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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마다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알리기 위한 디자인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디자인 팀에서 일하든 모든 프로젝트에 기업의 디자인 원칙이 사용되는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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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마다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알리기 위한 디자인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디자인 팀에서 일하든 모든 프로젝트에 기업의 디자인 원칙이 사용되는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업의 디자이너들이 같은 디자인 원칙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같은 팀 문화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기업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다른 만큼 디자인 팀이 가지고 있는 문화 역시 서로 다릅니다. 그렇다면 실제 기업의 디자인 팀 문화는 어떨까요? 요즘IT가 디자이너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번 글의 주인공은 글로벌 마테크 전문 기업 AB180의 김양연 디자이너입니다. AB180은 모바일 마케팅 성과분석 솔루션 '에어브릿지'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국내외 200여 개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을 돕고 있습니다.
요즘IT: 안녕하세요, 김양연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먼저 요즘IT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김양연 AB180 디자이너(이하 김양연): 안녕하세요, AB180에서 프로덕트 디자인 팀 리드를 맡고 있는 김양연이라고 합니다. 저는 마케팅 성과를 분석하는 ‘에어브릿지(Airbridge)’라는 B2B SaaS 툴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요즘IT: AB180은 요즘 핫한 키워드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을 이용한 마케팅 솔루션으로 유명한데요. 양연님이 회사에 합류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현재 어떤 일을 담당하고 계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양연: 이전 부동산 스타트업에서 같이 일했던 개발자가 AB180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회사를 정리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그 개발자한테 연락이 왔어요. 본인이 지금 회사에서 저와 같이 독서모임을 하는 꿈을 꿨다면서요. (웃음) 솔직히 그 말을 믿진 않았지만, ‘꽤 크리에이티브한 연락이네’라고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만나게 됐어요.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니 지금 회사인 AB180이 ‘사람들도 좋고, 회사 분위기도 좋다’라면서 한번 지원해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이때까지도 ‘의례 하는 말이겠거니’했는데 AB180에 합류하면서 그 말이 사실이란 걸 깨닫게 됐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똑똑하고, 특히 회사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제가 회사에서 하는 일은 일반적인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비슷한데요. 범위는 좀 넓은 편입니다. 일단 현재 로드맵에서 정해진 작업의 리서치, 기획, 디자인, QA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획자 포지션이 따로 없어서 해당 프로덕트를 시작하기 위해 자료 조사와 문맥 파악부터 시작하곤 합니다. 그리고 고객이 저희 회사 마케팅 툴인 에어브릿지를 왜 사용하고, 무엇을 원하고, 어떤 점이 고객에게 불만을 주는지 학습하고 조사해서 이를 디자인으로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러한 자료 조사는 마케팅 일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가장 힘든 부분이긴 합니다. 참, 이렇게 디자인을 정리된 내용을 개발자들에게 잘 전달해서 이해시키는 것도 저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한 디자인이 항상 맞는 게 아니고, 더 좋은 방법이 언제나 있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당 프로덕트의 목적과 목표를 개발자분들에게 잘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IT: 말씀하신 걸 들어보니 이제 디자이너가 ‘디자인만’하는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 (웃음) 이런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양연님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양연: 저는 학교 선후배와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여행사와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에서 일했었고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그래픽, 편집, 아이덴티티 기획, 웹 디자인 등 다양한 작업을 했습니다. 여행사에서는 웹 디자인을 주로 하고, 가끔 편집 디자인도 했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따로 프론트 개발자가 없었기 때문에 제가 마크업과 CSS를 배워서 만들었었습니다. 이때가 반응형 디자인이 나오던 시기여서 테이블 방식의 옛날 사이트를 반응형 사이트로 만들기 위해 혼자 끙끙대며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 뒤에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 합류해 5년 가까이 이것저것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웹∙앱 디자인은 물론, 명함에서부터 IR 자료 만들기까지 흔히 디자이너 한 명 있는 스타트업에서 하는 모든 일을 했습니다. 이처럼 AB180에 오기 전까지 경험한 여러 업무, 특히 비즈니스와 프로덕트에 대한 많이 고민했던 점이 저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IT: 아무래도 AB180 디자인 팀이 ‘디자이너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데는 양연님의 자산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디자인 팀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살짝 아리송한데요. 