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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마이크로카피 이야기의 마지막 편으로, 브랜딩 강자로 유명한 배달의민족 UX Writing에 대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배민(우아한 형제들)의 조직 문화는 UX Writing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 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배달의민족은 국내 서비스 중에서도 가장 컨셉이 뚜렷한 서비스입니다. 특히 “B급, 키치, 유머"를 키워드로 브랜딩 전략을 펼쳐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는 주로 배달을 자주 시켜 먹는 막내, 젊은 세대를 공략한 타깃 브랜딩 전략인데요. “우리가 무슨 민족입니까?”, “경희야, 너는 먹을 때 제일 예뻐" 등 홍보 문구 역시 B급 감성을 녹여,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 남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B급 감성을 녹여 브랜딩을 한 것은 단순히 홍보 문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핵심 서비스에도 잘 드러나야 소비자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데요. 지금부터 배달의민족 서비스 내에 이러한 브랜딩과 UX Writing이 얼마나 잘 반영되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각 페이지별로 UX Writing은 어떻게 적용되어 있을까요?
배달의민족은 점차 기능이 많아지면서 앱에서 배달 주문은 물론 쇼핑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배달 서비스도 빠른 배달과 일반 배달로 나뉘어, 소비자들이 메인화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졌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배민만의 언어로 위트 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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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세 서비스는 음식 주문을 하는 곳에서 ‘배달' 유형에 따라 분류된 탭입니다. 여기서 배민원의 경우, 어떻게 빠른 배달이 가능한지 대화체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배달(일반)의 경우, 배민원보다는 느리지만 예전부터 있던 탭인만큼 입점한 가게 수는 훨씬 많습니다. 이를 “입점한 가게 수가 많아요"라고 건조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세상은 넒고 맛집은 많다"로 B급 감성을 담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포장" 역시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면 좋은지 대화체로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좀 더 아래로 스크롤 해보면(위 이미지 가운데 화면 스크린샷 참고), 가장 최근에 주문했던 가게들이 캐로셀 구조로 등장합니다. 여기서 짧게 “최근 주문"이라고 표시하지 않고, “최근에 주문했어요"라는 배민만의 어투를 살려 아이콘과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선물하기'와 ‘전국 음식’과 같은 부분도 ‘마음을 선물해보세요'와 ‘전국의 별미가 한가득'이라고 표시하여, 가상의 배달의민족 캐릭터가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친근한 느낌을 줍니다.
이처럼 메인화면에서 본 배민 UX Writing의 특징은 문장을 풀어서 친근한 말투로 표현하되,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특유의 위트가 반영되어 있어, 다른 배달 앱을 사용할 때와는 다르게 ‘나 지금 배달의민족 쓰고 있지.'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폰트를 직접 만들어, 이를 이미지 그래픽처럼 활용하고 있는데요. 빈 페이지에서 폰트를 그래픽 요소로 사용하는 점과 한 글자로 메시지의 핵심을 전달하는 UX Writing이 만나, 이용자들에게 피식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줍니다.
특히 ‘헐'은 젊은 세대들이 자주 쓰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UX 요소에 반영했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서 허탈한 ‘헐' 상태를 임팩트 있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다음은 ‘텅'이라는 글자 하나로 주문내역이 비어 있는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화면들을 보면 아래에 문장으로 쓰인 설명을 굳이 읽지 않아도, ‘이 페이지는 지금 비어있구나.'를 소소한 웃음 포인트와 함께 인지할 수 있습니다.
사실 빈 페이지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여, 형식적인 문구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배달의민족은 빈 페이지까지 섬세하게 B급 감성을 담아 표현했습니다.
배달의민족에서 음식을 주문한 후, 가장 많이 보게 되는 화면은 어디일까요? 바로 언제 배달이 도착할지, 조리 과정을 기다리는 화면입니다. 배민에서는 ‘조리 중'인 상태를 ‘맛있게 만들고 있어요'라고 표현하여, 가게 사장님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배달이 시작되어 거의 다 도착할 때쯤엔 ‘거의 다 왔어요'라는 긍정적인 문구를 전달합니다. 또한 ‘라이더님이 안전하게 배달 중입니다'라는 설명을 달아, 유저에게 ‘라이더의 안전'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사실 배달 음식을 기다리는 과정은 지루하고, 예상 시간보다 늦어지면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보게 되는 화면입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특유의 긍정적인 UX Writing으로 좀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사장님의 노력', ‘라이더의 안전' 등 음식과 관련된 사람들의 노력과 안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점도 인상 깊습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페이지는 리뷰입니다. 사실 리뷰는 유저들이 가장 귀찮아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도 배달의민족은 ‘음식 리뷰 남기기', ‘배달 리뷰 남기기’와 같은 건조한 문체가 아니라 ‘음식은 어떠셨어요?’, ‘배달은 어떠셨어요?’라고 마치 음식점 사장님과 라이더가 물어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좋아요'의 반대를 ‘싫어요'가 아닌, ‘아쉬워요'로 적용한 것도 리뷰를 남기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반영한 부분입니다. ‘싫어요'는 다소 격한 표현이라고 여겨져, 솔직한 리뷰를 남기기 어려워지는 문구인데요. ‘아쉬워요'라는 비교적 부드러운 표현으로 더 솔직한 리뷰를 남길 수 있게 유도한 것입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일하는 방법으로도 유명합니다. 다들 한 번쯤은 보신 적이 있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 재치 있고 친근한 UX Writing이 나왔을 것이라 짐작되는 조직 문화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다가 생활에서의 팁을 얻거나, 회사 업무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 적 있지 않나요? 사실 어느 정도의 잡담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배달의민족은 특히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는 식문화에 대한 서비스로, 일상 속 소소한 잡담에서 나온 문장들이 배달의민족 내 UX Writing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배달의민족은 수평적인 분위기를 기반으로 빠르게 결정하는 실행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특이한 점은 “책임은 결정한 사람이 진다"입니다. 이는 재밌는 아이디어들을 실무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내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줍니다. 그 이유는 ‘실행한 사람이 책임진다'의 경우, 책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의견을 활발하게 이야기하거나 적용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배달의민족은 결정한 사람이 책임진다는 문화로 보다 새롭게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것이죠.
배달의민족의 섬세한 UX Writing은 고객 관점에서 치밀하게 사용자 경험을 고민한 점이 느껴지는데요. 여기서 배달의민족의 고객은 단순히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아니라, ‘입점한 가게 사장님’과 ‘배달원’들을 포함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여러 이해관계자를 적절히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음식을 기다리는 화면에서 이들을 배려한 문구들이 더욱 눈에 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아한형제들의 4대 핵심가치에서도 재치 있고 친절한 UX Writing과 관련된 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진지함과 위트’라는 핵심가치는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위트 있는 브랜딩이 여기서 나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위트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억지로 짜내도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기업 문화에서부터 진지함과 위트를 강조함으로써 만드는 사람들이 유쾌한 생각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마이크로카피 이야기 시리즈를 작성하며, 요즘의 사용자 경험은 단순히 화면에서의 버튼 크기, 폰트 크기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느꼈습니다. 이용자들은 점점 더 ‘고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의 팬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렇게 ‘고도화된 경험'과 ‘서비스의 특색'을 살리는 요소로 UX Writing 분야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분야에 인력과 시간을 쓰는 회사가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앞으로 UX Writing에 신경 쓰는 서비스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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