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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버전 기록에 숨겨진 기업 특징: ①밈과 스토리텔링

 

여러분의 휴대폰 속 설치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개수는 몇 개나 되나요? 이번 글을 쓰면서 제가 설치한 앱의 개수를 세어보니 대략 200여 개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앱 스토어 또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서 설치한 앱은 각각 애플과 구글의 심사를 거쳐서 스토어에 올라오게 됩니다. 앱을 개발한 개발사 및 기업에서는 개발 배포를 한 이후에도 사용자, 즉 우리들의 앱 사용기를 피드백 삼아 앱을 업데이트하곤 하는데요. 하지만 사용자에게는 매번 앱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스토어에 가서 업데이트하는 것이 성가신 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앱들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지만, 도대체 어떤 부분을, 어떻게 업데이트한 것인지 그 기록에 대해 앱 안에서 확인하기는 드문 일입니다. 간혹 대대적인 기능 업데이트를 진행했을 때 공지사항으로 노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에 앱들은 각 스토어의 ‘버전 기록’을 통해서야 그나마 어떤 업데이트를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업데이트 기록도 기업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작성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앱들이 어떤 방식으로 업데이트한 기록을 남기는지 유형별로 살펴보겠습니다.

 

밈 활용 유형

밈(meme)은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가 1976년 출간한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된 학술 용어입니다.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밈’은 신체적인 유전을 넘어 종교나 사상, 문화와 같은 분야에서도 복제되고 전파되는 현상입니다. 디지털 환경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지금, 이런 밈 문화의 전파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영화 타짜 1의 대사인 ‘묻고 더블로 가’, 무한도전 알래스카 교민 할아버지의 함성인 ‘무야호’, 다양하게 변형된 루피 짤 등이 있습니다.

 

온갖 밈의 향연, 탈잉

탈잉 버전기록
탈잉은 밈을 활용해 업데이트 기록을 보여준다. (출처: 탈잉 앱 다운로드, tvN)

 

탈잉은 ‘잉여 시간을 탈출하자’라는 잉여 탈출의 줄임말로 ‘잉여로운 시간을 배움으로 채워나간다’라는 의미에서 시작된 P2P(Peer to Peer,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재능 플랫폼입니다. 탈잉은 한 달에 한 번 주기적인 앱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버그를 수정하고 있습니다.

 

‘배움을 재밌게’라는 메시지와 슬로건을 내세우는 탈잉은 슬로건만큼이나 재밌는 업데이트 버전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tvN 삼시세끼 산촌 편에서 콘치즈 먹방 중에 감성과 낭만에 취해 있던 남주혁의 “이 조명, 온도, 습도”를 빗대어 “이 온도..습도... 새로운 뭔가를 배우기 좋은 계절이 왔어요”라면서 가을에 할 수 있는 취미 클래스 수강을 추천합니다. 또한 ‘버그 추적단으로부터’라는 문구로 소소한 버그도 놓치지 않고 수정 중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탈잉은 ‘어떠한 배움이든 자사 플랫폼에서 재미있게 수강하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담아 업데이트 정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탈잉을 사용하는 유저라면 버전 기록 속에 남긴 탈잉의 센스있는 업데이트 정보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커뮤니티 뺨치는 드립, 트립스토어

트립스토어 버전기록
커뮤니티 드립이 난무하는 트립스토어 업데이트 정보 (출처: 트립스토어 앱 다운로드)

 

트립스토어는 다양한 패키지여행 상품을 비교하여 편리하게 예약하는 플랫폼입니다. 트립스토어는 배달의 민족의 창업 멤버인 김수권 대표가 런칭한 플랫폼으로, 배달의 민족 퇴사 전 휴직 기간에 다녀온 해외 패키지여행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패키지여행을 더욱 쉽게 예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해외여행 패키지를 중심으로 서비스했던 트립스토어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최근에 엔데믹으로 바뀌면서 그간 해외여행에 대한 제한이 풀리기 시작하자 업데이트 정보에 ‘팬티벗고 소리질러’라는 단어를 쓰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테마별 여행 기능을 업데이트하면서 ‘이 중에 맘에 드는 게 하나쯤은 있겠지, 테마여행’이라는 밈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스토리텔링 유형

