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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커머스③: BNPL은 국내에서도 뜰 수 있을까?
작년 이마트가 이베이 코리아를 인수했다는 건 다들 아실 텐데요. 이베이 코리아가 매각하면서도 끝까지 지킨 부서가 하나 있었다는 걸 알고 계시는 분들은 많이 없을 겁니다. 이베이는 판매자 수출지원 전담 조직인 크로스 보더 트레이드 사업부는 이마트에 넘기지 않고, 자회사인 이베이 재팬으로 이관시켰습니다. 이베이가 한국 사업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쥐고 있다는 건 그만큼 매력적인 것을 의미하겠지요?
여기서 크로스 보더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물건을 거래하는 것으로 해외 직구와 역직구를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크로스 보더 시장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 전체에서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2027년까지 연평균 27.4% 성장이 전망되어 미래도 밝습니다. 이 정도면 이베이가 팔지 않고 챙길만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크로스 보더 시장 현황은 어떨까요?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국내에서 해외 직구 시장은 오래전부터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한 트렌드 중 하나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해외에서나 즐기는 걸로 알려졌던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절(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등에 쇼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요. 몰테일과 같은 배송대행 서비스가 핫하게 뜨기도 했습니다. 실제 온라인 쇼핑 해외 직구 구매액은 2020년에 2017년 대비 83%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아마존과의 협업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11번가가 이와 같은 해외 직구 트렌드를 노린 대표적인 플랫폼입니다. 작년 8월 아마존 해외 상품 구매를 쉽게 할 수 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효과는 굉장히 미미했습니다. 11번가가 날린 회심의 한 수는 제대로 통하지 못했는데요. 그 이유는 4조 원 정도의 규모로 200조 원에 가까운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전체 온라인 시장 자체의 성장률이 오히려 해외 직구 시장보다 큽니다. 이것만 보면 크로스 보더 트렌드는 아직 국내 시장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보입니다.
하지만 크로스 보더를 단지 해외 직구만으로 국한시킬 수 없습니다. 크로스 보더는 더 많은 것들을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 MBC ‘PD 수첩'은 쿠팡의 아이템 위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송을 내보낸 바 있습니다. 여기서 중국 셀러들이 아이템 위너 제도를 이용하여, 국내 판매자들이 쌓은 리뷰나 평점을 뺏고, 더 나아가 가품 등의 문제를 양산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차이나 셀러의 습격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국내 오픈마켓의 대부분은 중국 도매시장 발 상품들이 지배하고 있었는데요. 무재고로 쇼핑몰을 운영하며, 주문이 들어오면 알리바바 등에서 물건을 주문하여 판매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다만 쿠팡의 다른 점은 중국 판매자들이 직접 들어오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뿐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모를 뿐 크로스 보더는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저렴하다고 구매하는 인터넷의 물건들은 중국에서 물 건너온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동대문 의류 시장에도 중국산 제품들이 넘쳐나고, 발 빠른 판매자들은 중국 도매 플랫폼을 통해 이를 더 싸게 들여오기도 할 정도니 말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일부 가품 이슈가 아니라, 중국 판매자 혹은 생산자가 직접 크로스 보더 풀필먼트를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상품 품질 이슈는 생산처가 해외에 있는 경우 언제든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생산자들이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한국 시장에 직진출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많은 판매자들이 중국 도매 시장에서 나오는 상품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이 중간 마진 없이 진출하면 당연히 소비자들은 이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는 도매뿐 아니라 상당수의 브랜드들에게 무섭게 다가오는 일인데요. 사실 패션은 물론 리빙, 심지어 가전 브랜드까지 일부 제품은 중국 생산된 상품을 라벨만 갈아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이 차별화된 생산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브랜드에게도 크로스 보더 풀필먼트의 확대는 위기로 다가올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제품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팔리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위기와 기회는 같이 온다고, 크로스 보더 풀필먼트의 확산이 꼭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악영향만을 끼치는 건 아닙니다. 해외 셀러나 생산자들의 국내 침투가 용이해진다는 건, 동시에 국내 브랜드, 셀러들의 해외 진출의 길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아마존 글로벌 셀링 콘퍼런스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아마존, 라자다, 위시 등 크로스 보더 플랫폼들은 국내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코로나 이전만 해도 큰 강당 등을 빌려, 대규모 콘퍼런스들을 수차례 개최하며 셀러들을 공격적으로 모집했습니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옮겨 이를 반복하고 있고요.
그리고 이러한 기회를 잡아 성공하는 브랜드들도 등장하고 있는데,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김치 시즈닝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김치 시즈닝은 애초 개발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했다고 합니다. 과거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요. 제품 개발이야 한다고 해도, 해외 판로를 뚫는 것은 작은 중소 브랜드들이 꿈꿀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마존이라는 채널을 믿고 과감하게 해외 시장에 배팅한 결과, 아마존 칠리 파우더 부문 랭킹 1위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해외 크로스 보더 플랫폼들이 국내 브랜드와 셀러들을 눈독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말 한국 브랜드와 셀러가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우선 숫자는 가능성이 크다는 걸 보여줍니다. 국내 셀러들이 직접 해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역직구 시장은 2014년 이후 6년 만에 8배 이상 성장했을 정도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같은 기간 직구 시장은 3.5배 커지는데 그쳤고, 역직구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6조 원으로 직구 시장을 뛰어넘었을 정도입니다.
특히 최근 한국 대중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엄청나게 큰 매력 포인트입니다.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가 크게 올랐으며, 지역적인 범위도 아시아를 넘어서 북미나 유럽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화적 위상의 상승은 소비재 품목 수출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있을 정도인데요.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호감은 곧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역직구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고, 글로벌 플랫폼들이 한국 셀러들과 브랜드들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크로스 보더 트렌드는 해외 직구뿐 아니라, 해외 브랜드의 직진출과 역직구 시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흐름을 읽고 미리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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