고 활동을 많이 한 유저가 그렇다고 하니 군중심리로 서점직원A군에게 집단린치를 가할 수도 있고요.

 

등급제는 카스트제도 같은 겁니다. 브라만에게 어떻게 수드라가 대들 수 있을까요. 권력을 잡은 올드비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프랑스 민중혁명 수준의 거대한 쿠데타를 일으켜야 합니다. 근데 왜 내가 그런 피곤한 일을 해야 할까요? 커뮤니티는 널리고 널렸는데 말이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입니다. 결국 권력을 지닌 올드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친목질을 하게 되면 뉴비들의 진입장벽이 생기고 커뮤니티는 신규 유저 유입이 없는 고인물이 되고 맙니다.

 

등급제가 이렇게 위험한 겁니다, 여러분.

 

 

소비의 선순환

활동을 열심히 한 유저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주긴 줘야 합니다.

 

명성과 환호는 한순간입니다. 사람은 명성과 환호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운동선수가 명성과 환호만을 위해 열심히 운동할까요? 운동을 잘하면 돈을 많이 법니다. 돈이든 명성과 환호이든 어디에 무게추가 쏠려있느냐의 문제일 뿐, 결국 뭔가 보상을 주긴 줘야 합니다.

 

돈으로 해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긴 합니다.

 

P모 사이트를 예로 들어볼까요? P모 사이트는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을 쓰거나 글을 쓴 유저에게 P쿠폰을 발급합니다. 댓글은 0.1, 글은 0.3 등 이런 식으로 쿠폰을 주는데 이를 모아 커피나 치킨을 사 먹을 수 있는 기프티콘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을 위한 일종의 현찰 베네핏인데요. 사람들이 현찰 베네핏을 받기 위해 열심히 활동할까요? 아니면 타 사이트의 인기글을 퍼와 쿠폰을 모으는 레커짓을 할까요? 당연하게도 P모 사이트는 포인트 농사와 펌글, 추천을 얻기 위한 어그로가 판치는 사이트가 되어버렸습니다.

 

많은 사이트가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현금 베네핏을 주곤 합니다. 기프티콘을 주기도 하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포인트를 벌기 위해 다른 사이트에서 화제가 된 글을 퍼와 포인트를 버는 일명 포인트 농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포인트 농부들이 활발히 활동하면 사이트 내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나 글은 없고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글이나 뉴스로 사이트가 도배되는 소위 레커 사이트로 전락하게 됩니다.

 

포인트나 레벨로 특정 게시판이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어떨까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포인트 농부들을 양산하게 됩니다.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한 수준까지만 열심히 활동하고 그 단계를 달성하면 그 사람들은 귀신같이 활동을 멈추곤 합니다. 그나마 그 단계까지 가는데 활동이라도 열심히 하면 다행입니다. 많은 사람이 포인트를 얻기 위해 과거 글에 몰래 연속적으로 댓글을 달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글에 의미 없는 댓글을 달기도 하면서 할당량을 채우려고 합니다. 이것 역시 바람직한 방법은 아닙니다.

 

활동에 대한 보상은 결국 포인트가 제일 무난하고 간단한 방법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얻은 포인트를 ‘어떻게 소비하게 할 것이냐?’라는 겁니다. 가장 쉬운 건 아이콘샵입니다. 하지만 아이콘샵 하나만으로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진 않습니다. 아이콘 구매도 결국은 일회성이니까요. 포인트를 지속해서 소비하고 소진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방법이 뭐냐고요? 저도 모릅니다. 제가 그걸 알았다면 방구석에서 이렇게 글이나 쓰고 앉아있진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커뮤니티는 아마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오, 신박한 방법인걸'이라고 생각한 사이트는 하나 있습니다.

 

F모 사이트는 스포츠 커뮤니티 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는 독특하게도 자기가 보유한 포인트를 타인에게 선물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요. 이 기능을 이용해 변칙적인 도박이 시작됩니다. 스포츠 경기에 포인트를 걸고 승리하면 배당률만큼의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사설 토토가 시작한 건데요. 다른 사이트면 때려잡을 만한 이 사설 도박을 운영자가 사이트의 공식 기능으로 인증하면서 F모 사이트의 사설 토토는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게 됩니다.

 

F모 사이트도 다른 사이트와 같이 등급이 있습니다. 보유 포인트를 기준으로 등급 아이콘이 표시되는 방식이고요. 그런데 이 사이트는 등급이 낮은 회원이라고, 무시당할 일이 없습니다. 높은 등급이었다가 토토로 자기가 가진 포인트를 모두 잃고 강제로 가장 낮은 등급이 된 올드비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타 사이트처럼 ‘높은 등급 = 가입한 지 오래되었고 활발하게 활동한 사람’이라는 공식이 이 사이트에선 통용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포인트가 높다고 해서 추앙받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토토로 대박 몇 번을 치면 가장 높은 등급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유저들끼리 재미로 시작한 사설 도박이 커뮤니티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등급제의 부작용을 해결한 겁니다.

