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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플로피디스크는 언제까지 저장의 아이콘으로 남을 수 있을까?

 

플로피디스크는 1982년 등장과 거의 동시에 저장의 상징으로서 기능해왔다. 지금이야 ‘어린아이가 플로피디스크를 보고 "저장 아이콘을 3D 프린터로 뽑은 거구나!"라고 했다’라는 유머가 있을 정도로 더 이상 쓰이지 않지만, ‘저장 아이콘’이라는 상징성은 남아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함에 따라 플로피디스크를 저장 아이콘으로 쓰는 경우는 현저하게 줄었고, 다른 방식들이 플로피디스크를 대체하고 있다. 과연 플로피디스크 아이콘이 이러한 상징성을 언제까지 발휘할 수 있을까? 플로피디스크가 어떻게 저장의 상징이 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상징성이 옅어졌는지 살펴보자.

 

디자인의 역사

디자인의 역사는 크게 리얼리즘에서 스큐어모피즘으로, 스큐어모피즘에서 미니멀리즘으로의 변화를 겪는다. 초기에는 대상이나 개념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추가적 디테일과 설명이 필요하지만, 점차 대중이 대상 및 개념에 익숙해져 가면서 처음에 제시했던 디테일의 상당 부분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수화기 아이콘
(출처: 본인)

그 예시로 '전화'를 상징하는 수화기 아이콘을 들 수 있는데, 초기에 전화를 아이콘으로 상징하고자 할 때는 다이얼 전화기의 수화기뿐만 아니라 다이얼이 붙어있는 몸통부까지 나타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해당 아이콘에 익숙해지면서 더 이상 몸통부가 없이 수화기만 있더라도 해당 아이콘을 떠올리게 되었고, 현재의 몸통이 없이 수화기만 있는 전화 아이콘이 되었다.

 

 

저장을 나타내기에 적합한 상징은?

어떤 기능을 나타내는 상징을 정할 때는 많은 사람이 그 상징을 보고 해당 기능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가장 적합한 상징'이란 많은 이들이 별다른 설명 없이도 개념과 상징을 자연스럽게 연결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상징이다.

 

GUI(Graphical user interface,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초기에 저장이란 개념을 나타내기에 어떤 상징이 가장 적합했을까? 앞서 말한 ‘가장 적합한 상징’에 따라 최소한의 설명으로 저장을 나타낼 수 있는 상징은, 당시에 가장 널리 쓰이고 외관적 특징이 뚜렷했던 저장매체 ‘플로피디스크’라고 할 수 있다. 플로피디스크는 당시 컴퓨터 사용에 필수였기 때문에 모두가 들고 다녔고,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저장의 상징으로 이보다 적합한 메타포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대에 뒤처진 저장의 아이콘

이렇듯 플로피디스크를 형상화한 아이콘은 수십 년간 저장을 상징해왔다. 그런데 이 아이콘이 상징으로서 완벽하다고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 플로피디스크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역사상 유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수십 년의 시간 덕분에 개념과 상징의 연결성은 있지만, 플로피디스크가 저장의 아이콘으로 사용된 것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 연결성을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쉽게 말해, 과거에는 해당 아이콘을 처음 보더라도 자신이 플로피디스크에 저장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저장 개념과 연결할 수 있지만, 현재는 플로피디스크가 거의 전무하니 연결이 되지 않는 셈이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의 저장 아이콘

2010년대 이후로 플로피디스크 실물을 전혀 본 적이 없고 디지털 환경을 스마트폰으로만 접하게 된 '모바일 퍼스트' 세대가 등장하게 되면서 위에서 언급된 '오래된 상징' 문제는 다시 떠오르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게 되는 세대에게는 더 이상 '저장'이라는 기능이 이전 세대와 같은 위상을 가지지 못한다.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자동저장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별도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아 작업하는 작업물을 모두 날리는 경우가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많은 기업과 서비스들이 이 오래된 상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플로피디스크 아이콘을 버리고 새로운 상징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다시, 스큐어모피즘

스큐어모피즘 아이콘
(출처: 본인)

 

GUI 초기에 상징을 선택했던 방식과 같이 새로운 저장매체인 SD카드나 하드디스크를 저장의 상징으로 채택한 서비스들이 있다. 이 경우 사용자가 어떤 저장매체에 익숙한지 알 수 없고, 심지어 최근의 저장매체는 외관을 완제품의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저장매체의 형태를 모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추상화

추상화 아이콘
(출처: 본인)

 

저장이라는 행위는 크게 2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내가 작업물을 프로그램상에 올리고 다시 저장매체로 내려받는 '내려받기' 관점과 현재 프로그램에서 작업물을 작성하고 여러 저장매체로 전송하는 '내보내기'라는 상반된 관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프로그램에 따라 저장 아이콘 대신 '내려받기' 아이콘 (보통 화살표가 아래로 향하는 아이콘)과 '내보내기' 아이콘 (보통 화살표가 위로 향하는 아이콘)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여 사용한다. 당연히 완전히 반대되는 상징이 같은 기능을 나타내게 되면서 여러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혼란이 발생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스큐어모피즘과 추상화 그 사이 어디쯤

삼성 메모리 캠페인
(출처: 본인)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사례는 2021년 삼성 메모리에서 'save all the progress' 캠페인을 집행하면서 만들었던 새로운 저장 아이콘이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SD카드로 보일 수도, 기존의 플로피디스크로 보일 수도, 내려받기를 형상화한 추상 아이콘으로 보일수도 있다는 점에서 꽤 재미있고 새로운 접근이였다. 하지만 형태의 확장성이 부족하고 (비율이 조금만 변해도 SD카드의 이미지를 잃는다거나) 다양한 UI 크기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UI 아이콘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시도 중 가장 실험적이고 신선해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새로운 저장 아이콘은 등장할 수 있을까?

아직 저장의 상징이 플로피디스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스마트폰을 켜서 '저장'을 의미하는 아이콘이 플로피디스크로 되어있는 앱을 찾아보자. 장담하건대 최근 나온 앱일수록 찾기 어려울 것이다. 처음에 제시했던 '가장 적합한 상징'의 조건을 만족하는 상징이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고,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저장'을 아이콘 없이 단순히 '저장'(또는 Save)이라는 텍스트로 나타내고 있다.

 

아이콘은 언어의 제약을 받지 않는 점에서 강력하지만, 이제는 사용자에 따라 언어를 자동으로 설정할 수 있고, 아이콘 없이 텍스트로 나타내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기기가 대중화되었다. 결국 시대의 발전이 저장 아이콘이 사라지는 계기가 된 셈이다. 과연 플로피디스크만큼이나 새로운 상징이 등장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저장이라는 개념이 이대로 사라질 것인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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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코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영재학교 졸업 후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재직중이며, 주말에는 시민단체에서 재능 기부를 진행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함께 하고픈 아이디어가 있다면 park@jiwon.me로 연락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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