혹시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김양연: 일단 저희 AB180의 업무를 먼저 이해하셔야 합니다. 크게 1) 광고 성과 조회, 2) 광고 성과 분석, 3) 데이터 연동 이렇게 3가지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케터가 여러 매체에 비용을 들여 광고했을 때 매체에 따라 성과가 다르게 나올 겁니다. 저희 회사는 마케팅 솔루션 ‘에어브릿지’를 이용해 이러한 성과를 한눈에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고객사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저희 팀은 고객이 쉽고 편하게, 광고 성과를 조회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이 대시보드를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객이 광고 매체에 데이터를 보내고 받는 연동 작업도 대시보드에서 쉽게 할 수 있는데요. 각종 툴에서 파편화된 데이터를 가치 있는 정보로 재가공하는 ‘데이터 통합(Data Integration)’ 작업에도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AB180 프로덕트 디자인 팀은 ‘고객들이 쉽게 조회하고’, ‘분석 결과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데이터를 손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각종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IT: 요즘 IT 회사의 가장 큰 관심은 아무래도 ‘복지’인데요. 잠깐 찾아보니 AB180 역시 좋은 복지를 자랑하고 있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양연님이 ‘이건 꼭 자랑하고 싶다’라는 회사 문화나 복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양연: 제가 직장 생활한 지 올해 12년 차인데요. 연봉과 물질적 복지도 참 중요하지만, 그동안 여러 회사를 경험해보면서 느낀 건 ‘결국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입니다. 회사에 출근했을 때 말만 많고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과 같이 일하는 건 정말 고통스럽거든요.
그런 면에서 AB180 구성원들은 무척 좋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똑똑하고, 재미있는 사람도 많고요. 업무 자체가 어려워서 힘든 부분은 있지만, 적어도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의지하며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모르는 걸 물어보는 게 전혀 어렵지 않은 문화’입니다. 앞에서 잠깐 얘기했듯이 AB180은 업무가 어렵고, 특히 ‘어트리뷰션(어떤 결과의 원인을 찾는 과정)’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면 적응이 쉽지 않은 곳입니다. 덕분에 ‘모르는 걸 물어보는 게 전혀 어렵지 않은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AB180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입사하면 알아듣는 말보다 못 알아듣는 말이 많습니다. 모두가 그런 경험을 갖고 시작하기 때문에, 모르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르는 걸 물어보는 것이 부담되거나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전혀 아닙니다. 모르는 사람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한 번 더 확인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최신 스펙이 아닌 정보(Outdate)를 확인할 때도 있습니다. 최신 기술의 습득을 당연하게 여기는 IT 스타트업에서 모르는 걸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는 문화는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즘IT: 그렇다면 위에서 설명한 것 기업 문화 외에 양연님이 디자인 팀에서 추구하는 업무 문화는 무엇인가요?
김양연: 분명 제가 추구하는 문화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구성원들 간의 조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추구하는 방향을 디자인 팀에 적용하려고 고집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간단히 설명하자면, 하나는 ‘관성으로 일하지 않는 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능동적인 참여 문화’입니다. 이 두 가지는 사실 하나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앞으로도 쭉 가지고 가고 싶은 문화입니다.
저희는 매일 오전 11시에 데일리 스크럼을 합니다. 각자 오늘의 할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15~20분 정도의 짧은 미팅입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주간 프로덕트 트래킹 세션을 하고요. 매주 수요일에는 프로덕트 리서치라고 한 주마다 돌아가며 자료조사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매주 금요일에는 주간 회고를 하고요.
이렇게 매일 스크럼을 하고 주간 단위의 여러 세션을 하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관성으로 준비하고 참석할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바빠지고, 회의를 할 수 있는 공통의 시간이 줄어들면서 서로의 시간이 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을 소중하게 쓰기 위한 문화를 고민한 끝에 ‘관성으로 일하지 않는 문화’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막연하게, 늘 하는 업무처럼 하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 일에 대한 질문을 나와 구성원 모두에게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답변 여부는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질문과 답변을 통해 해당 업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가 가져가고 싶은 두 번째 문화인 ‘능동적인 참여’ 역시 맥락이 비슷합니다. 구성원 개인의 시간을 소중하게 쓰기 위해 자기만의 코너를 만들어서 주간 회고 시간에 공유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대표적인 두 가지를 소개하면 ‘90002’와 ‘주간아’가 있습니다. 90002는 ‘구경할 만한 이슈’의 줄임말로 고객사에서 온 문의 메일들을 보고 그중 같이 공유할만한 이슈를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이 기능이 지금 잘 안된다’, ‘여기서 이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 등등 고객들의 다양한 문의를 보면서 사용자들을 더 알아가고, 대시보드를 디자인할 때 고려해야 하는 점들도 생각하게 됩니다.
