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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오픈벨을 울리며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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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오픈벨을 울리며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쿠팡.
1년여가 지난 현재, 한때 100조 원에 이르렀던 기업가치는 반 토막이 났고 연이은 적자행진에 시장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쿠팡은 왜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계획된 적자는 언제까지 이어지는 걸까요?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에 목숨 거는 이유 이후 1년간 이날만을 기다려온 서점직원의 역작! 이번 시리즈를 통해 쿠팡이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커머스의 기본으로 돌아가 봅시다.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이커머스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이 뭘까요? 매장 임대료, 공과금, 인건비 등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때 지출되는 고정비와 운영비가 온라인몰에는 없거나 현저히 적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상품값에는 이런 고정비가 상품 가격에 녹아들어 있지만 온라인몰은 기본적인 운영비가 적어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죠.
자, 이제 쿠팡의 재무제표를 한번 살펴봅시다.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거래를 중계하는 타 오픈마켓에 비해 상품을 매입해 직접 배송하는 쿠팡은 상품 매입비와 물류비가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쿠팡이 주장하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증가하는 만큼 상품 매입비 비중이나 물류비용이 감소해야 흑자전환이 가능합니다.
쿠팡의 매출원가는 상품매입비 + 물류비로 구성됩니다.
쿠팡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높은 매출을 이용해 물건을 대량으로 싸게 사오거나(상품매입비 하락) 동일한 물류비용, 즉 물류센터의 규모나 인원은 유지한 상태에서 더 많은 물건을 배송할 수 있으면(물류비 하락) 쿠팡이 말하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집니다.
그럼 매출원가 추이를 보면 쿠팡이 과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겠죠?
20년 대비 21년 쿠팡의 매출은 53.81% 성장했습니다.
20년과 21년 분기별 매출원가 추이와 판관비 추이를 보면 큰 변동 없이 비슷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쿠팡의 다른 재무제표 항목들(매출, 채무 등)은 진폭이 심한 반면 매출원가와 판관비 비중은 나름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쿠팡이 말하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면 ‘매출원가 비중이 꾸준히 하락하던가’ 아니면 ‘판관비가 꾸준히 하락하던가’ 둘 중 하나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쿠팡은 매출이 느는 만큼 매출원가와 판관비가 비슷한 비중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이는 규모의 경제와 거리가 조금 먼 사업모델을 영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0년과 21년, 증권사의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쿠팡이 연 매출 20조를 달성할 수 있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는데요. 21년 쿠팡의 연 매출이 20조를 넘었는데도 흑자전환을 하기는커녕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쿠팡의 재무제표 중 불가역적 항목, 쿠팡 덕평센터의 화재비용 손실 규모를 보면 2억 9550만 달러(한화 약 3600억 원)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21년의 전체 순손실 15억 4259억 달러(한화 약 1조 8700억 원)에 화재비용 손실 규모를 제외하더라도 쿠팡은 21년도에 약 1조 5000억 원 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쿠팡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쿠팡의 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매출원가(상품매입비+물류비)입니다(약 83%). 이 중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물류비입니다. 상품매입비는 구매 단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지만(공산품의 도매 마진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물류비는 시스템을 자동화하거나 효율화하면 동일한 규모의 설비와 인원으로 더 많은 택배를 처리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설비와 인원을 유지한 상태에서 배송 건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던가, 자동화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배송 건수를 늘린다.
결국 쿠팡 적자 탈출의 핵심 키포인트는 물류비용의 절감입니다.
그런데 쿠팡 물류센터는 규모가 커진다고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구조가 아닙니다. 오히려 주문량이 늘어날수록 인건비와 물류센터 운영비용도 늘어나는 서비스업과 같은 형태를 띱니다. 이유가 뭘까요?
아래 내용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조용현님의 석사논문 「자동화, 대형화로 인한 물류센터의 건축적 변화에 대한 고찰 : 쿠팡, 이마트, Amazon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2020)」에서 발췌했습니다.
답은 자동화 비율의 차이입니다. 아마존, 이마트, 쿠팡 물류센터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아마존, 쿠팡, 이마트의 물류센터를 비교하면 이런 느낌인데요. 물류센터 구조에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물류센터의 공정을 8단계로 나눠서 각 공정별 자동화 비율을 표로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3개 기업 물류창고 자동화와 인력 비율 비교표입니다.
아마존은 사람이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하나 로봇과 기계를 최대한 활용해 물류효율을 높였고 SSG(쓱)은 인력 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아마존이 자동화하지 못한 창고 분류까지 자동화에 성공했습니다. 반대로 쿠팡은 물류 전반에 있어 사람에 극도로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쿠팡의 물류센터가 규모의 경제가 안되는 이유, 처리하는 물동량이 많아질수록 비용도 증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동화가 안되는 인력에 의존하는 물류센터 구조. 기계는 24시간 굴릴 수 있지만 사람은 24시간 굴릴 수 없으니까요.
