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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쿠팡에게 필요한 한 가지: ①쿠팡과 온라인 커머스 시장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쿠팡은 아마존과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지만, 또 그만큼 많은 부분에서 다른 환경에 처해있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수십 가지 변수에 대해 예측하고 대비하더라도 그 변수에 영향을 주는 수백 가지의 외생변수로 인해 상황은 다르게 흘러갑니다.
이처럼 어떤 사업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우선순위가 높은 주요 변수들에 대해 분석/예측하고 대비한다면 실패 확률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신규 사업의 주요 변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 고객 니즈 제품이 이해관계자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가? 그들이 돈과 시간을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가? - 시장의 규모 및 성장성 진출하려는 시장은 충분히 큰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인가? - 경쟁 우위 경쟁사에게는 없는 강점이 있는가? 그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는 얼마나 깊은가? |
그럼 지금부터 위의 세 가지 측면에서 '쿠팡이 왜 디지털 광고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상품 판매자가 광고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즘과 같은 공급과잉의 시대에서는 제품 생산이 곧 판매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이 고객을 찾아다녀야만 합니다.
시장에서 잠재 구매자를 찾아내고, 이들에게 제품을 인지시키고,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전달하고, 궁극적으로 경쟁 제품이 아닌 우리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 판매자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광고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자의 광고는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구매 퍼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한 명의 소비자가 하나의 제품을 구매하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인지-고려-구매'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판매자는 제품 판매를 위해, 구매 여정의 길목마다 자리 잡고 끊임없이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렇다면 판매자는 각 단계마다 어떤 방법으로 잠재 구매자에게 접근할까요?
1) 인지 단계
잠재 구매자에게 제품을 노출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단계입니다. 상대적으로 넓은 범위를 타겟팅하기 때문에, 주로 많은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는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와 같은 메이저 채널을 통해 소비자를 후킹 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머신러닝을 통해 범위를 좁혀가며 최적의 타겟 오디언스를 찾아내는 '디스커버리형 광고 상품'의 효율이 좋기 때문에, 인지 단계에서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과 구글(유튜브)에 높은 비중의 마케팅 예산을 책정하는 편입니다.
2) 고려 (정보탐색 및 대안 평가) 단계
소비자가 제품(니즈)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단계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검색 포털을 주로 사용하며, 소비자가 제품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자신의 제품이 노출되는 비중을 높여 USP를 전달하고 구매 페이지로 유입시킵니다.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 특성상 이 단계에서는 네이버가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입니다.
3) 구매 단계
소비자가 제품 구매 페이지에 한 번 이상 방문하여 구매를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구매 전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리뷰, CTA 등을 최적화하고, 구매 페이지에 방문 후 이탈한 고객을 타겟으로 리타겟팅 광고를 진행하여 판매를 극대화합니다.
이처럼 판매자는 소비자가 머무르는 모든 단계마다 최적의 광고 컨텐츠를 노출함으로써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쿠팡의 광고 상품 소개서를 보면 소비자는 쿠팡 플랫폼 내에서 '인지-고려-구매' 단계를 거치며, 그에 맞는 광고 상품을 판매자에게 제공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저관여 상품일 경우'라는 중요한 조건 하나가 빠져있습니다.
물티슈와 같은 저관여 생활 소비재의 경우 소비자가 쿠팡에 유입된 이후부터 제품(니즈)에 대한 인지 단계를 거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중/고관여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경우 커머스 플랫폼에 접속하기 이전에 외부의 정보성 채널을 통해 인지단계를 거쳐 고려단계로 넘어갈 확률이 큽니다.
