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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상식사전] PC통신은 어떻게 인터넷이 되었는가?

한국 PC통신
출처 : pixabay

 

2000년대 초반, ‘닷컴열풍’에 빠져 있던 한국 IT 업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각종 IT 이슈가 언론을 장식하면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형태는 좀 달랐지만, 미국발 거품 붕괴가 한국도 강타를 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또 하나의 중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설치하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PC통신이라는 온라인 공간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인터넷으로의 대 이주가 시작된 것입니다. 세기말 1990년대 극 후반부터 조짐이 있기는 했지만, 2000년에서 2003년 IT 업계에 변화가 생기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싸이월드, 아이러브스쿨이 이때 서비스를 시작했고, 야후의 식당 메뉴판 같은 카테고리형 검색엔진이 강력한 권력을 쥐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1990년대부터 준비를 해오던 다음과 네이버가 신성으로 등장하였습니다. PC통신의 대화방과 동호회는 점차 활력을 잃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하나둘씩 문을 닫았습니다. 대규모 PC통신 동호회의 운영자였던 친구가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깔았더니 좋아서 잠이 안 온다’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곧 인터넷이었습니다.

 

새로운 변화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이 시기에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IP/CP 전환 사업이 있었습니다. IP(Information Provider) 사업자를 CP(Contents Provider) 사업자로 전환하는 사업이었는데, 여기서 IP는 PC통신에서 활동하던 정보 제공업자이며, CP는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즉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단계를 정부에서 지원했던 것입니다.

 

IP 업을 하는 사람들은 PC통신에서 증권, 뉴스, 스포츠, 운세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돈을 벌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때의 정보 수준은 단순한 텍스트 수준이었고, 단방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이 쌍방향 성격과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유형을 가진 인터넷 콘텐츠 제공 업자로 변모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물론 그때는 그 의미를 전부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이 시기에 PC통신에서 활동하던 동호회가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카페 서비스로 점차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PC통신은 급격하게 위축되었으니, 4대 PC통신 업체인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은 하나씩 서비스를 중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화선을 이용하여 주로 국내 컴퓨터끼리 정보를 주고받던 PC통신에서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활용하여 전 세계인들의 컴퓨터와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1990년대를 주름잡던 PC통신 서비스가 몰락하고, 본격적인 인터넷 서비스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김대중 정부의 주도로, 초고속 정보통신망이라는 인프라가 갖추어졌기 때문입니다.

둘째로는 개인용 컴퓨터의 급격한 보급입니다. 무어의 법칙으로도 알 수 있듯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의 성능이 급격하게 좋아지면서 대신 가격은 저렴해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덕분에 누구나 PC를 갖게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국가의 정보화 시대를 대비한 PC 교육과 지속적인 홍보 PC 보급 정책도 한몫했습니다.

셋째로는 상위 2개의 조건이 갖춰지면서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인터넷 접속 업체가 생겨난 것입니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TCP/IP 프로토콜 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등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들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인터넷 접속을 편리하게 대행하는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상용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인터넷 시대가 아닌 웹의 시대

가장 결정적인 것은 웹 브라우저의 등장입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1990년대 PC통신시대를 거쳐서 2000년대 인터넷의 시대로 넘어갔다고 이야기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웹의 시대로 전환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인터넷은 PC통신 이전에도 있었는데 웹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웠으며, 기술적으로도 한계가 많았습니다. 웹이 등장하면서 인터넷의 활용도가 급격하게 좋아졌지만, 여전히 인터넷을 일반인들이 사용하기는 어려웠으니 학계나 연구소 등에서 활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웹 브라우저가 등장하면서 드디어 일반인들도 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인터넷, 정보의 바다에 본격적으로 접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웹브라우저
출처 : pixabay

 

초창기 웹 브라우저는 1990년대 중반에 등장한, 인터넷 사업체와 IT 업체에 ‘묻지 마 투자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항해사라는 뜻을 가진 내비게이터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웹 브라우저는 한국인들 중에서 얼리어답터 정도만 사용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윈도우로 운영체제 시장을 제패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익스플로러를 내놓으면서 대중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익스플로러가 탁월하게 편리했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나중에 독점방지법 위반으로 대규모 소송까지 벌어졌던 MS의 끼워 팔기 덕분입니다. 윈도우를 설치하면 자동으로 익스플로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따로 웹 브라우저를 설치하지 않아도 일반인들이 편안하고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특히 윈도우98부터 내비게이터에 견줄만한 양호한 성능을 가진 익스플로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이 익스플로러를 통해서 인터넷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두루넷, ADSL 등을 통해서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2002년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1,000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PC통신은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관련 업체들은 하나씩 폐업을 하거나 포털 서비스로 전환하게 됐고, 웹의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PC통신 시대에서 웹의 시대로 전환하게 되면서 속칭 ‘인터넷의 시대’로 되었습니다.

