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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발표는 왜 지루할까? (feat. 애플 이벤트)

구글 사옥

지난 10월 18일에 애플 이벤트가 있었다. 그 다음 날에는 구글 이벤트가 있었다. 두 이벤트를 유튜브 라이브로 시청하였는데 애플 이벤트는 이상하게 흥미진진했고, 구글 이벤트는 이상하게 별 느낌 없었다.

 

애플 이벤트는 나와 별 상관없는 행사였다. 어떤 제품이 공개될지 이미 유출된 정보를 통해 대충 알고 있었고, 그중 사고 싶은 건 없었기에 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반면 구글 이벤트는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스마트폰 픽셀6에 대한 상세 정보를 공식적으로 처음 발표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무조건 흥미진진해야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흥미진진한 정도에 관해선 애플의 승리였다. 스티브 잡스 시절과 비교해 발표 스타일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으로 바뀐 것도 있고) 보는 재미는 여전했다. 구글의 발표는 여전히 끌어당기는 힘이 부족했다.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구글 이벤트는 보는 재미가 부족하다는 의견은 예전 이벤트에서도 늘 나오는 이야기였다.

 

도대체 애플 발표와 무엇이 다르길래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1. 배경이 밋밋하다

구굴 애플 이벤트 비교
(왼: 구글, 오: 애플)

 

발표를 진행하는 방식은 둘 다 비슷하다. 정확히 말하면 구글이 애플 방식을 많이 참고했다. 처음에 회사의 리더가 등장해 이벤트의 전체적인 개요를 설명한다. 그리고 기능별 소개에서는 각 기능의 책임자의 발표 장면으로 전환되는 식이다. 중간중간에 소개 영상을 보여주는 것, 발표가 끝나면 정리 슬라이드를 보여주는 것까지 모두 비슷하다.

 

하지만 위 그림에서 보이듯이 애플의 발표에서는 배경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소개하는 기능과 공간의 콘셉트가 일치한다. 홈팟미니를 소개할 때는 다양한 거실이 모여 있는 세트장을, 에어팟 3세대를 소개할 때는 거대한 공간감이 느껴지게 꾸몄고, M1 PRO/MAX 칩을 소개할 때는 최첨단 연구실 콘셉트로 되어있다. 영상을 보는 사람이 그 공간에 실제로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구성해 놓았다.

 

반면 구글 이벤트를 보고 기억에 남은 것은 구글 스토어뿐이었다. 같은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애플과 달리 그냥 깔끔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누군가의 PPT 발표를 본 것 같았다. 공간 전환이 있긴 하지만 느낌이 전체적으로 비슷해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편안한 느낌이었지만, 임팩트는 아무래도 느끼지 못했다.

 

 

2. 움직임이 적다

구글 이벤트
출처: 구글 행사 유튜브
애플 이벤트
출처: 애플 행사 유튜브

 

구글 이벤트는 화면이 멈춘 느낌이 강했다. ‘왜 그런 느낌이 들까’ 생각해 보니 발표하는 사람이 앉아있을 때가 많았다. 발표 분량의 50% 즈음은 앉은 채로 진행되었다. 반면 애플 쪽에서는 다들 서서 발표하고 있었다.

 

앉아있으니 발표하는 사람의 위치는 고정될 수밖에 없고, 움직이는 것은 카메라뿐이다. 하지만 카메라 또한 그렇게 다이내믹하게 움직이지는 않아서 결국 화면이 정적으로 느껴졌다. 서서 발표하는 사람도 서있는 자리에 고정된 채로 상반신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애플처럼 발표자들이 걸으면서 이야기하면 좀 더 집중이 되었을 텐데 싶었다. 걸으면서 이야기하면 카메라가 발표자를 따라가게 되고, 그러면 내 시선이 움직이게 되어 더욱 현장감이 느껴진다.

 

구글 애플
(왼: 구글, 오: 애플)

 

움직임과 무관한 부분이지만 카메라 구도도 애플 쪽이 훨씬 다양했다. 사람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도 있고, 전신을 보여주거나 아예 사람이 작게 보일 정도로 멀리서 찍을 때도 있다. 같은 발표를 무대의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어 주기적으로 주의가 환기된다. 구글도 카메라 각도가 바뀌긴 하지만 제한적이고, 특히 구글의 하드웨어 총괄인 릭 오스터로(Rick Osterloh)가 첫 소개를 하는 부분은 화면이 정말 답답해 보였다.

 

 

3. 음악이 심심하다

구글 애플
(왼: 구글, 오: 애플)

 

음악의 느낌을 이미지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위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음악이 주를 이루었다. 구글은 주로 조용하고 편안한 장르가, 애플은 비트가 느껴지는 장르가 많았다.

