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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함수는 곧 사라질 운명이 아닐까?

 

구글 시트에는 제안(Suggestion) 기능이 있다. 엑셀 함수의 자동 완성 기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용자가 어떤 계산을 하거나 함수를 입력하려 할 때 "혹시 원하는 게 이거니?"라며 제안해준다. 수락 버튼을 누르면 그대로 제안 내용이 자동으로 적용되면서 작업을 순식간에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

 

구글이 이 기능을 시트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부터이며, 현재는 모든 유저의 구글 시트에 적용되어 있다. 구글 시트 메뉴에서 [도구] > [자동 완성]을 눌러보면 '자동완성 사용, 수식 추천 사용, 수식 수정 사용'이 보일 것이다. 원한다면 여기서 제안 기능을 끄고 켤 수 있다.

 

최근 업무를 하면서 구글 시트의 제안 기능이 무섭도록 스마트해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 조금 과장을 보태 '향후에는 엑셀 함수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은 내가 직접 함수를 입력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알고리즘의 발전 속도는 무시무시하므로 아주 근거 없는 상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구글 시트의 스마트한 제안 기능 4가지 예시를 통해 알아보겠다.

 

구글시트 자동화
(출처: 구글 공식 블로그)
 

1. 함수를 미리 예측해준다

구글시트 함수 예측
(출처: 개인)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예시이다. 예를 들어 조회수 수치를 합산하기 위해 테이블 하단에 SUM 함수를 입력하려는 순간, 알파벳 S를 치기도 전에 "SUM 함수 넣어줄까?"라는 제안이 표시된다. 그리고 제안을 수락하면 바로 SUM이 적용된다.

 

재밌는 것은 이 제안이 맥락에 따라 바뀐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우 SUM을 제안해주지만, 만약 행 이름이 '평균(Average)'으로 되어있으면 SUM 대신 AVERAGE 함수로 자동 완성 제안이 발생한다. 최댓값을 구할 때 행 이름을 'Max'로 해놓으면, 제안도 MAX로 바뀐다. 다만 아직은 영어일 때만 맥락을 고려하니 참고해야 한다.

 

현재는 간단한 함수와 적용될 셀을 제안해주는 것에 그치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제안의 깊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간단한 작업에는 더 이상 함수를 직접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역시 늘어날 것이다.

 

 

2. 올바른 함수를 제안해준다

구글시트 올바른 함수 제안
(출처: 개인)

 

VLOOKUP은 테이블을 참조하여 값을 검색할 때 사용하는 함수다. 예를 들어 1280x720 해상도에 대한 이름을 불러오고 싶을 때, 해상도와 이름이 담겨있는 테이블의 값을 검색해 불러오는 식이다.

 

문제는 VLOOKUP으로 참조하는 값이 항상 맨 왼쪽에 위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맨 왼쪽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INDEX 함수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조건에 따라 다른 함수를 써야 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또 VLOOKUP만 알고 INDEX를 모르는 경우에는 구글 검색에 시간을 쏟아야 한다.

 

구글 시트는 사용자가 잘못된 함수를 사용하고 있을 때 해답을 제시해준다. 솔직히 위에서 언급한 SUM 자동 완성은 별로 놀랍지 않았는데, VLOOKUP 함수를 새로 수정해줄 때는 움찔했다. '이게 된다고?'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맞춤법 검사기가 글의 문법을 교정해주는 것처럼, 향후에는 함수가 자동으로 수정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올 수 있다. 함수에 오타가 많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수 있다. 이것이 더욱 정교해진다면 "A와 일치하는 값을 찾아줘"처럼 자연어 입력을 통해 함수를 완성하는 쪽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

 

 

3. 중복 데이터를 제거해준다

구글시트 중복 데이터 제거
(출처: 개인)

 

우리는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중 중복되는 데이터를 찾아서 제거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중복 데이터를 제거할 방법은 많다. 고윳값을 보여주는 UNIQUE 함수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피벗 테이블을 만들어 각 값에 할당된 수치를 여러 측면에서 확인해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중복된 데이터가 있는지 없는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파일을 받았을 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이다. 업무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어라? 중복 데이터가 있었네요?"라며 커뮤니케이션이 혼잡해지는 경우를 여럿 봤다.

 

구글 시트에서는 어떤 데이터가 있을 때, 중복 데이터로 의심되는 행이나 열이 있으면 "중복이 있을지도?"라며 확인하라고 알린다. 보통은 오른쪽 하단에 빨간색 느낌표(!)가 표시되는데, 만약 이 제안이 보이지 않는다면 상단 메뉴에서 [데이터] > [데이터 정리] > [정리 제안사항]을 눌러 기능을 실행해도 된다. 거기서 의심되는 데이터를 보고 사용자가 지울지 말지를 선택하면 정리 끝이다.

 

 

4. 자동화를 제안해준다

구글시트 자동화 제안
(출처: 개인)

 

시트의 1개 열에 2개 정보가 뭉쳐있어, 이를 별도의 열로 분리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FULLHD 해상도_1920x1080'라는 값이 있으면, 'FULLHD 해상도' 값으로 1개 열을 만들고, '1920x1080' 값으로 또 다른 열을 만드는 식이다.

 

이 경우에는 SPLIT 함수로 텍스트 중간에 있는 밑줄(_)을 기준 삼아 분리하면 되는데(=SPLIT(G22, "_")), 모든 사람이 이 함수를 아는 것은 아니다. 결국 모르는 경우에는 수동으로 복사/붙여넣기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수동 작업을 2번만 반복하면 구글은 사용자의 패턴을 귀신같이 감지해 "혹시… 그 작업 자동화해줄까?"라고 제안한다. 사용자가 해야 할 일은 제안을 수락하는 것뿐, 함수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함수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상의 나래를 넓게 펼쳐보면, 미래에는 "당신이 평소에 자주 하는 반복 작업입니다. 새 데이터에 대해서도 해당 작업을 진행합니까?"라는 질문이 들어오고, '예'를 누르면 작업이 알아서 완료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구글 시트 오른쪽 하단의 [탐색] 버튼을 눌러보면, 현재 데이터를 활용해 시도해볼 수 있는 다양한 작업이 제안된다. 그중 마음에 드는 작업을 누르기면 하면 되는데, 현재는 그 제안 내용이 단순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그러나 이것도 무서운 속도로 고도화될 것이다.

 

 

물론, 아예 사라지진 않겠지만…

현재는 사용자의 패턴이 명백한 작업 위주로 자동화 제안이 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더 스마트해지고 정교해질 것이다. "업로드한 데이터가 일별로 나뉘어 있습니다. 월 단위로 묶어볼까요?" 정도까지는 금방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해당 데이터를 월 단위로 묶기 위한 MONTH, SUMIF 등의 함수는 전혀 필요가 없어진다. 셀 범위를 잘못 지정해 합산된 숫자가 틀릴 일도 없어지고, 작업 시간은 10분이 아닌 1초가 될 것이다.

 

물론 제목처럼 엑셀 함수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할 일이 상당히 줄어들 수는 있다고 본다. 마치 HTML 문법이나 결제 API에 대해 전혀 모르는 농부가 스마트스토어를 직접 구축해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엑셀 함수에 대해 전혀 몰라도 수많은 것들을 자동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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