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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BNPL이 어려운 이유

작년부터 BNPL이 계속 화제였습니다. BNPL은 ‘Buy Now Pay Later’의 약자로, 빠르고 간편한 소액신용대출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엄격한 법규로 무장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핫한 사업입니다.

 

일반적인 한국 직장인이라면 ‘BNPL의 유명세가 이상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가 딱 그랬거든요. 아니 신용대출도 있고, 마이너스 통장도 있고, 카드론도 있고, 김미영 팀장도 있는데 왜 굳이 생소한 이름의 대출을 빌려야 할까 싶었습니다. 매일 여기저기서 문자가 많이 오죠. 그만큼 한국은 돈을 빌리기 편한 나라입니다.

 

BNPL의 바람이 해외에서 불어오다

‘돈을 빌리기 편한 나라’라는 의미는 ‘그 나라의 금융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모두 주민등록번호로 사회의 시스템에 등록됩니다. 생애주기 전반이 교육, 국방, 납세 시스템에 잘 연동되어 있습니다.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러한 점들 덕에 금융 생활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신용대출, 신용카드 등의 단어에서 익숙한 신용(信用, credit)의 기본 전제는 바로 ‘이 사람을 사회적으로 믿을 수 있느냐’라는 것이거든요.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신용 증명이 편했고, 금융 역시 이를 기반으로 발달해왔습니다.

 

그러나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해외는 생각보다 녹록지 않습니다. 선진국이 많은 서구권 국가들도 신용거래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금융거래기록을 요구하거나 사회적인 위치를 증명할 것을 요구합니다. 후진국으로 가면 점입가경입니다. 중국이나 인도의 무적자(無籍者,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국민)는 유명합니다. 출생도 관리가 안 되니 금융은 너무 먼 이야기입니다. 계좌를 열고 싶어도 어렵습니다. 후진국일수록 선불 충전 위주로 발달한 이유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었습니다.

 

이러니 BNPL이라는 서비스는 해외에서 폭발적인 환호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련 스타트업들 역시 급속하게 성장했는데요. 호주의 애프터 페이(Afterpay), 스웨덴의 클라르나(Klarna), 미국의 페이팔(PayPal) 등이 유명합니다.

 

해외 애프터페이
6주 뒤 결제가 눈에 띕니다. (출처: 애프터페이 홈페이지)

 

국내 사업자들 중 핀테크 기업들이 먼저 칼을 뽑았습니다. 더 이상 해외에서 유명세를 겪고 있는 BNPL을 모른 체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 파이낸셜은 금융위원회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고 BNPL을 시작했습니다. 신용거래가 곤란한 사회초년생이나 주부, 금융소외계층에 소액 신용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네이버 후불 결제는 2021년 4월부터 일부 가입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했습니다. 19세 이상 회원에게만 제공되며 네이버페이 포인트 1% 추가 적립으로 유혹합니다. 연체료는 연리 12%이며 이용 한도는 최대 30만 원까지 제공됩니다.

 

쿠팡도 '나중 결제'라는 이름으로 BNPL을 하고 있습니다. 연체 시 연리 10.95%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특이한 점은 한도가 30만 원이 아닌 130만 원까지이며, 쿠팡이 직접 매입해서 판매하는 상품, 즉 직매입 상품에 대해서만 가능합니다. 쿠팡은 셀러들을 입점시켜 판매하기도 하고 자신들이 직접 매입해서 판매도 합니다. 거래 중개자로서 입점한 셀러에 대한 대금은 지급하지만, 자신들이 직접 판매하는 상품은 외상거래로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쿠팡 나줄결제
쿠팡 결제 화면의 ‘나중결제’ (출처: 쿠팡 앱)

 

토스도 월 30만 원 한도의 BNPL을 시작했으며, 카카오페이는 올해 1월부터 월 15만 원 한도로 후불 모바일 교통카드 서비스를 시행 중입니다. 페이코도 연내에 BNPL 시장에 뛰어들 것임을 선언했습니다.

 

BNPL이 점점 핫해지자 국내 1금융권도 하나둘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KB국민카드는 다날과 힘을 합쳐 BNPL 추진을 계획 중이며, 신한카드 또한 내부적으로 저울질 중입니다.

 

 

BNPL의 가능성과 한계

그렇다면 BNPL은 국내 시장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요? 이를 위해서는 장단점을 살펴봐야 합니다.

