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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오픈벨을 울리며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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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오픈벨을 울리며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쿠팡.
1년여가 지난 현재, 한때 100조 원에 이르렀던 기업가치는 반 토막이 났고 연이은 적자행진에 시장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쿠팡은 왜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계획된 적자는 언제까지 이어지는 걸까요?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에 목숨 거는 이유 이후 1년간 이날만을 기다려온 서점직원의 역작! 이전 글에 이어 쿠팡이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매시장 온라인 침투율은 21년 37.2%로 조사되었습니다. 침투율이 증가하는 만큼 성장률도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였는데, 21년은 코로나 특수를 맞아 전년에 비해 고속 성장하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문제는 소매시장 ‘온라인 침투율의 마지노선이 몇 %인가’, ‘언제까지 두 자리대의 고속 성장이 가능하냐’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소매시장의 이커머스 침투율 마지노선을 50~6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21년이 37%니까 아직 10~20% 정도는 여유가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소매시장 침투율은 애널리스트에 따라 수치에 차이를 보입니다. 소매시장 중 온라인 거래가 불가능한 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한 담배, 술, 의약품과 오프라인 비중이 높은 자동차 판매 시장, 오프라인으로만 구매가 가능한 휘발유 등 온라인 진출이 불가능하거나 산업의 특성상 온라인 침투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시장을 제외하고 나면 (애널리스트에 따라) 온라인 시장 침투율이 이미 40% 중반대를 넘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 세계 시장과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은 소매시장 온라인 침투율 2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료를 비교해 보면 미국은 아직 먹을 것이 많이 남은 시장이고 한국은 먹을 게 얼마 남지 않은 시장인 셈입니다.
‘중국의 침투율과 비교해 보면 아직 두 배 정도 점프가 가능한 것 아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건 중국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됩니다. 산업이 발달하던 시절에 인터넷이 도입돼 이커머스가 발달된 중국과 이커머스가 진출한 시점에 이미 고도화된 산업 인프라를 가지고 있던 한국은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택시호출이나 온라인 자동차 판매만 봐도 기존 오프라인 상권의 저항이 극심한 걸 보면 한국이 중국과 같은 온라인 침투율을 달성하려면 넘어야 될 기존 산업의 저항이 꽤나 만만치 않을 겁니다. 여러모로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일본이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성장율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성장율이 높은 국가들은 온라인 점유율이 낮고 초기 시장이 형성 중인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온라인 침투율이 높은 국가 중 유일하게 두 자릿 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건 영국, 중국, 미국밖에 없습니다.
자료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시장 침투율은 세계에서 3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높으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성장의 시기는 이미 지난 것으로 보인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경쟁은 지금도 치열한데 성장율이 낮으면 남는 건 뭐다? 한정된 점유율을 가지고 출혈경쟁을 하는 치킨게임밖에 없는 겁니다.
물론 쿠팡도 온라인 침투율이 한계에 다다랐고 앞으로 높은 성장율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높은 성장율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온라인 침투율이 낮고 마진율이 높은 시장을 공략해 보기로 합니다. 바로 신선식품과 의류 시장이죠.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왜 신선식품과 의류 시장은 이커머스 침투율이 낮은 걸까?
신석식품의 경우 공산품과 다르게 품질이 제각각이라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고 콜드체인이라는 냉장유통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인프라 투자비용이 필요합니다. 또한 산지가 많은 국내 지형 특성상 유통 과정이 복잡하고 대형마트에서 농장 직매입과 규모의 경제로 가격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에 대형마트의 바잉 파워에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신선식품은 대형마트 입장에서 최후의 보루라 불릴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은 품목입니다.
의류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브랜드마다 자사몰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이미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버티컬 커머스 업체들(무신사, 지그재그 등)이 많습니다. 컬러, 핏 등 결정 요소가 많고 브랜드마다 사이즈가 상이한 의류 시장 특성상 온라인 구매 시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2018년 서울대 유병준 교수 연구팀이 조사한 D-커머스 리포트에 따르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한 셀러들의 평균 반품율은 1.7%로 조사되었는데요. 가장 높은 반품율을 기록한 것은 패션의류(5.6%)였습니다.
