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기획 디자인 개발 프로덕트 아웃소싱 프리랜싱

프로덕트

써브웨이 주문으로 알아보는 사용자 중심 UX의 중요성

 

구글에 ‘써브웨이 주문'을 검색하면 ‘써브웨이 주문하는 법’, ‘초보자를 위한 써브웨이 주문법’ 등 온갖 검색 결과가 쏟아집니다. 피자, 햄버거, 치킨 주문은 잘하면서 왜 써브웨이 주문은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요? 실제 주문을 따라가보면서 ‘왜 사용자 중심의 UX가 중요한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써브웨이 샌드위치를 먹기 위한 긴~ 여정

 

 

“메뉴와 빵을 선택해주세요”

먼저 빵을 골라야 합니다. 주문대 위에는 15cm 샌드위치와 30cm 샌드위치, 그리고 빵 종류들이 제시되어 있네요. 화이트, 하티, 오레가노, 위트... 다 생소하고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평범해 보이는 화이트로 하겠습니다. 길이도 선택해야 해서 15cm로 결정했습니다.

“화이트 빵, 15cm 샌드위치로 주세요.”

 

“손님, 어떤 샌드위치로 하시겠어요? ^^”

어라? 샌드위치 종류가 있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비엘티, 미트볼, 터키 다양하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터키로 하겠습니다.

“터키 샌드위치로 주세요.”

 

“어떤 치즈로 하시겠어요?”

또 골라야 하는 모양입니다. 이때부터 뭔가 좀 이상합니다. 빵도 치즈도 직접 고르는 거면 도대체 메뉴 선택은 왜 한 걸까요? 그래도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치즈 종류를 살펴봅니다. 3가지 정도가 있어서 그중 하나를 고릅니다.

“아메리카 치즈로 할게요.”

 

“추가 토핑 있으신가요?”

다음 단계는 추가 토핑입니다. 아마 피자를 먹을 때 요금을 더 내면 치즈 크러스트나 올리브 토핑을 추가하는 것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추가 토핑은 필요 없어요.”

 

“야채를 골라주세요. 안 드시는 야채 있으신가요?”

이렇게 속 재료를 전부 내가 고를 수 있다면 샌드위치 종류는 도대체 왜 골랐을까요? 그리고 추가 토핑까지 골랐으면 사실상 주문이 끝나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일단 저는 토마토를 안 먹기 때문에 빼기로 했습니다.

“토마토만 빼 주세요.”

 

“어떤 소스로 하시겠어요?”

작업대 위 유리에 붙어 있는 시트지를 보며 소스를 골라봅니다. 왠지 매운 맛과 달콤한 맛이 적절히 들어가면 맛있을 것 같습니다.

“핫칠리랑 스위트 어니언으로 뿌려주세요.”

 

“단품으로 하시겠어요? 세트로 하시겠어요?”

‘이제 소스까지 뿌렸으니 주문은 끝났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세트 여부를 선택해야 합니다. 음료와 감자칩을 더한 구성에 세트 메뉴인 것 같습니다.

“세트로 할게요.”

 

계산을 마치고 나니 정말 주문이 끝났습니다. 약 1페이지가량의 분량이 써브웨이 주문을 위해 소모되었습니다.

 

 

써브웨이 주문은 왜 어려울까?

손님이 ‘주문이 어렵다’라고 느끼는 건 ‘사용자 경험이 좋지 않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많은 손님(사용자)이 써브웨이의 주문 과정을 이해하고 예상하기 어려워합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위에 길게 설명한 주문 방법을 하나씩 분석해 보면 그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써브웨이 주문 과정을 낱낱이 쪼개어 UX가 불편한 이유를 찾아보겠습니다.

 

1) [정보 과부하] 너무 많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라는 건 써브웨이 샌드위치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빵의 종류, 크기, 토핑, 치즈, 야채, 소스 등 모조리 다 개인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직접’ 선택해야만 합니다. 결국 써브웨이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과정은 선택의 반복입니다.

 

이 말은 ‘고객이 소화해야 할 정보의 양이 많다’라는 의미입니다. 더군다나 써브웨이 매장 주문은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뒤에서 기다리는 다른 손님을 위한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합니다. 써브웨이 주문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충분히 심리적 압박감이 느껴질 만한 상황입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었을 ‘커스텀’ 기능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의외로 인지심리학의 ‘의사 결정에 걸리는 시간은 선택지의 개수와 복잡성이 클수록 늘어난다’라는 ‘힉의 법칙(Hick’s Law)’에 의해 찾을 수 있습니다. 경험적으로나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정보가 많을수록 결정하기 어려워집니다. 프로세스와 정보가 단순할수록, 사용자가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고 빨라집니다.

 

2) [범주 인지의 오해] ‘터키’ 샌드위치와 ‘터키 샌드위치’의 차이

샌드위치란 두 개의 빵 사이에 야채를 포함한 여러 재료를 넣어 만든 음식입니다. 샌드위치 종류에는 햄 샌드위치, 닭가슴살 샌드위치, 잼 샌드위치, 땅콩버터 샌드위치 등이 있습니다. 고로, 우리가 특정 샌드위치를 주문한다는 것은 두 개의 빵 사이에 특정 재료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주문한 셈입니다.

 

손님(사용자) 입장에서 “터키(샌드위치)를 주세요”라는 것은, ‘빵, 터키, 부가 재료, 소스로 만들어진 샌드위치가 나오겠지’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메뉴 사진엔 샌드위치의 전체 이미지가 나타나 있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막상 ‘터키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나서는 터키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골라야 합니다. 손님(사용자)의 예상과는 달리, 실제 시스템에서는 ‘터키 샌드위치’ 선택이 샌드위치 재료 중 하나인 ‘터키’를 선택한 것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인지 부조화가 일어납니다. “난 터키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 왜 계속 재료를 고르라는 거지?”라고 말입니다.