위는 아마존 광고 상품 소개서의 일부입니다. 아마존의 경우 Off-site 광고 상품인 'Amazon DSP'를 통해 인지 단계의 고객에게 도달한다고 되어있으며, On-site 광고 상품인 'Ad-console'의 경우 고려 단계에서부터 영향을 준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판매자는 이 '인지' 단계에 대부분의 광고비를 지출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한국 광고 총연합회가 2021년 4월에 74개의 주요 광고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광고주 현황조사의 일부입니다. 보다시피 '인지 단계 소비자 타겟'의 DA(Display Ad) 상품이 주를 이루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광고 예산 비중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공급 과잉 시대에서 광고주의 최우선 과제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인지시키는 것'이며, 광고 예산 또한 대부분 이 단계에 할당되어 있기 때문에 대규모 광고 매출을 위해서는 인지 단계의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광고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2021년 국내 광고 시장 규모는 약 12조 원입니다. 이 중에서도 PC와 모바일 매체를 통해 이뤄지는 '디지털 광고'의 시장 규모는 매년 꾸준히 상승하여 2021년에는 전체 광고 시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6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은 여러 가지 기준으로 세분화할 수 있지만, 크게 '프로그래매틱 광고시장'과 'Non-프로그래매틱 광고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쿠팡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프로그래매틱 광고시장'으로 한정됩니다.
이미 1편에서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정의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광고 게재를 원하는 구매자와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지면을 가진 판매자 간에 자동화된 방식의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광고를 거래하는 방식의 광고를 의미합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해 단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다수의 매체를 네트워크로 연동하여 다양한 루트를 통해 유입되는 광고주의 캠페인을 자동화된 방식으로 노출해주는 '오픈형 광고 집행방식'이라고 할 수 있고,
Non-프로그래매틱 광고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이 광고주와 직접 계약하고 보유한 광고 지면을 통해 계약에 따라 광고를 노출해주는 '폐쇄형 광고 집행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 85%가 프로그래매틱 광고인 미국 시장과는 달리,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트래픽이 네이버와 카카오로 치우쳐진 특수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국내 프로그래매틱 광고 시장 규모는 디지털 광고 시장 대비 20% 내외인 1조 2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아마존 광고가 본격적인 광고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아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한 것을 그대로 대입해본다면, 쿠팡의 광고 사업도 향후 5년 내에 1,200억 원의 매출과 8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아름다운 상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아마존과 쿠팡은 전략적인 측면에서 많이 닮아있지만, 미국과 한국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시장 규모만 보고 apple-to-apple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쿠팡이 Off-stie 프로그래매틱 광고 상품을 제공한다고 가정하고, 광고주 수요기반으로 연매출을 추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 쿠팡의 거래액 규모는 약 22조 원입니다. 다시 말해 수만 개의 파트너사가 쿠팡을 통해 22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는 얘기입니다. (PB 상품 판매와 직매입 모델의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음)
보수적인 예측을 위해 위의 파트너사가 쿠팡을 통해서만 매출을 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파트너사가 매출액의 15%를 마케팅 예산으로 책정하고 이 중 50%를 디지털 광고에 지출한다고 가정하면 총 디지털 광고 예산은 1조 6,500억 원입니다. 이 중 프로그래매틱 광고에 20%를 할당하고 또다시 10%를 쿠팡 광고에 지출한다고 가정한다면 (시장 기반 매출 규모 추정과 동일한 비율 적용) 대략 연간 33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을 기반으로 한 Top-down 추정과 광고주 수요를 기반으로 한 Bottom-up 추정을 종합해보면 쿠팡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 진출했을 경우 연간 광고 매출액은 330억에서 1,200억 원 수준으로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이는 쿠팡의 2020년 매출액(13.3조)의 10%도 되지 않는 규모이지만, 광고 플랫폼 사업의 BM은 커머스 사업 BM 대비 영업이익률이 좋다는 점과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가파른 성장은 세계적인 트렌드라는 점에서 충분히 배팅해볼 만한 사업으로 보입니다.
사실 매출 또한 수많은 변수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작하지도 않은 사업의 매출을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수준의 매출 목표가 있어야만 실효성 있는 액션플랜이 세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는 반드시 필요한 사전 작업입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쿠팡은 이미 연매출 22조 원 규모의 잠재 광고주 Pool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광고주가 많아도 광고를 노출할 지면을 제공하는 퍼블리셔(미디어)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출금이 막혀있는 백지수표를 가진 것과 다름없습니다.
퍼블리셔가 광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얼마나 많은(높은 Fill-rate) 그리고 얼마나 질 좋은(높은 입찰가) 광고를 공급해줄 수 있는지.
