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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앱의 변신은 무죄일까?

 

다들 은행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한두 개 이상은 스마트폰에 있을 겁니다. 사회 생활하다 보면 슬금슬금 계좌가 늘어나니까요. 저 같은 경우 업무 때문에도 은행, 카드, 증권 앱들을 두루두루 보고 있습니다.

 

이중 은행 앱들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게 눈에 띕니다.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입니다. 갑자기 배달업에 진출하기도 하고 여러 개의 앱을 하나로 모으기도 합니다. 왜 이러는 것인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은행 앱이 느끼는 불안

국내 은행이 경영상의 위기일까요? 아닙니다.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 사이의 마진)’을 기본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올해 1분기 금융지주사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했고 이자 이익은 11조 원을 넘었습니다. 은행들의 수익이 크게 올랐기 때문인데요.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작년부터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한 탓입니다. 여기에 올해 2분기에는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되어 있어서 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5대 금융지주 실적
작년대비 늘어난 금융지주 실적. (출처: 연합뉴스)

 

그런데도 은행들은 무언인가에 쫓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유는 바로 '모바일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 때문입니다.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작년 말부터 유독 더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이데이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2년 1월 초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요. 토스나 뱅크샐러드 같은 핀테크 앱들은 예전부터 스크래핑(Scraping) 방식을 통해 ‘PFM(개인 금융관리, Personal Finance Management)’을 해 왔습니다. 본인의 계좌 입출금 내역이나 카드 사용내역을 한 번에 보면서 재무관리를 하는 것을 PFM이라고 합니다.

 

스크래핑 방식은 고객의 ID와 PW, 공인인증서 정보를 업체가 보유하고 있으면서 타 금융사의 정보를 긁어오는 구조였기에 보안 이슈와 과도한 트래픽 발생에 대한 금융사의 불만이 늘 있었습니다. 마이데이터가 올해 초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스크래핑이 전면 금지되고 API를 통해 참여사들 모두가 정보를 교환하도록 강제되었습니다. 덕분에 마이데이터에 참여한 금융사들도 PFM이라는 영역에 새롭게 뛰어들게 되었는데요. 연초부터 무수히 많은 금융사가 스타벅스 쿠폰을 뿌려가며 자사의 마이데이터를 홍보했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어찌 보면 이때가 최초로 핀테크와 은행 앱들이 동일한 종목(PFM)에서 경쟁하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마이데이터 가입자 수, MAU 등이 본격적으로 비교되기 시작한 겁니다.

 

핀테크 은행앱 경쟁

 

그러나 이미 핀테크 앱들은 고객 채널을 꽉 움켜쥔 상태였습니다. 무료 송금으로 시작해서 핀테크 유니콘이 된 토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영향력을 이어받아 간편 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페이 등은 이미 엄청난 고객 풀을 가지고 있으며,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도 특유의 기능으로 많은 고객을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반면 은행 앱은 어땠을까요? 은행은 예전부터 PC Web 환경의 ‘인터넷 뱅킹’을 지원해 왔습니다. 자행 업무를 대행하기 위한 웹 채널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이 방향성은 그대로 모바일 앱으로 계승되어 왔습니다. 자행 고객을 위한 자행 서비스를 잘 제공하는 게 목적이었죠.

 

태생이 이렇다 보니 트래픽을 늘리는 데에도 당연히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핀테크 앱들이 확대되어 가면서 은행들도 모바일 비즈니스의 핵심이 트래픽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마이데이터, PFM은 그 비교의 척도가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뭔가 하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고객 채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은행에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은행 앱들도 변화를 꾀하기 시작합니다.

 

 

은행의 대응책 ‘앱은 합치고, 기능은 늘리고’

핀테크 앱들은 자체 앱 내에서 많은 기능을 지원하는 이른바 ‘슈퍼 앱’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기능별로 고객에게 앱 설치를 강요하는 것이 안 좋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도 앱을 합치는 것을 추진 중입니다. KB금융지주는 올해 MAU 달성 목표를 1,500만 명으로 잡고 기존 앱들을 통폐합하기로 했습니다. 구글 플레이에서 ‘국민은행’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앱만 약 20여 종입니다. 국민은행은 이중 kB스타뱅킹을 슈퍼 앱으로 하고, 간편 뱅킹 앱으로 키우던 ‘리브’를 없앨 것임을 알렸습니다. 늦었지만 고객 편의성 차원에선 환영할만한 변화입니다. 우리은행도 ‘우리 Won 뱅킹’ 앱 하나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고, 하나은행도 ‘하나 원큐’를 메인 앱으로 정하여 집중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이미 2018년에 ‘신한 SOL’로 여러 은행 앱들을 통합한 바 있습니다. 이후 내부에 UI, UX 전담 조직까지 만들면서 앱 전략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다른 은행과 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아예 본업과 거리가 먼 이종 사업까지 진출하며 ‘원 앱’에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토스와 네이버, PASS 등이 하고 있던 ‘국민비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민 비서는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범칙금 안내, 휴면계좌확인, 국세 고지서 발송, 건강검진일 안내 등을 수행해 주는 온라인 개인비서입니다. 21년 3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되어서 많은 분들이 사용해 보셨을 텐데 은행 앱인 신한 SOL에서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행정안전부 SOL 국민비서
‘국민비서 서비스’가 신한SOL에도 탑재되었다.