 

물론 도박인만큼 부작용이 없진 않았습니다. 버그를 악용한 유저 때문에 게시판 전체를 백섭하는 일도 있었고 포인트를 벌어 토토에 바치고, 다시 게시판 활동으로 포인트를 벌어 토토에 참가하는 토토 중독자도 양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 시스템에 가까운 토토가 몇 년째 잘 유지되고 있는 건 이들이 토토에 참가하는 이유가 포인트를 벌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커뮤니티 사이트의 특성상 경기에 포인트를 걸고 따면 따는 대로, 잃으면 잃는 대로 그것 자체가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돈이 아닌 포인트를 거니 따도 잃어도 부담이 없고, 그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유흥이거든요.

 

F모 사이트에서는 '토토로 포인트를 다 잃었다. 토토를 참가하기 위해 내가 좋은 글을 쓰니 나에게 포인트를 선물해달라'라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토토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포인트를 벌려고 열심히 게시판 활동을 하고 좋은 글을 생산하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데요.

 

F모 사이트의 사례에서 보듯 포인트는 어떻게 소비하게 할 것인가에 따라 사이트를 흥하게 할 수도 망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어떻게 포인트를 소진하게 할 것이냐?’라는 겁니다.

 

 

관심의 플라이휠

커뮤니티 관리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글을 쓰게 할까?’, 더 나아가서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콘텐츠나 좋은 글을 쓰게 유도할 것인가?’라는 겁니다.

 

제가 나름대로 세운 공식이 하나 있는데요. 100대 1, 그리고 1,000대 1의 법칙입니다.

 

어떤 유저가 커뮤니티에 아주 기가 막힌 글을 써서 조회수가 10만 개 정도 찍혔다고 해봅시다. 이 글에 달린 추천수와 댓글은 과연 몇 개일까요?

 

글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험상 조회수 100~500회 정도에 추천 1개, 조회수 500~1,000회 정도에 댓글 1개 정도가 달리는 게 보통 일반적인 커뮤니티의 행태입니다. 저 비율보다 많은 댓글이 달리면 십중팔구 싸움이 일어난 글이고, 추천수는 많은데 댓글이 별로 없으면 반박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좋은 글이라는 뜻입니다.

 

커뮤니티에서 추천을 누르고 댓글을 다는 건 쇼핑몰의 전환율과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e커머스의 구매 전환율이 평균 1%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활성화된 커뮤니티도 통계를 내보면 추천수는 조회수의 약 1% 정도 수치로 수렴하게 됩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추천을 누르고 댓글을 다는 행위에 인색합니다. 돈이 들지 않는데도 말이죠.

 

몇몇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좋은 글을 양산해내는 콘텐츠 생산자들은 돈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열광적인 반응과 따봉이 그들이 글을 쓰게 하는 동기이고 원동력입니다. 그런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많은 유저가 있어야 하고, 이들이 높은 조회수와 따봉을 눌러줘야 합니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문제인데요.

 

좋은 글을 쓰는 화자가 있어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여야 좋은 글이 생산됩니다. 이게 일정 궤도 이상 올라가면 관리자가 딱히 손대지 않아도 사람이 모이고 좋은 글이 쌓이는 선순환구조가 됩니다.

 

저는 이걸 관심의 플라이휠이라고 부릅니다.

  1. 좋은 글을 쓴다.
  2. 따봉과 열광적인 반응을 받는다.
  3. 글 쓴 사람의 기부니가 좋아진다.
  4. 더 좋은 글을 쓴다.
  5. 좋은 글이 많아지면 사람들이 모인다.
  6. 더 많은 따봉과 열광적인 반응을 받는다.
  7. 더더더 좋은 글이 많아진다.

 

관심의 플라이휠을 일으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발적으로 좋은 글을 쓰는 화자들이 많아지면 됩니다. 그들이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모릅니다. 제가 그걸 알면 새벽에 방구석에 앉아서 글이나 쓰고 있진 않을 겁니다. 다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는데, 하지 말아야 할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커뮤니티 서비스라면 가장 하지 말아야 하는 게 바로 콘텐츠 에디터를 영입하는 겁니다.

 

가끔 ‘우리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좋은 콘텐츠가 없어서’라고 판단하고 자체적인 콘텐츠 생산을 커뮤니티 활성화의 해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진단은 맞는데 방법이 틀렸습니다. 회사에서 생산해내는 콘텐츠는 좋을 수는 있어도 사람을 끌어모으지는 못합니다.

