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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휴먼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구글의 지메일 같은 이메일 서비스인데 월 구독료가 무려 30달러(한화로 월 3만 5,000 원)이다. 게다가 돈을 낸다고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 일단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기다려야 하고, 제품 가치와 사용자의 작업 환경이 잘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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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휴먼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구글의 지메일 같은 이메일 서비스인데 월 구독료가 무려 30달러(한화로 월 3만 5,000 원)이다. 게다가 돈을 낸다고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 일단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기다려야 하고, 제품 가치와 사용자의 작업 환경이 잘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
무료 이메일 서비스가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요즘 시대에 돈을 내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슈퍼휴먼의 이용자 수는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약 5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참고로 가입 대기자 수는 그의 10배에 가까운 45만 명 정도.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창립된 슈퍼휴먼의 현재 기업가치는 약 9,800억 원이며, 최근 약 890억 원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 도대체 이메일 서비스의 어떤 점이 그렇게 특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참고: 이 글은 실제로 슈퍼휴먼을 써보고 작성한 글이 아닌 점을 밝힙니다.
슈퍼휴먼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소개될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모노톤 위주의 슈퍼휴먼 앱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다. 보통 모노톤 디자인의 UI에는 버튼에 포인트 컬러가 들어가곤 하지만 슈퍼휴먼은 제목, 내용, 버튼 모두 일관되게 모노톤을 유지하고 있어 고급스러워 보인다. 이메일 앱의 디자인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싶지만 사람들은 디자인에 민감하다. 슈퍼휴먼의 디자인은 깔끔하고 매력적이다.
제품 소개를 읽어보면 이것저것 다양한 기능보다는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효율적인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군더더기를 빼고 핵심 기능에 집중하는 제품 방향성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구글의 지메일을 개발한 엔지니어 폴 부흐하이트(Paul Buchheit)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것은 바로 '지메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인터랙션은 0.1초 이내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사람이 무언가를 '즉각적이다'라고 느끼려면 0.1초 이내에 이루어져 한다는 것이 그 원칙의 이유였다.
슈퍼휴먼 또한 이 0.1초 원칙을 지킨다. 직접 검증해보지 못하는 관계로 다른 사람들의 체험기를 여러 개 확인해보았는데, 확실히 빠르긴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메일도 느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슈퍼휴먼은 일관되게 빠르다. 지메일을 쓰다 보면 0.1초는커녕 (이메일 분량에 따라) 2~3초 이상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0.1초 원칙을 실제로 지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탄 포인트다.
슈퍼휴먼은 어떻게 이렇게 빠를 수 있을까? 직접 프로그래밍을 한 것이 아니니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제품의 개발 초점이 '빠른 이메일 경험'에 맞춰져 있는 것은 확실하다. 예를 들어 슈퍼휴먼의 공식 블로그에는 '자바스크립트에서 날짜/시간 정보를 나타낼 때 new Date() 또는 performance.now() 중 어느 것을 사용해야 하는 가'에 대한 글이 있는데, 전자는 0.001초, 후자는 0.000001초를 소요하므로 후자를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아주 미세한 차이라도 놓치지 않고 최적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슈퍼휴먼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인박스 제로(Inbox Zero, 받은 메일함을 모두 비우는 것)에 도달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있다. 미니멀한 디자인에 맞춰 UI 버튼이나 추가 기능이 거의 없고, 이메일을 열면 상관없는 사이드 메뉴가 보이지 않도록 가려준다. 보이는 것은 이메일 본문 내용과 사이드 패널의 캘린더나 연락처 정보뿐이다. 다른 곳으로 샐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 이메일을 처리하는데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UI가 단순하다고 해서 기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팔로우업 리마인더, 예약 발송, 발송 취소, 스누즈 등 스마트한 이메일 작업에 필요한 웬만한 기능은 모두 있다. 받는 사람 이메일 주소와 연결되어있는 소셜 미디어 정보를 취합해 오른쪽 패널에 보여주는 것도 인상적이다. 해당 정보를 참조해 이메일 내용을 정교히 다듬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상대방이 내 이메일을 읽었는지 여부를 트래킹 하는 기능도 있는데, 이는 발송하는 이메일 안에 (구글 애널리틱스처럼) 트래킹 픽셀을 심어 받는 사람의 행동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메일에 심어져 있는 트래킹 픽셀이 읽음 여부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의 위치 정보 같은 개인 정보까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추적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2019년에 추적 기능은 그 범위가 많이 축소되었다.
슈퍼휴먼의 모든 이용 흐름은 키보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메일 보내기, 닫기, 지우기 등 기본적인 기능은 클릭할 수 있는 아이콘이 제공되지만, 그 외에는 모두 키보드 단축키 또는 명령어 입력으로 실행하도록 디자인되어있다.
일단 단축키부터 살펴보자. 지메일처럼 단축키 기능이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강제된다. 메뉴 간 이동, 작성하기, 취소하기처럼 지메일에서 제공되는 기본 단축키를 모두 제공하며, 참조 추가, 제목 수정, 폰트 키우기 같은 디테일한 부분까지 모두 단축키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메일에는 정말 많은 기능이 있고 그 많은 기능에 대한 단축키를 모두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슈퍼휴먼에서는 맥의 스포트라이트와 같은 명령어 기능을 제공한다. CMD+K 를 누르면 명령어 입력창이 나타나고, 그 안에 원하는 명령어 키워드를 넣으면 그에 맞는 기능을 찾아 실행해준다.
