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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 왜 한국에서는 그저 그럴까?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는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로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최강자이다. 현재 178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며, 전 세계 유료 구독자는 1억 7천만 명이 넘는다.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분기 기준 30%로 글로벌 1위이다(2위는 애플 뮤직).

 

2008년 첫 론칭 이후 쭉 성장가도를 달려온 스포티파이는 2015년에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하며 '종합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가시화했다. 특히 이번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음악보다 팟캐스트 사업 부문을 먼저 언급하는 것을 보면, 팟캐스트가 스포티파이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포티파이 광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광고주의 5분의 1이 팟캐스트에도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독일 베를린에서 약 5년 반 정도 거주하였는데, 거기에서는 정말 모두가 스포티파이를 사용한다. 굳이 경쟁자를 꼽아보자면 애플 뮤직 정도였는데, 애플 뮤직 사용자들이 스포티파이를 쓰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전자제품 매장에 가보아도 스포티파이 앱과의 연동 기능이 공식적으로 탑재된 스피커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지도 반년이 조금 넘었다. 처음 한국에 출시된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의 기대감은 엄청났지만, 현재 그 기대감이 다 어디 갔는지 조용하다. 도대체 왜 기대보다 조용한 것인지 함께 살펴보자.

 

 

1. 한국에선 몇 명이나 쓸까?

스포티파이 한국

 

한국의 음원 서비스 시장은 국내 플랫폼들이 꽉 잡고 있으며, 그 안에서 구글의 유튜브 뮤직이 급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가장 이용자 수가 많은 것은 카카오가 2016년에 인수한 ‘멜론’이며, 그 뒤로 KT의 ‘지니뮤직’, ‘유튜브 뮤직’, SK텔레콤의 ‘플로’ 등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안타깝게도 랭킹 맨 아래에 있다. 1위인 멜론과 MAU(월간 활성화 사용자)를 비교했을 때 25배 이상 차이가 난다. MAU 33만 명이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의 전 세계 MAU는 무려 3억 8천만 명이다. 그런 플랫폼의 MAU 수치에서 K-팝의 국가가 기여하는 비율이 겨우 0.09%인 것은 적어도 너무 적다.

 

한국 론칭 당시에는 기대감이 대단했다. 음악 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이미 유명한 서비스라 입소문 날 가능성도 충분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스포티파이로 검색해 나오는 이미지들의 댓글을 보면, 사람들이 친구들을 태그해 '스포티파이로 옮겨 타자'며 북적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소위 '오픈 빨'이라는 것까지 받아 쭉쭉 올라갈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그러지 않았다. 한국이 특이하게도 음원 서비스의 종류가 많은 국가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존재감이 명성에 비해 없어도 너무 없다. 혹시 데이터가 부족한 건가 싶어 주변 여기저기에 물어봐도 스포티파이를 쓰고 있는 사람, 써본 사람, 이름을 들어본 사람 모두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해외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2. 시작과 동시에 불거진 음원 문제

스포티파이

 

론칭 초기에 음원 문제로 꽤 시끄러웠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마찰이 있어 아이유 같은 유명 가수들의 음원이 스포티파이에 공급되지 않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위 플랫폼 멜론을 서비스하고 있고 많은 가수들과 음원 유통 계약을 맺고 있는 상태라 스포티파이라는 경쟁 플랫폼에 음원 공급을 하기가 꺼려졌을 것이다. 스포티파이와 마찰음을 내는 것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지니뮤직, NHN벅스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서비스 시작 당시 한국 스포티파이에 한국 가수들의 노래가 빠진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전 세계 점유율이 압도적인 스포티파이는 공급 계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수들의 노래를 글로벌 스포티파이에서 내리는 식으로 응수했다. 요즘같이 K-팝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시대에 글로벌 플랫폼에서 노래가 내려간다는 것은 가수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플랫폼들끼리의 기싸움이 한바탕 벌어졌고, 결국엔 어찌어찌 재계약이 성사되어 현재는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글로벌 스포티파이에서 들을 수 있게 됐으며, 한국 스포티파이에서도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한창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때 벌어진 일이라 사용자들에게 '한국 노래 없는 플랫폼'이라는 이미지가 남게 되었다. 현재는 그런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지만 한 번 박힌 이미지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또, 모든 한국 노래가 공급된 것도 아니라 한국 노래를 많이 듣는 사람에게 스포티파이는 조금 부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래 '비와 당신'을 검색했을 때 럼블피쉬나 노브레인이 부른 것은 나오지만 박중훈이 부른 버전은 들을 수 없다. 멜론이나 지니뮤직에는 있다.

 

마지막으로 일부 한국 노래 제목이나 가수들의 이름이 영어로 표기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조용필'을 검색하면 'Cho Yong Pil'이라고 나오는 식이다. 그의 노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라는 한국어로 표기되어 있지만, '바람의 노래'는 'Song Of The Wind'라고 나온다. 아직 국내 데이터가 모두 업데이트되어 있지 않아 생기는 문제인 것 같다. 사소한 불편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쓰기에는 적어도 한국 노래에 관해 다른 서비스들이 월등히 훌륭하다.

 

 

3. 한국만 무료 요금제가 없네?