쿠팡은 이미 풍부한 광고주 Pool을 보유하고 있기에 Fill-rate 측면에서는 크게 걱정할 게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쿠팡이 퍼블리셔 확보에 있어서 입찰가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기존의 광고 방식은 미디어(매체)가 오디언스를 소유하고 있는 개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육아 관련 사이트에는 3040 여성 오디언스가 많을 것이다"라고 가정하고 해당 사이트의 평균 트래픽을 바탕으로 광고 지면을 구매하는 '미디어 바잉'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광고 영역을 통째로 구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타겟이 아닌 오디언스에게도 광고가 노출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실시간 입찰 방식(RTB)의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등장하면서, 미디어는 광고주와 개별 오디언스를 매칭 해주는 주선자 역할로 중심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광고주는 해당 매체에 접속한 각각의 오디언스의 정보를 제공받고, 자신의 광고에 적합한 타겟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광고의 노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한 예측 모델의 발달로 인해, 오디언스의 전환 확률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합한 광고를 매칭 해주는 방식의 광고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례로,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애드테크 기업 중 하나인 '몰로코'는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오디언스에게 특정 광고를 보여주었을 때 최종 전환이일어날 확률을 0.1초 만에 계산하고 가장 적합한 광고를 노출해주는 AI 기반의 광고 솔루션을 상품으로 제공합니다.
이처럼 광고-소비자 매칭률이 높아지면 광고주의 ROAS(광고비 지출 대비 효율)가 개선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광고를 볼 확률이 낮아지고, 퍼블리셔(미디어) 입장에서는 한정된 광고 지면에서 더 높은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광고 매칭률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광고 매칭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체에 접속한 오디언스의 전환 여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을 위해서는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을 통해 예측 모델을 만드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오디언스가 어떤 특성(Feature) 값을 가졌을 때 전환이 되었는지(True), 혹은 안되었는지(False)에 대해 기록된 데이터셋을 활용하여 학습(Training)을 진행하고, 이 학습된 내용을 바탕으로 예측 모델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공식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예측 모델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무엇일까요? 물론 거주지, 나이, 성별 등의 특성(Feature)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구매 여부이기 때문에 기존에 수집된 데이터셋에 구매 여부가 정확하게 기록되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Labeled data(Target data)'이라 불리는 이 데이터는 예측모델의 정확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때문에 머신러닝을 활용한 광고 상품을 제공하는 많은 광고 플랫폼이 신뢰도 높은 'Labeled data'를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페이스북 광고 플랫폼은 Pixel이라 불리는 트래킹 코드를 광고주의 제품 구매 페이지에 삽입하여, 광고를 시청한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 경우 페이스북에 포스트백(Post-back)을 보내 구매 전환 여부(Label)를 수집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Third-party 데이터의 경우 외부에서 정보를 받아오기 때문에 그 정확성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수집한 Labeled data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 광고 예측 모델의 정확도 또한 현저히 낮아집니다.
실제로 전에 있던 미디어커머스 스타트업에서 연간 약 50억 원 규모의 페이스북 마케팅 예산을 운영했을 때에도, 페이스북 Pixel에서 네이버페이를 통한 구매가 일어난 경우 구매 건 수가 중복으로 잡혀 구매전환율이 2배 가까이 과대계상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쿠팡이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광고 사업자 대비 두드러지게 차별화된 점은 바로 고객의 구매 정보를 First-party 데이터로 직접 수집하여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쿠팡은 네이버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많은 구매가 발생하는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인 만큼 엄청난 양의 구매 정보가 'Labeled Data'로 축적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최종 결제가 일어나는 커머스 플랫폼이기 때문에 데이터 신뢰도는 100%에 가깝고, 심지어 교환 혹은 환불에 대한 업데이트된 정보까지 반영됩니다.
