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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라는 키워드가 세상에 등장한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e스포츠 업계의 일은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업계에 다양한 직업들이 존재하지만 프로게이머 외에는 관심을 받기 힘들뿐더러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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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라는 키워드가 세상에 등장한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e스포츠 업계의 일은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업계에 다양한 직업들이 존재하지만 프로게이머 외에는 관심을 받기 힘들뿐더러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e스포츠에 관심이 생겨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도 실질적인 조언이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 하여 이번 e스포츠 직업 톺아보기 시리즈를 통해 e스포츠와 관련된 각 직업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다섯 번째 시간에는 e스포츠 리그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방송 제작 분야 직무들에 대해 알아보자.
방송 제작 분야는 e스포츠 업계 중에서도 가장 취업 기회가 많은 곳이라 볼 수 있다. 수많은 e스포츠 종목들이 연간 플랜을 세우고 대회를 개최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기업들도 자연스레 일감을 나눠 갖는 구조다.
특히 지난 2020년에 e스포츠와 게임 전문 케이블TV 채널인 ‘OGN’과 ‘SPOTV GAMES’가 연달아 폐국하면서 중소규모 프로덕션에서의 e스포츠 방송 제작 비중은 크게 늘어났다. 자체 경기장을 보유하고 있는 아프리카TV와 VSPN, 빅픽처인터렉티브가 다양한 e스포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WDG, 더플레이스튜디오 같은 소규모 업체들도 <오버워치>나 <레인보우식스: 시즈> 등 특정 종목의 대회를 전담하고 있다.
e스포츠 방송 제작 전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에 들어오면서 제작사들이 호황이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리그와 이벤트가 많아지면서 일이 끊이질 않고 있다”라며 현재의 업계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이처럼 일이 끊이질 않기 때문에 방송 제작은 직원 채용이 가장 활발하면서도 꾸준한 분야이다. 방송 제작에는 다양한 직무가 있지만 e스포츠에 특화된 포지션으로는 PD와 작가, 옵저버 등이 있다.
기본적으로 PD는 e스포츠보다는 방송을 전공한 사람들이고, 방송 업무에 특화돼 있다. 그러나 e스포츠 콘텐츠를 담당하는 PD는 자신이 맡은 게임이나 종목에 대해 이해가 떨어지면 팬과 시청자가 원하는 멋진 그림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
때에 따라서는 PD들이 대회 기획을 도맡기도 하는데, e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해당 종목에 어울리지 않는 진행 방식을 도입해 비판을 받기도 한다. 실제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던 PD가 e스포츠 대회를 전담했다가 순위 산정 기준을 잘못 잡는 바람에 한 시즌을 마친 뒤 규정이 수정된 사례도 있다.
또한 옵저버들이 잡아내는 게임 화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을 골라낼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옵저버들이 활동한다 해도 PD가 엉뚱한 장면을 내보낸다면 그 대회는 결코 흥할 수가 없다. 따라서 게임에 대한 이해도는 e스포츠 PD의 필수 요소다.
특히 모든 e스포츠 대회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데, 이때 PD는 모든 것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카메라 감독, 조명 감독, 음악 감독, 특수효과 등 업무가 세분화된 업무를 지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OGN과 SPOTV GAMES가 폐국했지만 많은 PD들이 아프리카TV나 VSPN 등으로 이직하여 이전에 해왔던 업무를 이어나가고 있다. 덕분에 제작된 콘텐츠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경기장이 없는 소규모 스튜디오에서는 PD의 역할이 달라진다. 선수들은 각자 연습실이나 집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는 선수들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캠화면과 옵저버가 잡고 있는 게임 화면, 그리고 중계진과 자료 화면만 송출하면 된다. 관리해야 할 요소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앞서 언급된 PD의 역할보다는 축소된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에는 규모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e스포츠 리그가 온라인으로 치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케이블 채널의 폐국으로 인해 변화하는 모습들도 있다. 방송사를 통해 데뷔하는 것이 아닌 유튜브 채널을 통해 데뷔하는 PD들도 생겨나고 있는 것. 같은 PD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둘의 성향은 크게 다르다.