 

BNPL은 기존에 고객이 보유한 신용등급을 보지 않기에 이른바 금융소외계층(무직, 학생, 주부)에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른바 ‘씬 파일러(Thin filer)’라고 부르는 계층인데요. 금융거래가 거의 없어 관련 기록이 없는 계층을 말합니다. 거래 구조상의 이점도 있습니다. 카드의 경우 VAN, PG 등 중간 사업자가 결제망에 있어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였지만, BNPL은 핀테크 사업자와 가맹점 간 직접 거래가 됩니다. 비용 절감의 여지가 있는 셈입니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비싼 수수료를 내게 됩니다. PG를 통하는 카드 수수료(2~4%) 대비 높은 5~6%입니다. 가맹점에선 사실 BNPL을 도입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으나, 해외의 경우 BNPL 지원 유무에 따라 매출액 차이가 엄청나게 발생했습니다. 어쩔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 해결되지 않은 이슈도 아직 보입니다. 현재 네이버 파이낸셜이나 쿠팡이 하는 BNPL은 금융사와 연체정보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한 취지는 금융취약계층이 금융권을 이용할 때 불이익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었지만, 부작용도 생길 수 있습니다. 금융권에 채무가 있는 사람이 BNPL로 채무를 과도하게 더 지게 되는 상황이죠. BNPL을 하려는 핀테크 업체들은 “금융사의 연체정보 공유는 필요하다”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협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도의 이슈도 있습니다. 앞서 보셨듯 국내 BNPL은 30만 원 한도가 대부분인데요. 어디서 많이 본 한도 금액이라고 느끼신 분도 있으실 겁니다. 현재 체크카드에 후불교통기능을 붙여서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 이 한도가 30만 원입니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만들고 실명인증을 하지 않았을 경우 인출 한도도 30만 원인데요. 핀테크 측에서는 50만 원을 요구했지만, 카드사와 형평을 고려하여 30만 원으로 정해졌습니다. 후불교통카드 사용에는 충분하지만, 구매에 쓰기에는 너무 작은 한도라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BNPL은 어떻게 될까?

자, 그럼 BNPL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BNPL을 이용해 보셨나요?

 

뜨거운 감자로 매번 언론에 소개되고 있는데, 반해 저는 주변에서 BNPL을 잘 쓰고 있다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주변 대부분이 직장인이라서 더 찾기 어려웠을 겁니다. 몇몇은 제게 되묻기도 했습니다.

 

“결제 화면에서 본 적은 있다. 그런데… 그걸로 결제하면 뭐가 좋은 거냐?'

 

저는 가벼운 이 질문 속에 ‘BNPL의 미래가 녹아있다’라고 생각합니다. BNPL 자체가 단기 여신상품인 만큼 고객에게 주는 기본적인 가치는 확실합니다. 당장 돈이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게 해 줍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그 가치가 희석됩니다. 30만 원은 현금서비스 한도보다도 작으며, 비대면 은행 대출도 쉬운 나라라서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신용대출 등은 언제든 가능합니다. 대출상품의 세계가 얼마나 무한한지 모릅니다. 가지고 있는 주식을 맡겨도 대출이 되는 ‘스탁론’, 자동차를 담보로 받는 대출인 ‘오토론’ 등등 참 많습니다.

 

30만 원 한도의 BNPL을 쓰는 사람들은 바꿔 말하면 30만 원이 없어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1금융권에서는 고위험군으로 취급하는 계층이죠. 이런 고객군에게는 정교한 신용관리가 안 되면 연체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신용관리회사인 크레딧 카르마에 따르면, 미국 BNPL 사용자의 34%는 최소 1건 이상 결제를 연체했고 72%는 신용등급이 떨어졌습니다. BNPL의 높은 연체율이 이슈가 되자 작년 12월 미국 소비자금융 보호국(우리나라의 금융감독원)에서는 과소비와 연체율 급증 관련해 BNPL 업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국내는 어떨까요? 국내에서 처음 BNPL을 선보인 네이버 파이낸셜이 올해 4월 윤창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후불 결제 고객의 3월 기준 연체율(1개월 이상)은 1.26%였습니다. 신용카드 평균 연체율인 0.54%의 두 배가 넘습니다. 또 총채권액은 75억 9,900만 원인데 그중 9,600만 원이 30일 이상 연체됐습니다. 외국처럼 국내에서도 BNPL의 위험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죠.

 

혹 BNPL이 고객에게 신용카드 이상의 혜택을 주면 또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체크카드는 1~2%, 신용카드는 3~5%까지도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갑니다. 초기에는 BNPL도 여러 이벤트와 캐시백을 하면서 고객을 유혹하지만, 신용카드의 혜택을 이기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네이버 후불결제는 단기 이벤트로 1% 추가 적립 진행을 홍보하고 있다. (출처: 네이버페이 포스트)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밖에 없는 BNPL

개인 신용 점수를 매겨서 공개하는 미국의 페어 이삭(Fair Issac)이라는 회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는 신용평가를 할 수 없는 성인만 5,30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BNPL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찍이 BNPL이 발달한 호주를 비롯한 서구권 국가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고 당연한 무이자 할부가 되는 카드가 매우 적다는 겁니다. 해외에서는 리볼빙 (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은 쓰여도 무이자 할부는 잘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BNPL은 이러한 틈새를 잘 공략해서 해외에서는 킬러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대체제가 있고, 해외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결제 서비스가 있으며, 강력한 규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BNPL이 대세가 된 세상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높은 연체금리를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 겁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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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17년째 핀테크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카드사에서 금융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을 했습니다. 브런치(https://brunch.co.kr/@jinsekil)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왜 지금 핀테크인가', '더이상무리하지않겠습니다'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논문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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