여기서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순수 온라인 커머스 업체인 쿠팡의 딜레마가 시작됩니다.
신선식품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의 유무가 큰 경쟁력이 됩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있으면 신선식품 마진율에서 절대적인 값을 차지하는 폐기율 관리가 수월해지기 때문이죠. 온라인 매장만 있는 경우 반값 특가나 땡처리 같은 이벤트로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것이 어렵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있으면 매대에서 유통기한 임박이나 할인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
같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오아시스마켓이 흑자를 유지하는 이유,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컬리가 적자를 벗어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컬리는 AI를 이용해 폐기율을 1%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건 재고를 적게 둬서 그런 겁니다. 폐기율을 줄이기 위해 애초에 팔릴 만큼만 적절한 양만 사 오기 때문이죠. 폐기율을 줄이기 위해 재고분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니 늘 품절 딱지가 붙어있고 대형마트에 비해 바잉 파워가 밀리는 겁니다.
신선식품의 경우 대형마트가 쿠팡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입니다. 현재 법적으로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 대형마트는 영업을 할 수 없는데요. 만약 이 규제가 풀리면 대형마트들은 전국 매장을 새벽배송 거점기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쿠팡과 컬리처럼 물류센터 건립에 큰돈을 들이지 않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새벽배송을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롯데와 신세계가 쿠팡처럼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습니다. 부산, 울산, 경주(부울경) 같은 거점 도시야 수요가 충분하니 물류센터 건립의 명분이 있지만, 인구밀도와 객단가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머지 지방들은 큰돈을 들일 바에 여론몰이 하고 정치권에 신나게 로비해서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해제하는 게 더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쿠팡이 상장 이후 고밸류 논란에 시달리며 주가가 1/3 토막난 이유는 ‘흑자 전환이 가능한가?’라는 시장의 의문도 있었지만, ‘한국 시장을 다 장악한다고 100조 밸류가 과연 합당한가?’, ‘한국 시장을 장악하면 흑자 전환이 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쿠팡이 주무대로 삼고 있는 한국 시장의 사이즈가 너무 작다는 겁니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1205억 달러(한화 약 148조 5765억 원)입니다. 37%라는 온라인 침투율을 고려해 보면 미국과 중국에 비해서 십분의 일도 안 되는 아주 작은 규모입니다. 중국과 미국은 시장 크기도 크고 성장율도 높으니 적자가 나도 성장율만 높다면 고밸류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지만 ‘전체 시장 규모도 작고 성장율도 정체기에 온 한국 시장에 과연 고밸류를 줄만한가’라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쿠팡의 뉴욕시장 상장 초기부터 해외 진출 얘기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한국으로는 성장율에 한계가 있어. 지금같이 높은 성장율을 유지하려면 결국 해외 진출을 해야 돼’라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그런데 해외 진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쿠팡의 가장 큰 경쟁력은 뭐다? 로켓배송입니다. 로켓배송을 하려면 천문학적인 물류 인프라 비용을 투자해야 됩니다. 5조를 때려 박고도 한국을 못 먹었는데 해외 시장 진출해서 로켓배송 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돈을 들이부어야 하는 걸까요? 나스닥 상장할 때 받은 4조? 그걸로는 한국 시장 장악하기도 부족한 금액입니다.
거기다 해외 진출은 문화적으로나 인종적으로 비슷한 인접 국가에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중국이나 동남아는 이미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존재합니다. 시장이 크면 이미 자리 잡고 있는 기업이 있고 온라인 침투율이 낮으면 시장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시장도 크고 강력한 경쟁자가 없으면서 온라인 침투율도 낮은 그런 곳이 필요하죠. 아 다행히 아주 멀지 않은 곳에, 아니 엄청 가까운 곳에 이 조건에 부합하는 곳이 딱 한군데 있습니다.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입니다.