마케팅에 있어서 상품 및 서비스 자체의 특성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상품에 대한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보다 상품과 서비스, 브랜드의 이야기를 덧붙여 소비자에게 전달하면 자연스럽게 기억에 더 오래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새로 기능이 추가되거나 버그가 있는 기능이 수정될 때마다 앱을 업데이트하게 되는데요. 이때 이러한 기능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부여해 업데이트 정보를 설명하는 ‘스토리텔링 유형’은 어떤 앱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 편의 시를 쓰는, 슬랙

슬랙 버전기록
슬랙 버전 기록은 마치 시를 보는 듯 설명하고 있다. (출처: 슬랙 앱 다운로드)

 

슬랙(Slack)은 협업 메신저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생산성 협업 플랫폼입니다. PC와 모바일은 물론, 다양한 업무용 툴과 연동이 가능해 기업에서 협업용 메신저로 많이 사용됩니다. 슬랙은 자기들만의 독특한 ‘카피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고민하게 만들지 않는 것(Don’t make me think)’, ‘기억에 남도록 하는 것(Make it memorable)’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슬랙의 카피 원칙은 앱스토어 버전 기록에서도 그대로 엿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 새로운 기능 소개나 버그에 대한 수정 내용을 설명할 때 적당히 익살스럽고 과감한 표현을 활용하곤 합니다. 아이패드 환경에서 메뉴 표시줄이 보이지 않는 버그를 수정한 것에 대해서는 “당신이 업로드하는 파일은 모두 아름다운 작품 재료와 같기 때문에, 작업에 필요한 도구도 꼭 제공해 드리고 싶어요”라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문구로 사용자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작업에 필요한 도구를 꼭 제공하겠다’는 표현이 꽤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면서 기억에 남는 걸 보니 카피 원칙을 잘 지키는 모양입니다.

 

버전 기록에서 풍기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쏘카

쏘카 버전기록
쏘카는 버전 기록에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있다. (출처: 쏘카 앱 다운로드)

 

쏘카는 ‘카셰어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명실상부 카셰어링 서비스의 원조입니다. 현재는 단순히 카셰어링을 넘어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로 도약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쏘카는 기업 블로그나 브런치 채널 등을 통해 ‘쏘카다움’을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기 위해 BI 심볼, 컬러, 아이콘과 타이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보통 쏘카는 한 달에 2-3번 꼴로 주기적인 앱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더욱 매끄러운 앱 사용을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인데요. 새로운 UI 또는 기능을 소개할 때도 생생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합니다. ‘메인 화면 변경’과 ‘쏘카의 첫 화면이 완전히 새로워졌어요.’ 중에서 어떤 문구가 더 궁금해지시나요? 쏘카는 버전 기록에서 단순 정보 제공이 아닌, 이야기하는 듯한 문구로 사용자에게 직접 행동을 유도하고, 공감을 이끌고 있습니다. 또한 바뀐 첫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하면서 앱을 업데이트하면 무슨 기능을 얻을 수 있는지, 더욱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다양한 앱 서비스에서 수많은 업데이트를 진행하지만, 내용에 대해 기록하지 않는 앱들이 많습니다. 업데이트 정보를 기록하더라도 단순히 ‘~~ 기능 업데이트’로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작은 차이가 고객들에게 해당 기업 브랜드를 각인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할 때마다 “오후 반차를 썼습니다”라는 밈을 쓴 유튜브 앱은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유튜브를 홍보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결국,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 셈입니다.

 

오늘은 신조어나 유행어와 같은 ‘밈’을 활용한 유형과 업데이트 내용을 이야기하듯 소개한 ‘스토리텔링’ 유형의 앱 서비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브랜드 팬덤’과 ‘계절(시즌)’에 따라 다른 버전 기록을 소개하는 앱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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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봄이

이것 저것에 관심 많은 기획자입니다. 웹에이전시에서 웹/앱기획을 맡고 있고, 협업자들에게 인정받는 기획자가 되기 위해 오늘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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