케이블 채널 출신의 한 PD는 “방송국에서 근무하던 PD들은 방송심의규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정석대로 움직인다. 반면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PD들은 트렌드와 밈(meme), 유머, 재미 등에 집중하기 때문에 맞춤법 같은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두 집단을 비교했다.
정리하자면 기존 방송사 출신 PD들은 기본기가 탄탄한 반면 참신한 아이디어가 부족할 수 있고, 반대로 유튜브 출신 PD들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유머감각을 가진 대신에 방송 환경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유튜브가 방송업계의 기본 플랫폼이 되면서 게임이나 e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방송 제작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추후 PD 생태계의 모습이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생방송에는 기본적으로 구성작가라는 포지션이 존재한다. 방송되는 대회의 개요, 주요 관전 포인트 등 중계진에게 필요한 멘트들을 정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e스포츠 대회 방송에는 이와 더불어 기록작가라는 별도의 포지션이 존재한다.
기록작가는 주로 경기에 나서는 양 팀 혹은 선수들의 이전 경기 기록들을 토대로 관전 포인트를 짚어내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경기에서 특정 팀이 첫 킬을 먼저 가져갔을 때, 혹은 첫 드래곤 사냥에 성공했을 때의 경기 승률이나 경기 시간에 따른 승률 변화 등이 표시될 때가 있다. 이런 것들이 기록작가로부터 나오는 콘텐츠이다. 한마디로 경기 시작 전은 물론이고 진행 중에도 경기를 한층 더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기록작가는 구성작가보다 해당 게임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야 하고, 선수들과 각 팀의 역사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각종 기록들을 수집하고 비교 분석해 이를 흥미 있고 유의미한 스토리로 변환시킬 수 있는 바꿀 수 있는 응용력과 창의력이 요구된다.
흔한 직무는 아니기에 기록작가를 위한 구체적인 채용 기준은 없다.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기록작가들은 “블로그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데이터를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스포츠는 카메라 감독이 선수들의 역동적인 장면들을 담아낸다면 e스포츠에서는 옵저버(Observer)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옵저버는 게임연출가로 불리기도 하는데, 게임 내의 관전 시스템을 활용해 선수들의 화면을 잡아낸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발로란트> 같은 다수의 인원이 한 번에 게임을 하는 종목을 중계하려면 많은 인원의 옵저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빠르게 변화하는 화면 속에서 멋진 장면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계 상황마다 다르지만 팀 단위 게임의 경우 최소 2명에서 많게는 4~6명까지 옵저버가 활동한다.
각 게임마다 관전 시스템이 마련돼있지만 옵저버는 단순히 게임 화면을 보여주는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 경기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어떤 구간에서 교전이 일어나거나 중요한 장면이 나올지, 또 어떤 선수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등 게임을 분석하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은 필수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경기 내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와드의 위치나 게임 내에서 활약하는 특정 선수의 아이템 테크트리 등을 짚어주기도 한다. 그러면 중계진은 옵저버가 비추는 화면을 보고 그 의중을 파악하여 관련 내용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OGN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오버워치 APEX 대회’에서는 여러 명의 옵저버가 참여했는데, 프로게임팀 못지않은 합을 자랑하면서 오버워치 e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멋진 장면들을 수시로 연출해 팬들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옵저버들은 리그의 흥행이나 제작 완성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옵저버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게임 이해도를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프로게이머 출신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옵저버는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은퇴 후 직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옵저버들은 프로덕션에 소속돼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운영대행사 소속인 경우가 많다. 각 방송 제작 업체들은 필요에 따라 운영대행사를 쓰는데 옵저버들 중 일부만 회사와 계약돼 있고, 일부는 단기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e스포츠 리그가 매일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영대행사 입장에서는 정직원 채용이 부담스러워 추가 인력이 필요한 경우에만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옵저버를 쓰고 있다. 따라서 공개 채용보다는 선수 출신들의 인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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