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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2일, 드디어 한국에도 디즈니+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날 유튜브에서 진행된 론칭쇼는 국내 명소인 건물, 문화재에 디즈니+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와 영화를 비춰서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 OST 연주, 불꽃놀이, 각종 드론쇼를 선보이며,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와 기술력을 맘껏 보여주었다.
그만큼 디즈니+의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다. 11월 12일 정식 서비스 시작에 맞춰 00시부터 앱을 다운로드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바로 가입해서 구독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정각부터 iOS 앱스토어에 바로 검색되진 않아서 애플 계정을 해외계정으로 바꿔 다운로드하거나, 디즈니의 다른 앱을 통해 디즈니+앱을 찾아야 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지원 지역이 아니라는 문구가 뜨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요금제 가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요금제 결제는 가능한데 실행은 되지 않아, 새벽부터 디즈니+를 보려고 기대했던 아이폰 사용자들은 실망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부터 약간의 잡음이 있던 디즈니+의 서비스가 시작된 지 3주가 넘었다. 오늘은 기존 OTT 서비스의 최강자인 넷플릭스와 국내 OTT 서비스 웨이브의 굳건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디즈니+는 잘 정착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디즈니+의 실적 발표에 의하면 2021년 9월 마감 분기에 210만 명의 가입자를 추가해, 총 1억 1천810만 명 이용자를 확보했다. 전체 가입자 수는 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증가한 수치이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최고경영자(CEO) 밥 차펙은 2024년 회계연도까지 가입자 최대 2억 6,000만 명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존 회사 전망을 고수했지만, 일부는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기존 넷플릭스의 이용자를 따라잡지 못한 부진한 실적이 큰 이유다.
2021년 3월 기준, OTT별 발표한 글로벌 사용자 수는 넷플릭스 1억 8,286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디즈니+가 차지했지만 5,450만 명으로 넷플릭스와 확연한 차이가 난다. 하반기 가입자 수가 늘었다고 하더라도 넷플릭스와 격차는 여전하다.
론칭쇼와 함께 처음에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직접 사용해보면서 불편을 느끼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콘텐츠에 대한 실망으로 실제 접속 유저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모바일 인덱스가 제공한 DAU에 따르면 12일 론칭 당시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384,001명이었지만 일주일이 지난 20일, 100,000명이 감소한 286,691명으로 집계되었다.
디즈니+의 이용자 수가 줄어드는 사이, 넷플릭스는 새로운 콘텐츠 '지옥'을 내놓으면서 오징어 게임, 아케인에 이어 연달아 화제성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여주며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한국 디즈니+는 새로운 콘텐츠가 없다. 오히려 해외 디즈니+에서는 볼 수 있는 콘텐츠를 한국 디즈니+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도 존재한다. 물론 디즈니+가 들어오면서 한국에서 정식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생기긴 했지만, 이는 마니아층이 좋아하는 마블(Marvel Studios) 관련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전에 마블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넷플릭스가 내놓는 오리지널 시리즈는 사전에 다른 작품을 보지 않아도 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다.
디즈니의 IP는 강력하다. IP별로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에 소속된 다양한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정리해두었다. 마블의 페이즈를 구분해두고, 스타워즈 연대기, 컬렉션 등 디즈니 콘텐츠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보여주고 있다.
프로필을 만들 때 PIN 번호를 설정해 계정을 같이 사용하는 구성원이라도 개인 프로필 접근을 막을 수 있다. 시청 기록과 시청 중 영상이 노출되지 않는다. PIN 번호 설정으로 가족이나 친구끼리 같이 쓰더라도 내 프로필로 들어와서 시청 기록이 뒤섞일 일도 없다.
콘텐츠를 찾을 때 보통 작품 제목으로 검색한다. 혹은 등장 배우명을 입력했을 때 콘텐츠의 검색 결과가 나오는 게 보편적이지만, 디즈니+는 캐릭터 이름을 검색해도 된다고 처음부터 설명하고 있다.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IP에 대한 자부심과 그에 익숙해진 이용자가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든 배려를 느낄 수 있다.