그런데 일본에는 이미 전국 물류망을 구축한, 쿠팡의 원조격이라 불리는 아마존이 자리 잡고 있으며 국토 면적만 해도 남한의 4배에 달합니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땅값이 비싼 축에 속하니 거기에 물류센터를 지으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또 만든다고 해봐야 아마존과 싸움이 될지 안 될지도 모릅니다. 뭐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입니다.
그래서 쿠팡은 우회 전략을 사용하기로 합니다.
쿠팡의 첫 해외 진출지는 일본이다. 쿠팡의 일본법인 쿠팡 재팬은 지난 6월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해 도쿄 시나가와구 나카노부에서 쿠팡이츠와 같은 퀵커머스(즉시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략) 쿠팡이 일본에 이어 공식 진출한 나라는 대만이다. 쿠팡은 지난 7월 대만에 첫 진출해 타이베이에 1호점을 열고 중산구에서 즉시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뒤이어 지난 8일 2호점을 개점해 타이베이 다안구·쑹산구·신이구 지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
쿠팡의 해외 진출 전략은 바로 퀵커머스였습니다.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물류센터 건립 보다 적은 투자비용으로 비슷한 배송 효과를 낼 수 있는 퀵커머스를 무기로 시장에 진출한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퀵커머스는 로켓배송보다 고정비가 더 많이 드는 사업입니다. 원활한 퀵커머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도심 3km마다 물류창고가 있어야 하고, 라이더들의 인건비도 높은 편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퀵커머스 기업 중 하나인 고퍼프는 21년 매출 20억 달러(한화 약 2조 4660억 원), EBITDA -5억 달러(한화 약 616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인스타카트는 주문당 3달러(한화 약 3700원)의 이익을 창출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고릴라스(독일), 프리지노모어(미국), 게티르(터키) 등 해외 주요 퀵커머스 기업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대부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거나 투자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외 주요 퀵커머스 업체들이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이유는 객단가가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퀵커머스의 주요 경쟁자라고 불리는 편의점의 경우 객단가가 6260원(산업통상자원부/2020년 1~10월/GS25,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조사)으로 낮은 편인데요. 퀵커머스는 취급 상품 수가 한정적이고(약 2~3천 개), 주로 소량 구매라서 배달료(2~3000원)를 감당하고 기다릴 바에야 편의점에 가서 직접 구매하는 게 더 빠릅니다. 수요는 한정적이고 시장규모도 크지 않은데(2020년 기준 3500억) 고정비는 높아 이익 내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이 퀵커머스에 본격 진출하기 시작한 2019년부터 배민의 실적은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했습니다. 배민같은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는 기업마저 적자일 정도로 퀵커머스는 돈이 많이 들고 이익 내기 쉽지 않은 산업입니다.