 

운이 좋게도 좋은 콘텐츠 에디터를 영입해서 그분이 정말 개쩌는 글을 썼다고 해보죠. 좋은 글이니 여기저기 퍼지고 사람들이 유입될 겁니다. 그런데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그 글을 보고 '정말 좋은 글이 많은 곳이구나. 나도 이분처럼 좋은 글을 쓰고 열심히 활동해야겠는걸?'이라는 마음이 들까요?

 

회사에서 생산하는 콘텐츠는 유저들에게 심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듭니다. ‘저것보다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심리적인 진입장벽, 회사에서 공인된 콘텐츠에 반박해야 한다는 위험부담 같은 것들 말이죠.

 

우리 사이트가 정보 사이트라면 상관없습니다. 인벤이나 잡코리아가 콘텐츠 에디터를 영입하는 건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킬러 콘텐츠를 만든다는 면에서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그런데 전문적인 커뮤니티 서비스, 즉 블라인드나 에타 같은 커뮤니티를 지향하면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 서비스들이 콘텐츠 에디터가 있을까?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콘텐츠가 존재하나?

 

커뮤니티는 시장경제 같은 겁니다. 관리자는 감독기관이어야지 시장참여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관리자가 인위적으로 커뮤니티에 개입하는 순간 그 커뮤니티는 유저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모인 곳이 아니라 관리자의 입맛에 맞는 곳으로 변질할 확률이 높습니다.

 

 

빡센 정책

커뮤니티는 성장만큼이나 운용의 묘가 중요합니다. 좋은 포텐셜을 가졌지만 운영 실수로 무너진 서비스들을 저는 수없이 많이 봤습니다.

 

커뮤니티에서 제일 중요한 건 첫째도 정책, 둘째도 정책입니다.

 

운영정책은 보통 네거티브 정책을 많이 씁니다. ‘이거 이거는 하지 말고 이외의 나머지 것들은 다 해도 돼.’ 그런데 가끔 정책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줄타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책에는 절대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정치 글이 허용되지 않는 게시판이라면 대통령이 와서 글을 써도 삭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외가 허용되면 구멍이 생기고 구멍을 악용하는 유저들이 많아지면 관리자가 사이트를 컨트롤할 수 없게 됩니다.

 

정책이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으로 완화할 순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게 바로 친목질입니다. 친목질이 심해지면 사이트는 고인물 대잔치가 됩니다. 정책으로 친목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친목질은 커뮤니티라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필요악 같은 거니까요. 친목질이 없는 커뮤니티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책으로 친목질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게시판에 글을 쓸 때 특정인을 지칭해서 글을 쓰거나 특정인을 저격하는 글을 쓸 수 없도록 정책을 만들면 됩니다. 그래도 친목질할 사람들은 하겠지만, 대놓고 ’OOO님 보세요’ 같은 글은 쓸 수 없게 됩니다. 정책 위반이니까요. 상업성도 마찬가지죠. 게시글에 쇼핑몰 링크나 특정 몰을 지칭하는 글, 홍보성 글은 안된다고 정책을 정해 놓으면 됩니다. 가이드 위반이 되는 글은 가감 없이 자르고 논란이 생길 때마다 정책을 업데이트하다 보면 사람들은 정책에 익숙해지고 적응하게 됩니다.

 

정책은 집으로 치면 기둥 같은 겁니다.

 

기둥이 튼튼하면 태풍이 불어도 집이 멀쩡하지만, 기둥이 부실하면 잔바람에도 집이 흔들리게 됩니다. 꼭 명심하세요. 첫째도 정책, 둘째도 정책입니다.

 

 

UI/UX는 거들 뿐

사이트 디자인이 구리고 UI/UX가 후지면 커뮤니티가 성공하지 못할까요? 그렇다면 오유나 웃대가 그 구린 UI/UX로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커뮤니티에서 UI/UX는 필요 조건이 아닙니다. 서비스에 편의를 더해주는 양념 같은 거죠. 물론 UI/UX가 편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UI/UX가 좋다고 해서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관심종자들을 모아서 글을 쓰게 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따봉을 받고, 외부에 글이 막 퍼져서 커뮤니티가 성장하여 관심의 플라이휠이 돌아가게 하면 됩니다. 사이트가 성장하는 만큼 중간중간 정책을 업데이트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어때요? 차~암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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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예제로 알아보는 서점직원의 실전 UI/UX> 저자

현재 브런치에서 실전 UI/UX (https://brunch.co.kr/@fbrudtjr1)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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