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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대의 반항아, 일본 ‘TVer’ 살펴보기

일본 내 OTT 시장 이용률 2위를 차지한 TVer(출처 : tver.jp)

 

넷플릭스가 전 세계 OTT(Over The Top) 시장을 휩쓸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다르다. 일본의 고객 데이터 분석 서비스 스파코로(スパコロ)에 따르면, 일본 OTT 시장의 이용률 1위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이다. 2위는 오늘 소개할 ‘TVer’이며, 넷플릭스는 3위에 위치해 있다. 1위와 3위가 정통 OTT라면 2위인 TVer는 조금 색다른 OTT로 지상파 방송국들의 방송을 모아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일본에서는 영상 총 누적 재생 수가 2억 회가 넘을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일본은 그 어느 나라보다 내수용 콘텐츠가 사랑받는 시장이다. 마블 영화가 개봉해도 극장용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에 밀리고,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어도 아직 TV 방송국들의 미디어 파워가 센 곳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 방송국들이 힘을 합쳐 만든 TV 플랫폼이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시대를 거스르는 TVer라는 플랫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차별점은 무엇인지, 수익화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하나씩 알아보자.

 

 

‘TVer’의 기본 시스템

TVer은 기존 지상파 방송과 시스템이 유사하다 (출처: tver.jp)

 

TVer를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SBS, MBC, SBS와 같은 지상파 방송국들의 방송을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는 OTT 플랫폼이다. 다만 과거의 DMB처럼 실시간으로 TV를 보는 것이 아니라 TV에서 방영했던 방송을 다시 보기 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방송국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방송 다시 보기 기능을 제공하지만, TVer처럼 여러 방송국들의 콘텐츠가 모여있는 플랫폼은 없다. TVer 홈페이지에서 방송국별, 지역별 TV 편성표까지 제공하는 걸 보면 정말로 'TV!'라는 느낌이 강하다.

 

TVer가 탄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스마트폰의 보급이 가장 크다. 스마트폰 이용률이 올라감에 따라 사람들은 TV 방송을 TV가 아닌 다른 기기에서도 보고 싶어 했고, 동시에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TV 시청자들을 뺏어가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국들이 힘을 합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기존에 인기 방송을 다시 보려면 DVD를 구입하거나 빌려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유튜브나 데일리모션(DailyMontion)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에 TV 방송을 불법으로 업로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굳이 TV를 통해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또한 광고주들 또한 TV에 쏟아붓던 예산을 다른 플랫폼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방송국들의 위기가 발생했다. 결국 이 모든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방송국들이 합심하여 TVer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TVer에는 드라마, 예능, 뉴스, 다큐멘터리, 스포츠, 애니메이션 등 웬만한 장르는 모두 볼 수 있으나 영화 콘텐츠는 거의 없다. 정말로 TV를 보는 것에 집중한 플랫폼이다.

 

 

TV스러움을 위한 운영

TV를 고스란히 웹으로 옮긴 TVer(출처 : tver.jp)

 

아무리 글로벌 OTT 플랫폼이 대세라고 해도, TV는 TV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고 지금까지 쌓아온 익숙함이 있다. TVer를 살펴보면 그런 TV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구상을 해놓았다. 가장 큰 차이는 가격이다. TVer는 100% 무료로 제공된다. 일부 영상만 무료라든지, 무료로 보면 저화질 같은 제약 없이 모두 무료로 볼 수 있다. 대신 모든 영상에는 15초 또는 30초 광고 영상이 붙는데, 유료 옵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광고 시청은 필수다.

 

특이한 점은 광고를 클릭하여 제품 사이트로 이동하는 버튼이나 링크가 없다는 점이다. 정말로 TV 광고를 보는 것처럼 눈으로 보는 것으로 끝이다. 광고 영상도 TV 광고의 해상도를 웹 환경에 맞춘 것이지, 웹 용 광고를 따로 제작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럼 TVer에는 무료 영상이 끝없이 쌓여가는 것일까? 그렇지도 않다. '프로그램을 정해진 시간에 방송한다'라는 TV의 특징처럼 TVer 역시 그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방송이 TV에 방영된 후 다음 날 즈음에 TVer에 올라오며, 약 1주일 후 삭제된다. 즉, 해당 방송을 TVer에서 보고 싶으면 일주일 안에 봐야 하는 식이다.