위에 언급한 해외 주요 퀵커머스 기업들(고퍼프, 고릴라스, 게티르, 프리지노 모어)은 모두 미국, 특히 뉴욕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당 소득이 높고 바쁜 뉴요커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면서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건 퀵커머스 비즈니스에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일본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소비자 정보 수집 업체 소프트브레인필드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편의점의 1인당 객단가 평균은 548엔(한화 약 5400원)으로 한국의 6260원에 비해서도 10% 이상 낮은 수준입니다. 일본은 편의점 못지않게 지역 체인 슈퍼마켓이 발달해 있고 많은 슈퍼가 24시간 영업을 하는 점을 고려해 보면 바쁜 직장인들을 타겟으로 한 퀵커머스 서비스가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가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질적인 라이더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높은 인건비가 문제가 아니라 라이더를 제때 수급할 수 있을까?’ 혹은 ‘쿠팡이츠처럼 높은 배달비를 미끼로 라이더들을 포섭해야 하는 게 아닐까?’ 등 여러모로 비용은 많이 드는데 수익성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쟁 역시 치열한데요. 22년 2월 기준으로 일본 내에서 퀵커머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곳은 쿠팡을 포함해 총 4곳입니다. 이 중 주목해 봐야 할 것은 바로 아스클이 운영하는 ‘야후 슈퍼마켓’입니다. 손정의의 ‘야후재팬’과 일본 라인의 지주회사인 ‘Z홀딩스’가 참전을 선언한 건데요. 쿠팡은 일본에서 가장 자금력이 빵빵하고 거대한 인터넷 기업과 시장점유율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고정비는 많이 들고 당분간 수익성 확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며 자금력 빵빵한 현지 기업과 싸워야 된다는 것. 결과야 뻔하지 않을까요. 뭐 길게 보면 시장을 점유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 사업 역시 쿠팡이 그동안 해왔던 신사업처럼 돈은 무지하게 들어가는데 뾰족한 수익성도 사업성도 없는 돈 먹는 하마가 될 공산이 큽니다. ‘쿠팡이 해외로 진출한다’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되는 비용 치고는 너무 큽니다.
쿠팡이 진출하는 해외 사업이 대부분 이럴 겁니다. 고정비는 많이 드는데 수익성과 사업성은 떨어지고 수익성과 사업성이 있으면 현지 기업의 거센 도전을 받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① 한국처럼 로켓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인프라 투자 비용이 든다.
② 그래서 돈이 덜 드는 퀵커머스를 한다.
③ 그런데 퀵커머스는 규모만 작을 뿐 로켓배송 못지않게 고정비가 어마어마하게 드는 사업이다.
④ 해외 퀵커머스 업체들도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⑤ 퀵커머스의 시장성과 수익성, 성장성에 의문이 많이 든다.
⑥ 일본에서 손정의가 퀵커머스에 진출해 거대 쩐주와 돈질을 하면서 싸워야 된다.
현재 쿠팡이 전개하고 있는 서비스는
총 5개입니다. 이중 4번 쿠팡페이와 5번 로켓멤버십을 제외하고는 죄다 적자에 돈 먹는 하마인 사업입니다. 쿠팡페이와 로켓멤버십은 사업 특성상 당연히 흑자일 수밖에 없는 서비스들인데 이게 흑자 난다고 좋아할 만한 것들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쿠팡의 딜레마.
로켓배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과 유지 비용이 들어가고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사업(쿠팡플레이)을 추진하면, 성과가 날 때까지 결국 돈 먹는 하마(쿠팡이츠)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이커머스 모든 부문에 걸쳐서 경쟁이 치열해 쿠팡이 진출할 만한 마땅한 시장이 없고 진출해도 쿠팡이츠처럼 강력한 경쟁자(배민)와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을 감내하며 경쟁자를 쓰러뜨려야 합니다.
문제는 결국 쿠팡이 플랫폼으로써의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돈을 벌 캐시카우를 아직 찾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찾기 어려울 확률이 높습니다.
쿠팡이 상장을 통해 모집한 자금, 그리고 셀러들에게 줄 수 있는 돈, 대출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을 최대한 동원해서 버틸 수 있는 건 최대 3년에서 5년입니다. 결국 3~5년 안에 로켓배송의 적자를 최대한 줄여 놓거나 캐시카우 신사업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쿠팡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정의형이 두 번에 걸쳐서 쿠팡을 손절(정확히 말하자면 익절)했습니다. 보증까지 서며 투자했던 과거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비전펀드는 쿠팡의 보통주 5000만주를 주당 20.87달러에 매각했다. 총 매각 규모는 10억 4350만 달러(약 1조 2910억원)에 달한다. (중략) 지난해 9월에도 보호예수 해제일이 되자 지분 5700만 주를 17억 달러(한화 약 2조원)에 매각했다. |
뭐 손정의 회장이 쿠팡 지분만 판 것은 아니지만(도어대시, 크루즈 지분 매각) 최대주주였던 비전펀드가 팔았다는 건 의미심장한 대목입니다. 2대 주주였던 그린옥스 캐피탈도 보호예수가 해지되자 4번에 걸쳐 4조 6천억 원의 지분을 매각한 걸 보면 초기 투자자들이자 주요 주주들이 쿠팡을 현재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쿠팡은 뉴욕 시장 상장을 통해 4조 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는데요. 상장 전과 후 재무제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한번 볼까요?