보통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때 마우스와 단축키를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슈퍼휴먼은 오직 키보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환경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담당자가 직접 1대 1로 단축키 트레이닝을 제공할 정도다. 슈퍼휴먼 소프트웨어 자체가 빠른 것도 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도 빨라지게 만든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슈퍼휴먼은 키보드 위주의 사용이 거의 강제된다. 따라서 마우스 의존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슈퍼휴먼 사용이 어려울 수 있다. 즉,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단축키가 지메일과 거의 비슷하게 구성되어있어 그나마 낫지만, 러닝 커브가 있는 소프트웨어임은 확실하다.
다행히 그 모든 어려움을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다. 슈퍼휴먼에 처음 가입하면 고객지원팀 담당자와 30분 정도의 온보딩 미팅을 하게 되는데, 이때 슈퍼휴먼에 대한 트레이닝을 받게 된다. 단순히 기능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이메일을 어떤 방식으로 써왔는지에 대한 질답이 이루어지고, 그에 맞춰 트레이닝 메뉴가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기본 소개가 끝난 후에는 '마우스에 손 안 대고 이메일 써보기' 같은 챌린지를 통해 연습도 시킨다.
서비스 이용자들의 후기에 따르면 온보딩 후에도 담당자로부터 '슈퍼휴먼 잘 쓰기 팁', '만족도 조사'와 같은 메일이 지속적으로 온다고 한다. 이용자 한 명이 만족도 조사를 통해 피드백을 제출했는데, 그에 대해 담당자가 상세한 답변을 보내주어서 놀랐다고 할 정도로 '밀착 서비스'라는 느낌이 강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정보를 교환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브랜드 충성도가 생긴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슈퍼휴먼 담당자와의 관계성이 생기고, 그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 것이다. 테크크런치에서 소개한 6개월 사용기에서는 '슈퍼휴먼 구독을 취소할 때 거의 사과할 뻔했다'라는 부분이 있다. 이메일 서비스에 무슨 1대 1 관리가 필요할까 의문이 들 수 있지만, 그만큼 효과는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슈퍼휴먼에 대한 칭찬을 잔뜩 늘어놓았는데, 물론 단점도 있다. 가입하기 어렵다는 점은 둘째 치고, 손에 익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현재까지의 습관을 버리고 슈퍼휴먼에 최적화되도록 습관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확장 플러그인을 지원하지 않는다. 확장 플러그인을 대환영하는 지메일과는 정반대다. 지원하지 않으니 그만큼 빠르다고 볼 수 있지만, 스트리크(Streak) 같은 CRM 플러그인을 팀 전체가 사용하는 경우 나만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니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아직까지는) 애플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맥과 아이폰 전용 앱이 있으며, 윈도와 안드로이드용 앱은 차후 지원 예정에 있다. 아무래도 애플 점유율이 높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서비스이고, 팀 규모가 큰 편이 아니라 여러 운영체제 지원에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마지막 단점은 역시 비싼 가격. 월 3만 5,000 원이나 하는 점은 이메일 서비스뿐만 아니라 그 어떤 서비스와 비교해봐도 비싸다. 1회 결제면 모르겠는데, 매달 내기에는 크게 부담되는 가격이다. 물론 슈퍼휴먼도 이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이 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주로 이메일 업무가 많은 스타트업 대표나 회사 임원들이 만족하면서 쓸 수 있는 '밀착형 럭셔리 앱'을 지향하고 있다.
슈퍼휴먼의 인기가 막 치솟았을 당시에는 비아냥거리는 이야기가 많았다. 일단 3만 원이 넘는 비싼 돈을 내야 하고, 대기자 명단까지 뚫어야 하니 '샌프란시스코의 잘 나가는 CEO들이 쓰는 서비스' 느낌의 VIP 전용과 같은 이미지가 형성됐다. 특히 이메일 말미의 'sent via Superhuman' 서명이 그런 VIP 이미지를 더욱 부각했다. 이를 두고 '이메일은 무료로 사용해도 충분한데, VIP 티를 내고 싶어서 안달 났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서비스 내용과 후기를 살펴보면 단순히 VIP 이미지 하나만을 위해 쓰는 것은 아닌듯하다. 물론 3만 5,000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슈퍼휴먼은 다른 이메일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색다르다. 그저 디자인이 깔끔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인박스 제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을 준다. 목표 달성을 위해 1대 1 트레이닝까지 제공해주는 이메일 서비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결론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비싸고 과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참 유용한 서비스일 것이다. 특히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이메일에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3만 5,000 원은 별로 비싼 가격이 아닐 수도 있다.
<참고 자료>
- Superhuman Raises $75 Million For Its Waitlist-Only Email Productivity App
- Performance metrics for blazingly fast web apps
- Email Productivity with Superhuman
- Superhuman: The Future of Email or a Monumental Waste of M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