기존 영화관에서 개봉했던 아이맥스 비율 지원한다. 덕분에 집에서 빔프로젝터나 큰 TV가 있다면 굳이 아이맥스 영화관을 찾아갈 필요 없이 디즈니+에 들어오길 기다리거나, 다시 보고 싶은 작품도 아이맥스 비율로 집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작품을 같이 볼 수 있는 기능으로 넷플릭스 파티, 왓챠 파티와 비슷한 기능이다. 디즈니+를 사용하는 사람들(최대 6명)과 링크를 통해 한 곳으로 모일 수 있다. 아직 채팅 지원은 되지 않고 이모티콘 정도만 가능하다. 원활한 의사소통은 안 되지만 이모티콘으로 함께 있다는 소속감은 느낄 수 있다.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넷플릭스 파티나, 외부인에게도 방 공개 여부를 설정할 수 있는 왓챠 파티와는 미묘하게 다르다. 해당 서비스들의 특징인 기능을 합쳐 디즈니+의 Group Watch는 앞으로 채팅 기능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영상 플레이어 완성도는 정말 기본적인 기능만 있는 수준이다. 타사 OTT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레이 중 배속, 회차 선택이 없다. 단일 영화라면 회차 선택이 필요 없겠지만, 드라마의 경우 다음 회차를 선택하거나 이전, 혹은 다른 시즌의 회차로 넘어갈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데 디즈니+에는 없다. 심지어 모바일에서는 한 회차가 끝나면 다음 회차로 넘어가지만, PC 환경에서는 검은 화면으로 멈춰있는 오류도 빈번하다.
기존 영화관에서 개봉했던 영화의 경우 영화 자막을 그대로 사용하고, 공식 자막이 없던 콘텐츠는 새로 자막 작업을 했다고 하지만 지식인이나 SNS에는 자막 오역 문제, 불만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드라마에서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존댓말과 반말 사용도 들쑥날쑥하거나, 처음 캐릭터의 성격과 달라지는 모습도 보인다. 혹은 합성어를 직역해서 의미 전달이 이상한 번역도 있다. 심지어 자막끼리 겹치는 현상도 발생한다. 디즈니+의 론칭이 계속 밀렸던 이유 중 하나로 번역 문제가 있었던 만큼, 정확한 번역을 지원하지 않아 이용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애플 TV+의 장점은 원하는 작품을 검색하고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즈니에서 가지고 있지 않은 작품이라도 애플 TV+에선 검색해서 개별 구매를 할 수 있고, 애플 TV+ 오리지널 작품을 볼 수 있다. 흩어져있는 VOD 구매, 관람 서비스를 애플 TV+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도 있고, 애플 오리지널 작품을 보면서 영화도 볼 수 있지만, 영화는 대부분 애플 TV+ 구독권 외 추가 개별 구매를 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반면, 디즈니+에서는 디즈니 작품을 추가금 없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작품이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면 굳이 애플 TV+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디즈니 외에 다른 회사의 작품을 같이 보고, 소장하고 싶다면 애플 TV+로 개별 구매하고 관리하는 게 편리하다.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많기 때문에 카테고리를 작품의 장르, 분위기가 아니라 브랜드별로 나눌 수도 있는 디즈니+와 다르게 애플 TV+는 오리지널 작품을 내세우고, 다른 OTT 서비스와 연동해 애플 TV+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OTT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서 결국 애플 TV+를 사용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기존 OTT 서비스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게다가 애플 TV+는 스트리밍 월정액 서비스뿐만 아니라 디바이스(TV, 리모컨, 모뎀)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디즈니+에 있는 작품은 대부분 ‘극장’ 포스터를 사용하거나, 같은 비율로 이미지가 사용되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도 간략해서 1~2줄로 정리된다. 반면, 애플 TV+는 동영상 비율의 가로가 긴 포스터 이미지를 사용하면서 ‘영상’ 콘텐츠에 기준을 맞추었다. 이는 넷플릭스와 유사하다. 또한 애플 TV+는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 작품 설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큰 줄거리나 요소를 친절하게 적어두었다.
애플 TV+는 애플 기기(핸드폰, 맥북, 아이맥 등)를 구매한다면 애플 TV+ 무료체험권을 준다. 충분히 체험해보고 이어서 구매하라는 배려이자 자사 콘텐츠와 사용성에 대한 자부심, OTT 서비스 후발자의 전략이다. 하지만 한국 디즈니+는 무료체험도 없고, 고작 월간 결제 혹은 연간 결제로 나눌 뿐이다. 물론 요금제가 넷플릭스처럼 월간이라도 세부적으로 지원 디바이스, 해상도에 따라 나누지 않는다. 타 OTT 서비스와 비슷하기도 하다.
하지만 자막과 기능이 글로벌 대기업의 완성도라고 믿기지 않는다. 게다가 콘텐츠는 대부분 영화관에서 개봉한 영화, 마블 드라마 등인데 이는 영화관에서 봤다면 또 해당 영화를 보기 위해서 결제를 할 필요를 못 느낄 것이다. 한 작품을 계속 보는 마니아층이라면 기꺼이 디즈니+를 이용하겠지만, 이마저도 마니아층을 노리는 드라마가 해외보다 늦게 들어오거나 자막 문제로 불만을 품고 있다. 디즈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능 개선 및 번역을 수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예정일뿐 언제 바뀔지는 모른다. 그러는 사이에 이용자는 더 줄어들고, 아예 관심을 잃을 수도 있다. 넷플릭스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도, 한국 이용자를 잡기 위해서도 예정된 문제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