 

MS 익스플로러
출처 : pixabay

 

외국의 경우 프랑스, 미국 등에서 한국보다 약간 빠르게 PC통신 시대가 있었고, 1990년대 중후반에 인터넷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뒤늦게 시작한 한국이 서구 선진국보다 PC통신 시대나 웹의 시대가 몇 년 차이 나지 않게 발맞출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이 서구 이외에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컴퓨터 통신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초고속 인터넷 시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시작하는 선도 국가였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IT 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전 정부에서 외국 정상이 찾아왔을 때, 당시 우리나라 대통령이 “건설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라고 하니 “그건 됐고, 한국의 IT 이야기나 합시다”라고 했던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일화입니다.

 

 

인터넷 전환의 의미

1997년 가을에 개봉된 영화 <접속>의 주인공들은 4대 PC통신 중 유니텔을 사용했습니다. 유니텔은 천리안, 하이텔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는데, 기존 파란색의 단조로운 PC통신 접속 환경과 달리 약간의 색깔과 이미지를 가미하여,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시로서는 나름 차별화된 최신 통신 환경으로 보이고자 노력했던 것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데, 기존의 연인과 관련한 각기 다른 사연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두 남녀가 PC통신이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아픔에 점차 공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서로에게 호기심과 매력을 느끼며 가까워지고 새로운 사랑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온라인 공간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통한, 새로운 만남의 형식입니다. 낯선 제3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터놓게 되는 특이한 경험, 그리고 익명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솔직하고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제3의 누군가,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 다수의 생각과 정보를 이렇게 편리한 방식으로,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비록 전문적인 정보는 여전히 단방향이지만, PC통신은 새로운 만남의 형식, 관계 맺음을 가져다주었고, 사람들은 점차 이러한 온라인 공간에 매료되었습니다.

 

PC통신 접속
PC 통신의 만남을 주제로 한 영화 ‘접속’ (출처: 네이버영화)

 

전화선을 이용한 통신에 자칫 전화비가 폭증하기도 하고 전화가 불통이 되면서 중요한 전화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거나 수화기를 들면서 갑자기 통신이 끊기면서 가정 내 웃지 못할 갈등의 요인이 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형식의 만남에 대한 욕구는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PC통신에서 웹 시대로 전환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형식적으로는 컬러풀한 화면에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내용적인 측면을 요약하자면, 커뮤니티와 커머스(Commerce,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었고, 그 방식이 진화하였으며 콘텐츠의 질과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윈도우와 끈끈하게 결합된 웹 브라우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범주가 전 세계인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콘텐츠를 더욱 구조적이고 가치 있게 활용하고 작성할 수 있는 월드와이드 웹이 있었으며, IT 거품의 몰락과 함께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더욱 쌍방향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키려는 많은 서비스 업체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의미를 철학적으로 정리하자면, 만남에 가치가 덧붙여졌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더 가치 있는 정보가 공유되었고, 더 가치 있는 만남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단순한 위로와 낮은 수준의 정보와 대화를 주고받던 만남을 넘어 서로가 가진 최고의 알맹이를 나눌 수 있고, 그것을 통해 각자가 발전하면서 더 가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입니다. 결국 PC통신에서 웹의 시대로 전환하면서 만남의 가치가 높아졌듯이 앞으로 다양한 IT 기술이 이러한 상황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물론 첫 온라인 만남이라는 PC통신의 신선한 경험과 그때 쌓인 추억으로 인한 향수는 전도연과 한석규가 서로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강렬한 느낌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남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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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닷컴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뉴밀레니엄 시기, IT 벤처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한때 IT 콘텐츠 업체를 창업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최고의 콘텐츠를 찾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출판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IT와 출판 분야에서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 콘텐츠와 온라인 네트워크의 결합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다. 저서로 SNS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안을 제시한 <소셜네트워크, 야만의 광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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