 

이뿐 아니라 신한은행은 음식 배달 시장에 직접 진출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20년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을 받고 22년 1월 본격 출시한 ‘땡겨요’가 그 주인공입니다. 처음에는 서울 내 6개 구에서만 실시하다가 올해 4월부터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했습니다. 배달 앱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상위 업체가 정해진 상황인데, 거기에 전혀 상관없는 금융사가 도전장을 냈기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신한은행은 기존 사업자와 차별화를 위해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고 중개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인 2%를 적용하는 등 변화를 일으키는 중입니다. 소상공인과 배달 라이더를 위해 관련 대출상품을 출시하는 점도 은행의 특징을 활용한 차별화 포인트라고 하겠습니다.

 

신한은행 땡겨요
신한은행 SOL 하단 메인 메뉴 중 하나인 ‘땡겨요’

 

이색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신한은행만이 아닙니다. 기업은행은 자사 앱 내에서 ‘숨은 보험금 찾기’와 ‘내차 중고로 팔기’라는 이색적인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하나은행도 작년부터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를 지원하는 P2P 플랫폼인 ‘원더카 직거래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KB, 하나, 신한, 우리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은 은행 앱 내에서 실손보험청구 기능도 추가하여 운용 중입니다. 이처럼 은행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앱은 합치고, 기능은 늘리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숨은보험금찾기
기업은행 앱의 ‘숨은보험금 찾기’ 메뉴

 

 

은행의 본질은 무엇인가?

은행 앱의 다양한 변화가 꽤 흥미롭습니다. 전체적인 변화 방향을 볼 때 은행들이 드디어 ‘자행 은행 업무만으로는 트래픽을 끌어모을 수 없다’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흩어진 앱들을 모으고,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One App, 슈퍼 앱 전략’은 사실 지극히 당연한 수순입니다. 앱 스토어에서 유사한 로고와 유사한 타이틀의 앱들이 동시에 나타나 고객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도 문제이고, 어떤 앱이 무엇을 하는 앱인지 고객이 강제로 배우게 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리브(Liiv)가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요? 지금이라도 빠르게 정리해 나가려 하니 다행입니다.

 

국민 비서나 배달앱, 중고차 매매 등 금융 외적인 기능을 가득 탑재하는 것은 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중고차 매매를 해 보셨나요? 여러분이 차가 필요할 때, 은행 앱을 먼저 찾게 될까요? 배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할인쿠폰을 많이 받는다면 사용하겠지만 이후에는 어떨까요?

 

저는 은행 앱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는 배경은 이해합니다만 비관적으로 전망합니다. 고객이 앱을 사용할 때는 목적성에 크게 좌우됩니다. 금융 앱을 켜는 것은 금융 앱에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체하거나 출금 내역을 보거나 하는 거죠. 배달 음식을 먹기 위해 금융 앱을 열게 하기까지는 큰 노력과 마케팅 비용이 들 겁니다. 아직 국내에선 성공사례가 없습니다. ‘KB의 부동산도 그런 것 아니냐?’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데요. 부동산 시세와 관련해서 KB국민은행은 오랫동안 높은 신뢰를 쌓아왔기에 KB의 부동산 사업은 기존 사업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고객 인지도를 높이며 시장에 파고들어도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몸집이 작고, 인원이 적은 스타트업보다 덩치도 크고 많은 인원이 있는 금융회사가 트렌드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과거 우리은행에서 만든 ‘위비톡’이 좋은 사례입니다.

 

현재 시중의 모든 은행 앱이 금융 플랫폼을 목표로 하며, 앱 개선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선택을 받고 트래픽을 늘여 나가는 게 당연히 중요하겠습니다만 보다 정교한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은행 앱과 궁합이 맞고, 은행 앱에 붙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서비스를 발굴하여 확장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금융 업계 종사자로서 매서운 핀테크의 침공을 어떻게 이겨 나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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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17년째 핀테크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카드사에서 금융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을 했습니다. 브런치(https://brunch.co.kr/@jinsekil)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왜 지금 핀테크인가', '더이상무리하지않겠습니다'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논문을 냈습니다. fintech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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