 

이런 소통의 오류가 일어나는 이유는 공급자와 사용자가 정보의 범주를 서로 다르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사용자가 인지할 정보 구조로 시스템을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시스템 안에서 주문(동작)을 하는 사용자는 ‘이게 왜 이렇게 되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3) [낯선 경험] 이전 경험과 다른 생소한 주문 방식

보통 커스텀이 되는 음식을 주문하더라도 일부 토핑을 추가하거나 빼는 방식이 사용자에게 익숙합니다. 불고기피자를 주문하고 추가 옵션으로 치즈 크러스트를 올리는 것처럼요.

 

이와 달리 써브웨이는 거의 모든 재료의 선택을 고객에게 맡깁니다. 또 보통 주문 전에 단품과 세트를 결정하는 것과 달리 모든 조리가 끝난 후 계산하는 단계에서 정하는 과정도 생소합니다. 사용자는 기존의 익숙한 경험으로 알고 있는 기대치를 비슷한 서비스와 제품에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를 ‘제이콥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존의 주문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써브웨이의 ‘더 나은 편의를 위해 제공된 새로운 방식’이 역설적으로 더 불편하고 낯선 상황입니다.

 

4) [순서 혼재] 주문 과정과 조리 과정의 불일치

써브웨이 샌드위치는 손님이 조리대의 라인을 따라가며 순서대로 주문합니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입니다. 손님은 조리대를 따라가며 샌드위치 종류(위에 언급했듯, 사실상 샌드위치의 메인 재료)를 선택하고, 빵 종류와 길이를 선택하고, 치즈를 선택하고, 추가 토핑을 선택하고, 야채를 선택하고, 소스를 선택합니다. 아, 결제하기 전에 단품과 세트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조리 순서는 빵을 준비하고, 메인 재료를 올리고, 치즈를 올리고, 추가 토핑을 올리고, 야채를 올리고, 소스를 뿌려 마무리합니다.

 

손님이 선택한 메인 재료는 빵을 선택한 후에 올라가는데, 주문 순서는 그 반대이다 보니 주문과정과 조리과정이 1:1로 매칭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님이 고른 메뉴가 반영되었다는 피드백이 모호하게 되고, 앞에 이야기한 ‘정보 인지의 오류'의 문제와 맞물리게 됩니다. 그래서 써브웨이를 처음 방문한 손님은 더욱 혼란스러워집니다. 손님이 느끼기엔 ‘빵에서 소스까지 모두 내가 선택했는데, 앞서 샌드위치 종류를 선택한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게 되는 겁니다.

 

 

써브웨이 주문을 더 쉽게 하려면?

써브웨이 주문이 어려운 이유를 4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습니다. Why(왜)를 정의했으니 이제 How(어떻게)의 차례입니다. 어떻게 하면 주문이 더 쉬워질까요?

 

1) [정보 과부하]와 [낯선 경험]의 해결 -> 디폴트 옵션 제공하기

커스텀 주문을 어려워하는 고객을 위해 기본 옵션을 제공하면, 고객은 머리 쓸 일 없이 더 빠르고 편안하게 주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렇게 되면 너무 많은 선택을 하면서 느낀 ‘낯선 경험'의 문제도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2) [범주 인지의 오해]의 해결 → 정확한 라벨링으로 알려주기

‘터키 샌드위치'라는 메뉴를, 고객은 ‘터키 샌드위치’로, 써브웨이는 ‘터키’ 샌드위치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자의 관점에서 인지하는 소통 오류를 샌드위치 메뉴판에 ‘메인 재료’를 표기하는 것만으로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해당 샌드위치의 메인 메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면 고객과 써브웨이가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인지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겁니다.

 

3) [순서 혼재]의 문제 해결 → 주문 순서와 조리 순서 맞추기

기존 써브웨이 방식에서 고객은 ‘메인 재료’를 먼저 선택하고, 그 후에 ‘빵’을 선택합니다. 조리 순서는 ‘빵’을 먼저 꺼내고, 그 위에 ‘메인 재료’를 올립니다. 그러니 조리대 위의 재료 순서를 바꾸어 ‘메인 재료(ex. 터키)’가 가장 앞쪽에 있으면 어떨까요? 고객이 가장 먼저 선택한 재료를 시작으로 차례대로 조리에 반영되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면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공급자 중심의 시각을 거두고 사용자로서 경험해 볼 것!

물론, 써브웨이가 지금 형태의 주문 시스템을 구축한 데에는 재료 관리, 주문 관리, 조리와 주문 효율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이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써브웨이 주문 방식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고객이 많은 걸 봤을 때, 지금의 주문 시스템이 사용자에 방점을 찍지 않은 방식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보와 시스템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사용자의 눈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사용자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설계자가 사용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는 시도를 해본다면 이제껏 그냥 지나쳤던 문제를 발견하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는 많은 분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모래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에서 Product Designer 를 하고 있습니다.

같은 분야를 다룬 글들을 권해드려요.

요즘 인기있는 이야기들을 권해드려요.

일주일에 한 번!
전문가들의 IT 이야기를 전달해드려요.

[구독하기] 버튼을 누르면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동의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전문가들의 요즘IT 이야기를 전달해드려요.

[구독하기] 버튼을 누르면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동의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