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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가상 시대’가 열렸다. <제페토>나 <이프랜드>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나를 대신하는 ‘너’가 가상에서 활동한다. 처음 보는 이들과 만나서 카페에 가거나 놀이동산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또 다른 메타버스 <게더타운>에 모여서 회의를 하기도 한다. 정작 나는 코로나19로 집에서 격리되었는데도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실의 나는 그 어디에도 실재하지 않지만, 이미 가상세계 안에서 나를 대신하는 ‘너’가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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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상의 '너'가 현실의 '나'를 대체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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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가상 시대’가 열렸다. <제페토>나 <이프랜드>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나를 대신하는 ‘너’가 가상에서 활동한다. 처음 보는 이들과 만나서 카페에 가거나 놀이동산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또 다른 메타버스 <게더타운>에 모여서 회의를 하기도 한다. 정작 나는 코로나19로 집에서 격리되었는데도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실의 나는 그 어디에도 실재하지 않지만, 이미 가상세계 안에서 나를 대신하는 ‘너’가 움직이고 있다.

 

나같은 너, ‘가상인간’의 등장

가상인간 등장
서울 여의도동 KB국민은행 인사이트점에 배치된 AI은행원 (출처: 한경 비즈니스)

 

나를 대신하는 캐릭터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나’같다. 그래서 깜짝 놀란다. 도플갱어가 따로 없을 정도다. 바로 ‘버추얼 휴먼’이라고 불리는 가상인간이다. SF 영화에서나 보던 캐릭터가 이제는 광고와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기상캐스터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수 MBC에서는 AI 기상캐스터가 날씨 소식을 전하고,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에서는 디지털 키오스크에 AI 은행원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물론 아직 은행원이라고 하기엔 원하는 업무를 안내하는 ‘안내원’ 수준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역시 가상인간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최근 ‘유아(YuA)’라는 신인 가수가 앨범을 발매했는데, 이 역시 가상세계의 인간이다. 그녀는 지난 2월 YG케이플러스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앞으로 방송, 유튜브, 공연, 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가상인간이라는 것만 빼면 그야말로 떠오르는 샛별인 셈이다.

 

핫 인플루언서로 이미 광고계를 점령하고 있는 인물도 있다. 바로 22살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다. 신한라이프 TV 광고로 얼굴을 알린 로지는 지난해에만 약 10억 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올렸다.

 

인플루언서 로지
(출처: 로지 인스타)

 

이렇게 가상인간이 주목받으면서 여러 게임사 및 IT 기업에서 속속 신기술을 접목해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크래프톤이다. 그들은 가상인간의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을 극대화하기 위해 ‘리깅’이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리깅이란 안면 근육을 포함해 신체 모든 부위를 세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이를 통해 인간과 극도로 닮은 가상인간을 볼 때 불쾌감을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최대한 해소하는 것이 목표이다.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어서 약간의 불쾌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기술로 뛰어넘고 있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연습생과 같은 일종의 교육 과정까지 거친다. ‘모션 캡처’와 ‘페이스 캡처’와 같은 기술 작업을 거쳐 실제 인간의 관절과 얼굴에 부착한 전자 마커의 움직임을 카메라가 인식해 현실의 움직임을 가상인간에게 주입시킨다. 이쯤 되면 ‘가상’을 떼어도 될 수준이다.

 

 

가상인간의 윤리적 발전

메타버스가 등장하면서 가상인간 개발의 흐름은 더 빨라졌다. 나를 대신해 가상세계에서 활동할 가상인간이 ‘나’ 다울수록 더 몰입이 쉬우니까. 더욱이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 사실 태어나면 죽고 시간이 흐를수록 노화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가상인간에게 노화나 질병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셈이다. 그들은 아프지도 않는다. 사고로 죽을 수도 없다. 활동하는 것에 있어서 무한 체력을 지닌 셈이니 한계도 제약도 있을 수 없겠다. 게다가 여러 공간,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묘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왜? 가상인간이니까!

 

가상인간 모델 로지
가상인간 모델 로지 (출처: 마틴골프)

 

인공지능과 하이퍼 리얼리즘의 극대화로 음성인식(STT, Speech To Text)과 음성합성(TTS, Text To Speech), 그리고 ‘보이스 투 페이스(VTF)’ 등의 기술을 적용해 가상인간과 실제 현실 사람 간 실시간 소통을 개발하는 움직임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VTF를 적용하게 되면 현실의 내가 우는소리를 낼 때 가상인간도 슬픈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된다. 마치 호접몽처럼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구별이 안 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신 긴 기술의 과정을 거치겠지만.