SSG닷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 001~003는 물류작업과정의 80%가 자동화돼 있다. (중략)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작업자가 일일이 찾으러 가지 않고, 셔틀과 트레인을 활용해 작업자에게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SSG닷컴 물류센터 3곳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각각 250~300명 안팎이다.
쿠팡은 (중략) 상품을 주문빈도 · 재고 등을 고려한 알고리즘에 따라 배치해 놓으면 작업자가 가지러 간다. 부천시에 따르면 지난 5월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근무한 인력은 1600여 명에 달했다. 그중 상시 근무자는 1000여 명, 나머지는 일용직 근로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물류센터 설계부터 SSG는 자동화를 염두해서 설계했고, 쿠팡은 인력에 의존한 물류센터 설계 방식을 택했습니다. 애초 설계부터 방향성이 달랐던 겁니다.
쿠팡은 왜 자동화가 아닌 인력에 의존해 인건비가 많이 드는 물류센터 설계 방식을 택했을까요. 아래 기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마존보다 낫다"…美도 인정한 쿠팡의 '비밀 병기'는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쿠팡도 초기엔 아마존 물류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중략) 로봇을 배치하려면 적어도 10만 평 부지의 땅 위에 물류 시설을 지어야 한다. 한국에서 이 같은 땅을 여럿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동화가 가능한 물류센터를 구축하는데 10만평 정도의 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고양스타필드와 하남 스타필드가 각각 3만 평 규모 대지라는 걸 생각하면 산지가 많은 국내 지형 특성상 수도권 인근에 10만 평 정도 되는 빈 땅을 찾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시아 1위, 세계 3위 물동량을 자랑하는 CJ대한통운의 곤지암 메가 허브 대지면적이 3만 1559평인 것을 생각해 보면 더더욱 그렇죠.
건축비용도 문제인데요. 포장 없이 택배 분류만 담당하는 대지 3만평/건축면적 9만평 규모의 곤지암 메가 허브 공사비가 3819억이고 SSG가 부산에 짓겠다고 한 물류센터 건립비가 2200억입니다. 통상적으로 일반적인 물류센터 건립에 1000억, 자동화 설비를 갖추면 2000~3000억 정도의 건립비용이 드는데요.
쿠팡이 최근 발표한 물류센터 중 완주 물류센터(대지 4만 5천평/건축 9만 9천평/1300억), 함양 물류센터(대지 5만 5천평/건축 2만 3천평/720억)의 건축비용을 생각해 보면 다른 물류센터 건축비용과 비교했을 때 절반 이상 건축비용이 저렴합니다. 쿠팡이 다른 회사처럼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물류센터를 지으려면 현재 건축비용의 최소 2배에서 3배의 물류센터 건립비용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쿠팡의 수도권 물류센터 중 대다수가 임대라는 걸 고려해 보면 토지비용까지 합쳐 물류센터 건립비용에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합니다.
쿠팡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했습니다. 쿠팡의 가장 큰 경쟁력이 로켓배송인 걸 생각해 봤을 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많은 물류센터를 빠르게 만들어서 점유율을 높여야 했죠.
자동화 방식의 물류센터를 지으려면 돈도 많이 들고 대규모의 토지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건축하는데 최소 2년에서 3년의 긴 기간이 필요하죠. 하지만 자동화를 포기하면 대규모 토지를 찾을 필요도 없고 물류센터 조성비용도 절반 이상으로 줄어듭니다. 이미 건축되어 있는 물류센터에 설비만 투입해서 빠르게 물류센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쿠팡이 빠르게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동화를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자동화 물류센터를 고집했다면 현재와 같은 폭발적인 매출 상승과 시장 점유율 확보는 불가능했겠죠. 그 물류센터가 지금 쿠팡의 가장 큰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고요.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① 쿠팡의 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상품구입비와 물류비이다.
② 상품구입비는 단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③ 물류비는 자동화가 되면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
④ 쿠팡은 물류센터 자동화 비율이 경쟁사에 비해 낮다. 인력이 의존해 물류센터를 운영.
⑤ 자동화 비율이 낮으면 주문이 늘어날수록 고용해야 되는 인력도 늘어난다(인건비 증가).
⑥ 인력에 의존하는 물류센터는 자동화 물류센터에 비해 건축비용과 건축 기간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⑦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기 위해서는 전국 각지에 최대한 빠르고 많은 물류센터 건축이 필요하다.
⑧ 빠르게 물류센터를 확보하려면 자동화 물류센터를 포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쿠팡의 매출원가와 물류센터를 통해 쿠팡이 왜 적자 탈출이 어려운지 살펴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위의 내용에 이어 업계 전반적인 상황을 통해 적자 탈출이 어려운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