스포티파이 요금제

 

한국 스포티파이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무료 요금제가 없다는 점일 것 같다. 글로벌 스포티파이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무료로 사용하면 오디오 사이사이에 광고가 들어가거나 곡을 선택하지 못하고 무작위로 들어야 하는 제한이 있다. 곡이 중간에 끊기는 것은 아니므로 광고 자체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으면 무료로 사용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안타깝게도 무료 요금제 없이 개인과 듀오 요금제로만 제공 중이다. 각각 3개월, 1개월의 체험 기간을 주긴 하지만, 그 기간이 끝나면 돈을 내야 한다. 아마 무료 요금제에 삽입할 오디오 광고 물량이 없으니 그런 것이 아닌가 싶은데, 무료로 '사용해 볼 수' 있는 것과 계속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맛보기 전에 결제 수단을 등록해야 하는 것은 큰 진입장벽이다.

 

요금제 종류가 부족한 것도 단점이다. 돈을 내겠다는 사람도 패밀리 요금제가 없는 것에 불만을 가진다. 무엇보다 해외에서는 있는데 한국에는 없는 것이 가장 아쉽다. 패밀리 요금제는 계정을 6개까지 만들 수 있다. 요금이 한화로 약 2만 원이라고 치면 계정 당 3,300 원 꼴이다.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나눠 내기 좋은 가격대인데 없는 것이 아쉽다.

 

국내 1위 업체인 멜론은 무제한 스트리밍의 경우 7,900 원, 모바일 기기에서만 무제한 스트리밍 할 경우 6,900 원이다. 가끔만 듣는다면 300회 이용권(4,800 원)을 결제하거나, 개별곡 다운로드권을 구매해도 된다(곡 당 700 원). 통신사와 제휴되어 있는 요금제를 잘 활용하면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가 1위 업체인 멜론보다 요금이 비싼 것도 팟캐스트 콘텐츠가 풍부했으면 그래도 납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국 스포티파이에는 팟캐스트가 단순히 올라오는 것뿐만 아니라 스포티파이 독점 팟캐스트까지 있기 때문에 정말 고퀄리티의 오디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팟캐스트 기능 자체가 빠져 있다. 해외 팟캐스트라도 들을 수 있다면 모를 텐데 아예 팟캐스트 섹션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한국 버전은 팟캐스트가 빠진 반쪽짜리 서비스인데, 요금은 요금대로 비싸고 요금제가 다양하지도 않다. 무료로 사용할 수도 없다.

 

 

4. 알고리즘이 대단한 건 알겠지만…

스포티파이 알고리즘

 

스포티파이의 강점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음악 추천이다. 그리고 실제로 써보면 스포티파이의 추천 알고리즘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포티파이가 아니었으면 절대 몰랐을 내 취향의 아티스트와 음악을 많이 발견했다.

 

하지만 추천 알고리즘이 뛰어나다는 점이 요즘 시대에 그렇게 놀랄 장점은 아니다. 스포티파이가 한창 성장하던 2010년대와는 달리, 현재의 우리는 유튜브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 추천 알고리즘이 기본적으로 붙어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동영상을 보든, 기사를 읽든, 쇼핑을 하든 알고리즘이 계속해서 소비할 콘텐츠와 상품을 추천해준다는 사실 자체가 그렇게 새롭지는 않다.

 

스포티파이의 추천 알고리즘이 남다른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 장점을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거나, 가격이 저렴하거나, 음악이 많거나 하면 바로 와닿는다. 하지만 추천 알고리즘이 좋다는 점은 주관적인 부분이고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스포티파이 코리아는 마케팅을 하면서 '나보다 날 더 잘 아는'이라는 카피를 사용했는데 개인적으로 서비스의 장점을 잘 나타내는 문구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장점이 스며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그럴 바엔 같은 돈 내고 (영상 광고 없애주고 뮤직까지 주는) 유튜브 프리미엄 쓰고 말지."

 

 

굳이 스포티파이를 쓸 이유가 없다

친구에게 스포티파이를 추천하는 상황을 상상해 봤다. 어떤 장점을 어필해도 "이미 멜론 쓰고 있는데?" "유튜브 프리미엄 쓰고 있어서 유튜브 뮤직 쓰면 됨" "무료 아니면 됐어" "한국 음악 없는 거 아니야?" "이미 구독하는 거 많아서 어려울 듯" "애플 뮤직보다 비싸네? 그럼 굳이?" 같이 거절 멘트만 무수히 떠올랐다. 거절 멘트를 반박할만한 장점을 찾기 힘들었다.

 

멜론, 지니뮤직 같은 국내 플랫폼들을 제외하더라도, 진짜 라이벌은 유튜브 프리미엄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유튜브 시청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 수도 늘어났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유튜브 광고를 없애줄 뿐만 아니라 유튜브뮤직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그래서 처음엔 광고 제거 기능만 원했던 사람들도 '유튜브에 음악도 있어?'라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스포티파이는 현재 이런 식으로 흘러들어올 통로가 없다.

 

최근 스포티파이는 LG U+와 독점 제휴를 맺었다. 특정 요금제에 가입하는 LG U+ 이용자들에게 6개월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는 등 나름의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료 기간을 늘리는 것보다 무료 요금제부터 추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악만을 위해서 매달 만 원을 내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는다.


<참고 자료>

- 스포티파이의 메인 이미지는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이미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스포티파이 서비스 이미지는 데스크톱 앱에서 직접 캡처한 것입니다.

- 서비스 국가, 유료 구독자 수, MAU 정보: newsroom.spotify.com

- 스포티파이 글로벌 점유율 정보: counterpointresear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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