작년에 쿠팡이 뉴욕 시장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4조 원인데 상장 이전인 20년과 비교해 보면 증가분이 2조 7200억 원에 불과합니다. 조달 자금은 모조리 현금으로 꽂히니 1년 만에 1조 3000억 원을 썼다는 얘기입니다. 항목을 자세히 보면 자산은 4조 3220억 원 증가했고, 부채는 9683억 원 증가했습니다. 쿠팡은 미지급금이 쌓이는 만큼 곳간에 현금도 쌓이는 구조라 현금이 많다고 좋게만 바라볼 부분은 아닙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서 미지급금을 빼면 이미 2800억 원 가량 마이너스거든요.
작년 재무제표가 워낙 엉망이라 21년 재무제표가 좋게 보이는 거지 세세하게 하나씩 뜯어보면 심각한 수준입니다. 특히 심각한 건 현금성 자산인데요. ‘아니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4조 2천억 원이나 있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미지급금이 현금성 자산보다 더 많습니다. 쿠팡의 정산주기를 3개월이라고 보면 한 달에 1조 3천억 원~1조 5천억 원 가량이 셀러들에게 정산해야 할 돈인데요. 쿠팡의 현금성자산은 가지고는 있으나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돈이라는 뜻입니다.
쿠팡이 작년 말 2억2200만달러(2700억원)를 추가로 대출받으며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총 5억3000만달러(6500억원)를 담보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쿠팡이 4조 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서 물류센터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를 집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금성 자산은 셀러들에게 정산을 위해 남겨둬야 되는 돈이고 결국 신규 투자를 하려면 기존 부동산을 담보로 잡아 현금을 마련해야 될 정도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게 아니면 굳이 이자를 내가면서까지 대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상장 즉시 현금이 4조나 꽂혔는데요.
이게 뭐냐. 갭투자 같은 겁니다. A 아파트를 사고 그걸 담보로 대출을 받아 B 아파트를 사고 이런 식으로 부동산을 늘려가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유통업계는 쿠팡 곳간에서 실제 유출된 현금은 이보다 더 큰 2조 원에 달할 거란 반응도 보이고 있다. 작년 연말에 털어내지 못한 1조 1109억 원 가량의 외상매입금 및 미지급비용을 최근까지 해소하고 있는 까닭이다. |
전문가에 따라서는 이미 상장 자금 4조 원 중 2조 원을 썼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빠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쿠팡이 상장 이전 재무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쿠팡이 쿠팡이츠의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무제한 반품 정책을 폐지하고 멤버십 가격을 올리며 수익성에 목을 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 일련의 행보가 주주 달래기용이 아니라 재무적으로 상당한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뜻입니다. 이미 재무적으로 위험신호가 곳곳에 감지되고 있으니까요.
본업이 위협받고 있다면 21년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공격적인 영업을 한 쿠팡이츠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요?
"배달비 부담 못참겠다"…배달앱 이용자 3개월간 107만명 줄어 앱별로는 배달의민족 이용자가 2만9454명 늘어났고, 요기요와 쿠팡이츠의 이용자 수가 17만2156명, 92만7142명 각각 감소했다. 여기에 아이폰 등 ios 이용 소비자 수를 더하면 전체 낙폭은 107만명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
배달3사 어플 이용자 수 폭풍성장…배민 점유율 69% 1위 굳건, 쿠팡이츠 3배 폭증 3사간 점유율은 배달의민족 68.81%, 요기요 19.55%, 쿠팡이츠 11.64%로 집계됐다. |
1년 동안 단 건 배달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지만 점유율은 경쟁사에 못 미치는 10% 초반대 수준에 프로모션을 종료하자마자 이용자가 90만명 떡락하며(배민은 이용자 소폭 증가), 쿠팡이츠의 성장율이 돈질로 인한 일시적 효과임을 증명했습니다.
