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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0일, 유튜브 공식 블로그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유튜브 영상의 '싫어요'(DISLIKE)가 몇 개 달렸는지 표시해주는 숫자를 가릴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2021년 초부터 일부 유저들 대상으로 실험을 해왔고, 실험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판단해 내린 판단이라고 한다. 현재 글을 쓰는 11월 30일 시점에서는 대부분의 유저에게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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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0일, 유튜브 공식 블로그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유튜브 영상의 '싫어요'(DISLIKE)가 몇 개 달렸는지 표시해주는 숫자를 가릴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2021년 초부터 일부 유저들 대상으로 실험을 해왔고, 실험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판단해 내린 판단이라고 한다. 현재 글을 쓰는 11월 30일 시점에서는 대부분의 유저에게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에 좋아요와 싫어요 버튼이 추가된 것은 2010년이다. 그전까지는 5점 만점의 별점을 주는 시스템이었다가 단순히 좋은지 싫은지를 나타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나름 잘 정착된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는데, 11년 만에 시스템에 변화가 생기게 된 것이다.
유튜브 측에서는 충분히 실험을 했고, 정책 변화에 대한 근거가 확실하다며 유저들에게 변화에 적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어떤 데이터인지 정확히 공개된 것은 없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발표문이 워낙 확신에 가득 찬 어조라 이번 결정이 뒤바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개인적으로 싫어요 숫자를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일단 자세한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자.
정확히 말하자면 싫어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싫어요 숫자가 비공개 처리되는 것이다. 시청자는 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싫어요 버튼을 누를 수 있으나, 영상에 싫어요가 총 몇 개 달렸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좋아요 숫자는 볼 수 있다). 이전까지는 싫어요 숫자로 다른 사람들의 의향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나의 피드백을 보내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싫어요 숫자가 시청자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것은 크리에이터가 선택할 수 없고 모두에게 강제된다. 다만 관리자 화면에서는 좋아요와 싫어요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싫어요' 숫자가 비공개로 바뀐 것은 싫어요 숫자로 인해 크리에이터가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싫어요 숫자가 좋아요보다 비슷하거나 더 많으면 시청자들에게 '이 영상은 도움이 안 됩니다' '이상한 내용의 영상입니다'라는 인식이 심어지게 된다. 이 점을 이용해 특정 유튜버 또는 영상에 나오는 출연자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단체로 몰려와 인위적으로 싫어요 숫자를 올리는 행위를 하곤 하는데, 이런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나는 싫어요 숫자가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싫어요 숫자가 영상을 시청함에 있어 꽤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싫어요 숫자가 높으면 낚시 또는 저퀄리티 영상인지 한 번 더 살피게 되고, 안 좋은 느낌이 들 때 빠르게 거를 수 있다.
유튜브에는 썸네일이나 제목과 전혀 상관없거나, 허무맹랑한 가짜 뉴스가 포함된 영상이 범람하고 있다. 제대로 보기 힘들 정도로 화질이나 음질이 안 좋은 경우도 많다. 따라서 좋아요와 싫어요 비율을 통해 일단 경계심을 갖게 되고, 빠른 뒤로가기를 통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한 번 확인이 됐다면 해당 영상뿐만 아니라 채널 자체를 '관심 없음'으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 대한 대처도 가능하다.
물론 일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싫어요 숫자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일이 (정치 영상에 특히) 발생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유튜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유튜브로 들어가 아무 영상이나 눌러보자. 대부분은 좋아요 숫자가 싫어요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싫어요 숫자가 0인 영상은 없어도, 비율이 5%를 넘어가는 영상도 찾기 힘들다. 싫어요 숫자가 보이지 않는 사람은 'YouTube Dislike Button Count'라는 브라우저 애드온을 설치해 확인할 수 있다.
싫어요 숫자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실사용자 입장에서 그 행위가 눈에 띄게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번의 정책 변화는 시청자가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정보를 가렸다는 사실 말고는 와닿는 점을 찾기 힘들다.