쿠팡이 DSP, SSP, DMP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프로그래매틱 광고 플랫폼 사업을 진행한다면 퍼블리셔를 통해 광고가 노출되는 시점에서부터 쿠팡에 유입되어 상품을 둘러보고 결제하는 그 순간까지 모든 구매 여정을 트래킹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모든 데이터를 DMP를 통해 수집, 분석하여 예측 모델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예측모델은 신뢰도 높은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커머스 플랫폼이 없는 기존 광고 사업자(페이스북, 구글) 대비 높은 예측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면 퍼블리셔 광고 지면의 RTB 입찰에 있어서 다른 SSP 대비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퍼블리셔는 높은 입찰가를 제안하는 SSP의 광고 캠페인에 지면을 내어줍니다. 그리고 쿠팡은 정확도 높은 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타 SSP 대비 더 높은 입찰가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SSP-A와 SSP-B가 있고, 동일한 제품에 대한 광고 소재를 받아 광고 지면 입찰에 참여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SSP-A가 측정한 오디언스 a의 구매 전환 확률이 80%인 반면에 SSP-B가 측정한 확률은 88%라고 한다면, SSP-B는 퍼블리셔에게 SSP-A 보다 10% 높은 입찰가를 제안할 수 있는 버퍼를 가지게 됩니다.
이처럼 퍼블리셔에 접속하는 오디언스의 구매 전환율을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면 실시간 입찰(RTB)을 통해 광고지면을 확보하는 데에 있어 상대적인 경쟁우위를 가지게 되며, 이는 쿠팡이 프로그래매틱 광고 사업에 진출할 때 엄청난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2021년 4월 iOS 14.5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ATT(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적용했습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앱을 사용할 때 정보 추적을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사용자를 제외하고는 IDFA(IDentifier For Advertisers)라는 기기 식별값을 수집할 수 있는 'Opt-out'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14.5 버전 업데이트를 통해 모든 앱에 대해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해야만 IDFA 값을 수집할 수 있는 'Opt-in' 방식으로 ATT 정책을 강화했습니다.
이 IDFA 값은 프로그래매틱 광고 사업자들에게는 '밥줄'과도 같은 정보입니다. 다수의 광고주와 퍼블리셔(앱/웹)로 구성된 생태계에서 DSP, SSP, DMP와 같은 광고 플랫폼 사업자는 광고주와 퍼블리셔로부터 받아온 IDFA 값을 통해 동일한 '오디언스'인지 여부를 판별하고 로그 데이터를 트래킹 하여 광고 효율을 측정합니다. 이렇게 다른 플랫폼을 통해 받아오는 데이터를 Third-party 데이터라고 합니다.
문제는 iOS 14.5 업데이트 이후 정보 추적에 동의하는 사용자의 비율이 20~30%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70%가 넘는 사용자의 로그 데이터를 트래킹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오디언스의 특성(Feature)과 구매 전환(Target data) 여부를 연결하는 고리가 끊어지기 때문에 광고 전환 예측 모델의 정확도가 현저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애플에서는 SKAdNetwork라는 DMP 툴을 제공함으로써 트래킹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제한된 숫자의 event만 추적이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받아올 수 없는 등, 사실 상 기존과 같은 방식의 트래킹은 불가능한 환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구글 또한 크롬을 통한 Third-party 쿠키 수집에 제한을 두겠다고 발표하면서, 페이스북, 몰로코, 앱스플라이어 등 Third-party 데이터가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 중요한 요소였던 광고 플랫폼 사업자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반면 이러한 Third-party 데이터 트래킹 제한 정책은 쿠팡과 같이 First-party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에게는 큰 기회가 됩니다. First-party 데이터를 활용한 고도화된 예측 모델은 퍼블리셔 광고 지면 입찰에 있어서도 더욱 강력한 경쟁 우위를 가져다줍니다.
네이버가 커머스 부문에서 낮은 수수료율을 기반으로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 판매자를 네이버 커머스 플랫폼으로 무서운 속도로 흡수하고 있는 것 또한 First-party 구매 데이터 확보를 통해 광고 사업의 이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함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 쿠팡의 경쟁자였던 위메프 또한 몰로코와 손을 잡고 '위메프 AMP'라는, 위메프의 First-party 데이터와 몰로코의 AI 기술을 활용한 머신러닝 기반의 광고 효율 최적화 솔루션을 출시했습니다.
이처럼 네이버, 몰로코x위메프 등의 잠재 경쟁자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ATT 정책 등으로 대규모 지각 변동이 이뤄지고 있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기회의 문이 닫히기 전에 쿠팡 또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데이터를 활용하여 광고 사업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고, 이를 다시 커머스 영역에 재투자 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혁신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도록 기대해봅니다.
<참고 자료>
[Media Insight] 프로그래매틱 광고 시장, 얼마나 커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