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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BNPL이라는 단어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BNPL은 미국에서부터 뜨기 시작한, 최근 커머스 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BNPL은 대체 무슨 뜻일까요? BNPL은 ‘Buy Now, Pay Later'의 약자로 쉽게 생각하면, 카드 무이자 할부 같은 서비스입니다.
BNPL 서비스가 국내에선 낯선 단어지만 해외에선 이미 대세로 올라선 지 오래입니다. BNPL 시장 1위인 클라르나는 무려 데카콘(Decacorn,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한화 약 11조 원) 이상인 신생 벤처기업)으로 기업가치가 456억 달러(한화 약 54조 3,415억 원)에 이릅니다. 이미 상장한 북미를 대표하는 BNPL 업체 어펌의 주가도 194억 달러(한화 약 23조 1,189억 원)에 달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페이팔, 스퀘어 같은 결제 서비스들도 앞다투어 BNPL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BNPL의 사업성이 어떻길래, 국내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할부 서비스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또한 커머스 업계의 화두로 각광받는 이유와 국내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지금은 온갖 페이 서비스들이 나오면서 많이 편해졌지만,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온라인 결제는 은근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카드 번호도 직접 입력해야 했고, 각종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겨우 가능했습니다. 페이팔 등 외국의 간편 결제 서비스를 경험한 일부 고객들은 한국의 결제 서비스의 후진성을 개탄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결제 시장이 다른 IT 분야에 비해, 발전이 늦었던 것은 역으로 카드 결제 시장이 매우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민간 소비지출의 75%가 신용카드 결제이지만, 미국은 25%에 불과합니다. 현금 없는 거래가 익숙했던 국내는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 간편 결제 도입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지만, 해외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던 것입니다.
BNPL 서비스에 대한 온도차가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워낙 카드 사용자도 많고, 카드사간 경쟁도 치열해 무이자 할부 서비스도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북미나 유럽은 카드 자체를 가진 사람의 수가 적습니다. 그렇기에 할부는커녕 결제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BNPL 업체들은 돈을 어떻게 벌까요? BNPL 서비스는 일반적인 신용카드(2~3%) 보다 높은 수수료(3~6%)를 유통 업체에게 부과합니다. 이렇게 얻은 수수료가 가장 기본적인 BNPL 서비스의 수입원입니다. 유통 업체 입장에서는 당장의 돈이 없어서 구매를 하지 못하는 고객들을 추가로 전환시킬 수 있으니 조금 더 수수료를 내더라도 이득을 봅니다. 더욱이 카드사와 달리 BNPL 업체들은 대금을 바로 정산한다는 점도 매력적인 포인트입니다.
얼핏 보면 매우 이상적인 구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당장 돈이 부족해도 물건을 살 수 있고, 유통 업체는 물건을 바로 팔아 재고를 소진시키니 현금 흐름도 좋아집니다. BNPL 업체는 여기서 수수료 받아서 돈을 벌고요.
하지만 이렇게 좋은 모델을 커머스 플랫폼들이 직접 하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BNPL 서비스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막대한 자본이 필요합니다. 일단 소비자들에게 돈을 빌려줘야 하니 말입니다. 더욱이 카드 발급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의 신용 상태가 좋을 리 없으니, 연체도 자주 발생합니다. 연체 수수료를 물린다고 하지만, 현금흐름이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이는 결국 기업 부실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은 치열합니다. 우선 시장의 성장성이 높습니다. 시장 조사 업체 그랜드뷰에 따르면, 전 세계 후불 결제 시장(후불 결제로 인한 수익 기준)은 연평균 22.4% 성장해 2028년에는 204억 달러(한화 약 24조 2,984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MZ 세대들의 반응이 열광적이라는 점 또한 BNPL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요소입니다. MZ 세대의 지출은 과거보다 늘었지만 수입은 이전 세대보다 적습니다. 더군다나 연령이 낮아 카드 발급은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BNPL 이용자 중 18~24세가 미국은 38%, 영국은 25%에 달한다고 합니다.
MZ 세대를 사로잡게 되면, 장기적으로 이들이 신용카드 대신 BNPL에 익숙해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들을 사로잡은 BNPL 업체들의 몸값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신규 고객 유치에 목마른 거대 커머스 플랫폼들은 BNPL 업체들과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어펌은 아마존과 제휴 관계를 맺어, 하루 만에 주가가 무려 48% 가까이 치솟기도 했죠. 이처럼 초창기인 현재는 누가 파트너를 더 많이 확보하는지를 경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러한 경쟁에도 변수가 있는데 바로 정부의 규제입니다. 현재는 금융 서비스가 아닌 기술 서비스로 분류되어, 대부분의 금융 당국 규제로부터 벗어나 있는 상황이지만요. BNPL 서비스가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이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규제가 현실화되면 성장은 정체될 수 있지만, 신규 업체가 진입할 허들은 높아져 과점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초기 시장 장악을 위한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BNPL은 대세가 될 수 있을까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국내는 기회의 문이 더 좁은 것이 사실입니다. 워낙 카드가 대중화되어 있고, 심지어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모두 누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BNPL이 전혀 매력이 없는 서비스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우선 여러 이유로 카드를 발급하지 못하는 이들은 국내에도 있습니다. 특히 이들 중 학생 고객들은 매우 매력적인 집단입니다. 주체적이고 소비력도 상당한 소비자들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국내 대형 플랫폼들도 BNPL 서비스들을 조심스레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여러 규제들과 사회적 파급 등을 고려하여, 금액 한도도 작고 할부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다만 해외와 달리 IT 플랫폼들이 가장 먼저 뛰어들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특이한 지점인데요. 이는 서비스 자체로 수익을 내기보다는 플랫폼의 기능 중 하나로 접근하여, 고객 락인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물론 해외처럼 BNPL 자체를 주력으로 하는 핀테크 스타트업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의미학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해외에서는 주로 쇼핑몰로부터 수수료를 수취하여 돈을 버는 반면, 소비의미학은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은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다만 초기 이용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고, 점차 BNPL 서비스들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면 카드 할부 결제의 주요한 경쟁자로 떠오를 날도 곧 올 것입니다.
특히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파일러(Thin Filer) 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향후 확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파일러란 금융 거래가 거의 없어 기존 신용평가모델 하에서 금융 서비스를 누리기 어려운 이들을 의미합니다.
국내에서도 무려 국민 4명 중 1명이 신파일러이며, 인터넷 은행이 등장한 것도 이들 신파일러를 비롯한 중/저 신용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주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습니다. 하지만 신파일러들의 상황이 딱하더라도 아무런 기준 없이 이들에게 대출을 해줄 순 없겠죠? 이런 경우에 BNPL 사용 이력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를 못 만든 이들이라도 자신들의 소비 데이터를 통해 신용도를 증명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어펌은 연체 기록이 없고, 상품 구매대금 이외의 자금이 필요한 이용자에게 연 10~30% 이율로 3~12개월 단기 대출을 해주고 있는데요. 내부 서비스 이력을 통해 고객의 신용도를 판별하기 때문에, 기존 신용평가 모델에선 소외된 이들까지 포괄하여 금융 상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커머스는 물론, 핀테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BNPL은 앞으로 계속 주목해야 할 서비스임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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