 

이처럼 영화 <아바타>나 에서 봤던 것처럼 우리가 가상인간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는 시대가 정말 다가왔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대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기술이 계속 진보하면서 그들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갈수록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가상인간 앞에서 우리는 그들을 대하는 자세마저 아직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

 

AI에 관심이 많다면 지난해에 일어난 ‘이루다 사건’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이루다는 주식회사 스케터랩에서 만든 AI 챗봇으로 각종 메신저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발됐다.

 

AI 친구 이루다
(출처: 이루다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이루다는 악성 이용자들의 성희롱 발언, 그리고 이루다 자체의 혐오 발언과 개인정보 유출 의혹 등으로 세상에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이용자들과 작별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루다를 더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 적용한 ‘딥러닝 알고리즘’을 현실의 악성 이용자들이 악용해 혐오 문장을 그대로 학습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다행히 이루다는 ‘2.0’으로 다시 돌아왔다. 현재 오픈 베타 테스트를 다시 시작했고, 어뷰징 대응과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했다.

 

버추얼 휴먼
(출처: 기획재정부 경제e야기 블로그 중 버추얼 휴먼 편)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자. 가상인간을 만드는 건 아직 현실 세계의 인간들이다. 가상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기술은 발달했지만, 그들을 지켜내야 할 일종의 ‘윤리’와 법’에 대한 것들은 마련되거나 관리되지도 못한 상황이다. 물론 아직 그런 요구가 현실의 사람들에게 다가올 만한 어떤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더욱이 아직 그들에게 전혀 불쾌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기상캐스터로, 은행 안내원으로, 가상세계의 연예인으로 활용할 계획만이 있을 뿐이다.

 

 

가상세계와 가상인간의 명'암'

물론 아직 이렇다 할 ‘사건’도,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가상인간의 탄생과 그들의 활약이 갈수록 눈부시지만, 우리는 그들의 사회적 윤리적 쟁점을 아직까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신 ‘영화 속 최악의 상황’은 없을 거라고 자신한 채 관련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제법 익숙하게 메타버스를 설명하고, 출근 대신 컴퓨터 전원을 키는 시대가 도래했다. ‘가상인간’의 인간성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때 온 것이다. 인간과 정말 흡사하게 만드는 데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세계와 가상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평범한 수단이 필요하다.

 

인기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는 간혹 보기에 불편한 복장과 언행을 구사하는 ‘캐릭터’들이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그들의 사용자들 대부분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이다. <제페토>뿐만 아니라 많은 메타버스에서 가상인간을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가 행해지면서 점차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한유아 인스타그램
(출처: 한유아 인스타그램)

 

가상세계는 아직 어떤 법적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 가상인간이라도 해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을 다루는 우리의 태도를 생각해야 한다. 법적으로 사람이 아닌 만큼 온갖 불법 요소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가상인간을 이용해 불법 합성 음란물이 유통되더라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 인간다운 가상인간과 또 다른 현실인 가상세계의 기술력을 강조하면서 정작 이를 활용하는 현실에서는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되는 상황이다.

 

 

가상세계에서 현실의 ‘나’가 고려할 것은?

메타버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건 현재의 젊은 층들이다. 온라인에서 소비되고 생산되는 콘텐츠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있는 시대. 게다가 대부분 10대 비중의 소비 및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환경 변화에 뒷받침되어야 할 디지털 윤리 정책 마련에 대한 움직임도 함께 동반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더불어 현실의 '나'도 여러모로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 가상인간의 영역이 점차 확대될수록 내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 특히 ‘노동’이라는 활동을 고려했을 때 내 능력이 활약할 수 있는 범주가 점차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반대로 가상세계의 그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상세계와 그 속의 인물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을 통해 어떤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생산적으로 고민해야 할 단계가 왔다. 이는 결국 상상력과 창의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라는 반증일 테니까. 물론 디지털 윤리와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지속적인 인식과 태도가 기반이 된 기획력은 필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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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13년차 사업개발 PM, 현재는 기획자.
읽고 쓰는 창의 노동자로서, 일상의 공부들을 꾸준히 배우고 익혀서, 결국 잘 써먹는 삶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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