‘주간아’는 주간 아티클의 줄임말입니다. 주로 마케팅 업계나 관련 산업의 최근 이슈나 소식을 다루는 시간입니다. 아쉽게도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점점 (격) 주간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웃음) 얼마 전에는 미국에서 ‘핀터레스트’ 광고 상품이 출시되는 소식을 다룬 적이 있었는데요. 소식을 다룬 다음 주에 고객사에서 핀터레스트 미국 광고 연동을 문의하는 걸 보고 ‘주간아가 헛되지 않다’라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이 두 가지 문화를 계속 가져가는 이유는 밀도 높게 시간을 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주간 회의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시간을 쓰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시간이 모두 중요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어떤 기간 동안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관계를 맺는 일련의 약속된 행동)’입니다. 그래서 저는 Engagement를 높이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귀한 시간을 내가 책임지겠다’라는 마음으로요. 그 외에는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라 구성원들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웃음)
요즘IT: 코로나 이후 재택을 하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소통과 협업이 많이 중요해졌습니다. 회사, 그리고 팀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통과 협업 문화를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양연: 저희는 회사에서 정한 방침에 따라 월, 수, 금은 사무실 출근을 하고, 화, 목은 재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일하면 능률이 나지 않는지 화, 목에도 그냥 사무실로 출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 비해 커뮤니케이션 이슈가 많지는 않습니다.
월, 수, 금 출근을 하다 보니 해당 요일에 회의가 몰리는데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회의가 훨씬 더 효율이 높다 보니 출근일에는 회의가 많고, 재택할 때는 회의에서 정해진 방향에 맞춰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협업 툴은 많은 회사가 그렇듯 슬랙을 사용하고 있고요. 온라인 회의를 할 때는 슬랙 콜이나 구글밋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협업 툴로 소통할 때는 다른 사람이 읽어도 잘 이해되도록 글을 쓰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성하는 본인은 자기 생각이니 이해가 쉽겠지만, 다른 사람이 읽어도 의도가 잘 전달되려면 글을 논리정연하게 써야 합니다. 소통과 협업을 이야기하면 보통 상대방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이 많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나의 문제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나부터 잘하자’라는 마인드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잘하려고 노력하면 더 나은 소통과 협업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요즘IT: 팀을 이끄는 입장이다 보니 디자인 관련된 여러 공부를 하고 계실 텐데요. 주로 어디서 배움을 얻는지 알 수 있을까요? + 요즘IT에서도 디자인 글을 읽으시나요?
김양연: 솔직히 얘기해서 디자인 관련된 공부는 많이 하고 있진 않습니다. 대신 디자인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결국 회사의 업무 영역을 잘 알고 이해하는 것에 달려있습니다. 업무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피상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가 쓰기 편하고, 회사의 리소스를 낭비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려면 결국 업무 영역과 그 생태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마테크 관련 해외 사이트들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애플의 ‘프라이버시(Privacy)’ 정책 강화로 나온 ATT, SKAN 같은 새 환경에 맞추기 위한 아티클도 많이 보고 있고요. 디자인 관련해서는 From Designer의 UI Lab 스터디를 3년째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디자인 단톡방에 공유되는 소식이나 아티클을 통해서 디자인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요즘IT는 공유된 아티클을 통해 몇 번 봤었고요.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사이트를 제대로 훑어보니 아티클이 다양하고 최신 정보들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들르겠습니다. ^^
요즘IT: 그렇다면 최근 IT나 디자인 관련해 주목하는 이슈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양연: 저희 회사에서 하는 업무와 연관이 있다 보니 더 생각하게 되는 이슈인데요. 애플이 시작한 프라이버시 관련된 정책들을 현재 주목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살펴보면, 애플은 디바이스별 광고 식별자 트래킹을 ‘Opt-in’으로 바꾸고, 브라우저 정보를 가져갈 수 없도록 하면서 프라이버시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요. 구글 역시 2023년 이후에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안건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부분이 디자이너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진 않습니다만, IT 업계에는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일례로 메타나 트위터 등 광고 수익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은 프라이버시 정책으로 인한 매출 악화가 현실화가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영 상황이 악화하면 자연스럽게 투자도 줄이고 채용도 줄이게 되겠죠. 광고를 통한 수익이 BM인 비즈니스인 경우에 앞으로 더 힘든 환경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VC의 투자도 줄어들게 되면 스타트업에 들어오는 돈줄이 약해지는 것이고요.