유튜브에서 싫어요 숫자가 사라지는 것은 '크리에이터가 싫어요 테러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함'인데, 정작 크리에이터들 의견을 검색해보면 '싫어요 숫자를 공개로 해달라'라고 주장하는 쪽이 훨씬 더 많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싫어요 버튼을 누른다는 것은 단순히 '이 영상이 싫다'는 뜻이 아니다. 영상의 화질이 마음에 안 들 수 있고, 내용이 재미없을 수도 있고, 영상에 잘못된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싫어요에는 다양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 숫자가 평소보다 높을 경우 크리에이터에게 '이 영상은 뭔가 잘못됐다'라는 무언의 신호가 전달된다. 크리에이터는 그 신호에 맞춰 영상을 개선할 수 있고, 시청자는 보기 전에 참고할 수 있어 윈윈이다.
관리자 화면에는 기존처럼 싫어요 숫자가 표시되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싫어요 숫자가 보이지 않으면 싫어요를 누르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싫어요 숫자가 보이지 않으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싫어요를 눌렀을 때 '나의 의견을 보탰다'라는 느낌까지 사라진다.
따라서 싫어요를 누르는 행위 자체가 줄어들 수 있고, 이는 크리에이터들이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상처 받는 상황은 줄어들 수 있어도, 장기적인 발전 측면에서는 좋을 리가 없다.
유튜브 공동 창업자 자베드 카림(Jawed Karim)도 유튜브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플랫폼에 훌륭한 콘텐츠와 질 낮은 콘텐츠가 뒤섞여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공개적으로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아야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싫어요 숫자를 가리는 것은 플랫폼의 간섭이 지나치다고 본 것이다.
유튜브 팀은 일단 밀어붙이고 있다. 발표문에 첨부된 유튜브 공식 영상의 싫어요 비율은 90%가 넘지만(현재는 가려져있다) 그래도 철회하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일반 유저들이 그렇게까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유저들은 금방 적응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새 정책이 적용된 지 몇 주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이슈화의 불씨가 남아있긴 하지만, 그 불씨가 더 크게 번질지는 의문이다. 안타깝게도 싫어요 숫자가 비공개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싫어요 숫자가 가려지면서 거친 내용의 댓글이 늘어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영상이 별로일 때 싫어요 버튼 하나로 끝날 일이 댓글 영역으로 옮겨오면서 더 상처를 주게 될 수 있다. 또, 조직적으로 싫어요 테러를 하는 행위가 의미 없어졌기 때문에, 댓글란을 더욱 거칠 욕설로 도배하게 될 가능성도 커졌다.
유튜브가 싫어요 숫자를 비공개로 바꾸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크리에이터를 향한 조직적 공격을 막기 위해서'가 공식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많은 이들이 '광고주들을 위한 정책 변화'일 것이라 추측한다. 광고주는 자신의 광고가 싫어요 숫자가 높은 영상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한다. 따라서 그냥 싫어요 숫자를 가려 문제를 무마시키려는 것이다.
물론 확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 창업자도 "There is a reason, but it's not a good one, and not one that will be publicly disclosed(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겠지만, 좋은 이유는 아닐 것이고 그 이유가 밝혀질 일도 없을 것이다)"라면서 증거는 없지만 실제로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임을 추측했다.
나 또한 유튜브의 정책 변화에 동의하기 힘들다. 크리에이터들을 보호하기 위한 변화라고 하지만 정작 크리에이터들조차 싫어요 숫자를 공개하는 쪽이 낫다는 의견이 대부분이고, 어차피 싫어요 숫자는 관리자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 영상에 싫어요가 많이 달려서 상처 받는 사람이라면 계속해서 상처를 받을 것이다. 싫어요 숫자를 피드백으로 활용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피드백 신호가 약해질 뿐이다. 싫어요 테러를 하는 입장에서는 싫어요가 안 되면 댓글이나 신고를 통해 크리에이터를 괴롭히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팀에서 이번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 그 근거 데이터의 일부분이라도 공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 자료>
- An update to dislikes on YouTube
- YouTube Removed The Dislike Button..
- Did YouTube remove dislike button on videos? No, here's what's happening
- YouTube removing dislike 'discourages trolls' but 'unhelpful for us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