거기다가 작년 배달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효과에 기인했으며 쿠팡의 단건 배달 도입으로 인해 전체적인 배달료가 상승하며 앱 이용자가 줄어들었다는 걸 감안해보면 시장을 장악하는데도,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데도 실패했고 오히려 시장을 교란시키는 배스같은 역할로 배달비만 올려놨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작년 강한승 대표는 쿠팡 이용자 중 쿠팡이츠를 이용하지 않은 사용자가 60%라고 발표했는데요. 이렇게 쿠폰을 뿌리고 프로모션을 하는데도 아직 쿠팡이용자의 60%가 쿠팡이츠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건 쿠팡이 주장하는 플랫폼 효과가 얼마나 허황된 주장이라는 건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금은 말라가고 기껏 돈을 들인 신사업은 실패하고 대주주들은 연이은 엑싯 행진을 벌이고, 신사업은 비전이 없는데 돈은 또 무진장 들어가고 뭐하나 잘 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실적 발표때 안 좋은 지표들은 죄다 숨기고 매출성장률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밖에 자랑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속은 곪아들어가고 있는데요.
자, 이제 쿠팡이 흑자 전환 가능 시나리오를 하나씩 정리 볼까요.
① 규모의 경제를 키우며 로켓배송이 커버하는 권역을 확대
▶ 자동화 비율이 낮은 물류센터 구조상 흑자전환 어렵다.
② 물류센터 자동화로 판관비와 인건비 비중을 줄임
▶ 물류센터 설비 교체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든다.
③ 해외로 진출해서 신규 시장 개척
▶ 거기도 돈이 많이 들고 사업성도 높지 않으며, 경쟁자 즐비하다.
④ 플랫폼 파워로 신규 사업으로 수익 창출
▶신규 사업 모조리 적자 중이며,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 먹는 하마인 상황이다.
⑤ 코스트코처럼 멤버십으로 돈을 번다.
▶ 멤버십으로 벌 수 있는 돈에 비해 적자 규모가 천문학적이다.
글쎄요. 모든 가능성을 살펴봐도 흑자전환 가능성은 낮습니다. 사측에서는 올해는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그게 가능하면 지금까지 왜 안 했는지. 혹시 구조상 흑자전환이 어려운데 계획된 적자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주장하지만, 쿠팡은 아마존과 거리가 멉니다. 미국에 비해 시장규모도 작고 경쟁도 치열하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비슷한 직매입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중국의 징동닷컴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징동닷컴의 재무제표를 잠깐 볼까요.
징동닷컴의 21년 매출은 9615억 위안(한화 약 181조 원)입니다. 징동닷컴이 본격적으로 흑자전환을 하기 시작한 시기가 2019년인데 이때도 매출이 100조 원 가까이 근접했습니다. 중국이라는 훨씬 큰 시장에서 직접 물류창고를 짓고 자체 배송을 하며 매출원가율이 평균 85% 정도 하는 징동닷컴도 매출이 100조 원 정도 돼야 1조 원 정도 영업이익이 나옵니다. 쿠팡에 대입해 보면 매출이 어느 정도 되야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50조? 60조? 한국 시장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입니다.
징동닷컴과 쿠팡의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요. 징동닷컴은 초기부터 물류 자동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회사였습니다. 징동닷컴 물류창고의 물류자동화율은 85%(SSG 약 80%, 쿠팡 10% 내외 추정)에 달하는데요. 자동화율이 10% 남짓에 불과한 쿠팡이 징동닷컴 정도의 매출을 거둔다고 과연 흑자전환이 가능할까요?
답은 여러분들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