 

좋아하는 방송이 있다면 해당 방송을 '마이리스트'에 보관해 둘 수 있고, 검색 페이지에서는 원하는 방송국, 장르, 방송 날짜를 선택해 어떤 콘텐츠가 있나 둘러볼 수 있다. TV 채널 돌리듯이 시청하지는 못하더라도, 재밌게 보는 방송을 반복해서 챙겨보기에 좋은 구성을 하고 있다. 참고로 TVer는 일본 지역 외에서는 시청할 수 없으므로 보고 싶은 경우 VPN+시크릿 모드를 활용하자.

 

 

TVer는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까?

TVer은 오로지 오로지 광고로만 수익을 벌고 있다. (출처: tver.jp)

 

콘텐츠 아카이브를 끝없이 쌓아가지 않고 유효기간을 두는 TVer의 콘텐츠 제공 방식은 언뜻 보면 이상해 보인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TV 드라마의 7화가 올라왔다고 하면, 당연히 1~6화도 있어야 하지만 7화만 덩그러니 있다. 8화가 방영된 후에는 7화가 사라지고 8화만 남는다. 이전 방송이 유료로 전환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라진다.

 

이렇게 되면 좋아하는 방송을 시간 맞춰 반강제로 챙겨보게 되고, 이것은 주기적은 사이트 방문으로 이어지는 전략이다. 덕분에 같은 유저에게 광고를 꾸준하게 노출시킬 수 있게 된다. 오늘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정말 TV와 똑같은 방식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TVer는 100% 무료로 제공되며 영상 시작 전에 15초 또는 30초 광고 영상이 붙는 것이 전부다. 이는 웹에서 접속하든 앱에서 접속하든 동일하다. 광고 영상에는 클릭 버튼이 없고 유료 결제를 통해 광고를 없애는 옵션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로 TV처럼 광고를 보는 걸로 끝이다. 실제 나오는 광고도 특정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성과형 광고보다는 브랜딩 광고가 대부분이다.

 

광고를 집행하는 것도 유튜브처럼 자체적으로 단가와 타게팅을 정해 입찰하는 방식이 아닌, TVer 담당자와의 상담을 통해 진행해야 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시대를 거스른 OTT, 2위 자리 수성 여부는 불투명

TVer는 현재 일본 OTT 시장 2위를 자랑하는 플랫폼이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TV 콘텐츠를 보는 사람 자체가 많이 줄었고, 콘텐츠 제작자나 연예인들도 글로벌 성공을 위해 또는 규제가 느슨한 환경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이유로 유튜브 등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NHK가 조사한 ‘과거에 비해 TV 시청자 수가 어떻게 달라졌나’ 조사를 보면, 1995년에는 일본 국민의 92.1%가 TV를 시청한 반면 2020년 들어서는 78.7%로 뚝 떨어졌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89.5%에서 53.6%로 떨어져 TV 콘텐츠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

 

결국 (예전에 쓴 애플 TV+ 글과 비슷한 결론이기는 하지만) 플랫폼 운영 방식과는 별개로 OTT가 계속 성공하려면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 TVer는 2020년 연말 발표회에서 '더 많은 방송국과의 제휴로 콘텐츠 수급을 늘리겠다'라고 밝혔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TV 방송 이외의 콘텐츠를 수급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애써 외면했던 다른 OTT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텐데, 과연 TVer가 어떤 식으로 돌파구를 찾아낼지 많은 기대가 된다.

 

<참고 자료>

일본 OTT 시장의 이용률 순위

- TVerの研究 ~民放の抱える課題と『TVer』のサービスに関して~

-テレビを見ている人、25年前は92.1%・今は78.7%…数十年にわたるテレビ視聴の変化

5周年を迎えた民放公式テレビポータル「TVer」の未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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