그러면 결과적으로 디자이너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줍니다. 단순히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정보가 보호되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IT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면 우리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해서 개인 정보 보호가 잘 보호되면서도 IT 업계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요즘IT: 아무래도 ‘디자인 업무 환경(PC/OS/재택 등) 고사양일 것’이라는 환상이 있는데요. 리더님의 업무 환경이 궁금합니다. 자세히 자랑해 주신다면?
김양연: 이전에 포토샵과 같은 비트맵 기반의 툴을 사용하거나 영상 작업을 할 때는 굉장히 고사양의 PC를 사용했습니다. 지금은 피그마와 같은 벡터 기반의 툴을 사용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고사양의 PC보다는 고만고만한 13인치 맥북(2019, 램 8기가)을 쓰고 있습니다. 재택할 때는 개인 맥북을 쓰는데 예전 맥북임에도 회사 맥북보다 사양이 더 좋습니다. (웃음)
저는 오히려 회사 고객인 마케터가 고사양의 PC와 해상도 높은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사양 업무 환경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그냥 업무에 지장이 없는 정도면 됩니다. 물론 회사에서 좋은 걸 준다면 거부하진 않겠습니다. (ㅋㅋㅋ)
요즘IT: 디자이너로서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되는 동료(선배/동기 등)나 사내 관련 시스템이 있다면, 혹은 ‘이런 시스템 덕분에 나 혹은 팀원이 성장할 수 있었다’라는 점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김양연: 디자이너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피드백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피드백 문화에서 중요한 건 상호 간 자유로운 의견 교환입니다. 예를 들어 연차가 적은 사람이 연차 많은 사람의 작업에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한 피드백도 부담 없이 할 수 있어야 하고, 피드백을 받아야 기분 나빠하지 않아야 하며, 괜히 상대방을 생각해서 필요한 피드백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상태에서 유의미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새로 합류한 사람도 그 문화에 어렵지 않게 적응하도록 지속해서 노력하는 조직이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IT: 앞으로 AB180에서 함께 하고 싶은 동료가 있다면 어떤 유형일까요?
김양연: 저는 똑똑하고 이해력 좋은 동료와 일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업무 특성 때문인데요. 저희는 눈으로 보이거나 물리적으로 잡히는 상품을 파는 프로덕트가 아닙니다. 데이터 자체가 상품이기 때문에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앱 설치가 100건이 있다고 할 때, 광고로 기여된 설치와 포털 검색으로 유입된 설치는 명확하게 다른 성격을 갖습니다. 이런 내용들에 대해 회의를 할 때 추상화된 개념과 그 추상화를 한 단계 더 거친 개념들을 사용하다 보니 이런 개념을 잘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똑똑하신 분, 이해력 좋으신 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개그 욕심 있는 재미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습니다. 진심입니다.
요즘IT: 인터뷰 내내 양연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AB180에 관한 자부심과 본인의 업무에 대한 확실한 목표 의식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양연: 저도 AB180에 오기 전까지 솔직히 B2C만 했고, B2B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 와서 B2B를 해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B2B 프로덕트를 만들고 계시는 디자이너분들은 아마 공감하실 겁니다. 디자이너로서 구직, 이직을 생각하실 때 논리적이거나 명확한 답을 찾는 걸 좋아하시면 B2B 서비스도 잘 맞을 테니 한 번 관심을 가지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세상에선 B2B 프로덕트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순히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B2B라서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웃음) B2B는 솔루션만 좋으면 글로벌로 확장하기 괜찮기 때문에 조만간 큰 스타트업이 나올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AB180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궁금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커피챗 요청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나 더, ‘포트폴리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회사마다 추구하는 인재가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포트폴리오도 다를 겁니다. 그래서 AB180이 원하는 포트폴리오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문제가 뭐라고 생각했는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 해결 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결과는 어땠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개인 작업보다는 회사 프로젝트를 담으세요.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프로젝트가 포트폴리오에 담기에 멋지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회사 프로젝트보다 개인 작업이 많으면 ‘도대체 회사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픽 디자인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이나 UX/UI 디자이너로 일을 바꾸고 싶은 분들은 어쩔 수 없이 개인 작업물을 넣어야 하는데요. 이때도 깔끔하고 예쁜 UI에 두세 줄의 설명을 넣은 것보다 다소 투박해도 왜 이런 UX와 UI가 구성되었는지 이유와 배경을 설명하는 포트폴리오가 더 어필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지원하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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