 

애플 이벤트는 오프닝을 뮤직 비디오로 시작했다. 맥 컴퓨터의 시작음이 서서히 다른 음악과 리믹스되는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이어 애플 뮤직을 소개할 때는 가벼운 비트가 들어간 음악을, 에어팟 3세대 영상에서는 아주 신나는 음악이었고, M1 PRO/MAX 부분에서는 신비한 느낌의 배경음을 깔았다. 소개하는 기능과 잘 어우러져 내용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다.

 

반면 구글 이벤트에서는 음악을 별로 사용되지 않았다. 발표자의 목소리만 들리거나, 음악이 있다고 해도 희미하게 깔리는 정도라 정적이었다. 항상 웅장하고 신나는 느낌을 내려는 애플과는 정반대였다. 웅장함까지는 필요 없더라도 신제품을 소개하면서 두근거리게 만드는 분위기는 확실히 아니었다. 취향 차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애플 스타일이 '이벤트'에는 더 어울린다고 느낀다.

 

영화 타짜의 "밑장을 빼면 소리가 달라! 소리가!"라는 대사처럼, 우리는 소리에 민감하다. 음악이 있고 없고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게임을 할 때 한 번 음악을 끄고 플레이해 보자. 정말 심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목소리만 들리는 것은 자극이 부족해 심심하다.

 

 

4. 같은 사람의 분량이 너무 길다

구글 애플

 

위 데이터는 이벤트 영상에서 각 발표자가 말하는 부분을 확인하여 데이터로 정리한 것이다(소개 영상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구글과 애플 두 이벤트 모두 전체 길이는 약 50분가량이었으며, 발표자 1명의 발표 시간, 전체 발표에서 차지하는 비율, 발표자 수, 발표자 전환이 일어나는 횟수를 확인하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애플이 11명, 구글은 7명으로 애플 발표자 수가 더 많다는 점이다. 발표자 수가 많은 만큼 각 발표자의 발표 시간도 짧았고, 그만큼 화면 전환도 자주 일어났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새로워진 M1 칩과 맥북 프로 신제품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쪽 발표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가져갔다.

 

구글 쪽 발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픽셀6의 카메라를 소개하는 브라이언 라코프스키(Brian Rakowski)의 분량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물론 픽셀 시리즈의 최대 강점 중 하나가 카메라인 만큼 카메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발표의 대부분을 한 사람이 진행하니 이내 지루해졌다(843초면 무려 14분이다). 그리고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발표자의 목소리가 차분한 톤이었던 것도 한몫한 것 같다. 

 

그나마 애플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외부 게스트 분량이 더 많았다는 점이다. 마블 영화 <블랙팬서2>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스냅챗의 CEO, 곤도 마리에 등이 나와 픽셀6를 소개하는 모습은 재밌었다.

 

 

5. 포장이 멋있지 않다

구글 픽셀
출처: 구글 행사 유튜브
애플 맥북프로
출처: 애플 행사 유튜브

 

애플은 그 인기만큼이나 욕도 많이 먹는데, 그중 '별것도 아닌 기능을 과대 포장한다'라는 비판이 많다. 나는 이 비판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심심한 포장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번 애플 이벤트의 주인공은 M1 PRO/MAX 칩이 탑재된 맥북 프로였다. 나는 전혀 구입할 마음이 없는 제품이었는데, 소개 영상을 보니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새로 추가된 포트를 중점으로 제품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세밀한 카메라 워크와 파워풀한 음악의 조화가 대단했다. 과대포장인 것을 알면서도 갖고 싶게 만들었다(다행히도 자제했다).

 

상세 스펙을 소개하는 슬라이드 디자인도 늘 그렇듯이 깔끔했다. 슬라이드 당 1개의 정보만 담겨있어 이해하기 쉽고, 그래프를 보여줄 때는 그림과 애니메이션이 섞여 보는 재미가 있다. 딱히 그래프에 담긴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어쨌든 대단하다는 거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애플 구글

 

애플 구글
(왼: 구글, 오: 애플)

 

구글도 물론 제품을 포장해 주는 영상과 슬라이드를 활용한다. 영상 퀄리티가 엉성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역시 기대감을 고조시켜주는 요소가 부족하다. 픽셀6 실물을 소개할 때 ‘별거 아냐’라는 듯이 패키지를 뜯어 꺼내길래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음, 별거 아니구나'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아 김이 팍 샜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온 제품인데 좀 더 멋있게 소개해 주길 바랐다. 애플은 홈팟미니에 새 컬러가 추가됐다는 큰 뉴스거리도 아닌 사실을 소개 영상까지 만들어 보여주는데 비해 구글은 있는 그대로 차분하게 소개할 뿐이었다.

 

상세 설명하는 구간도 밋밋했다. 애플은 기능별로 소개 영상을 만들어 멋있게 포장하는데 비해 구글은 이미지 몇 개와 텍스트 몇 줄로 끝. 그래프가 나오는 구간도 그렇게 멋있지 않았고, 특히 마무리 슬라이드는 그다지 직관적이지 않았다. 

 

 

소비자에겐 제품 판타지가 필요하다

글 전체적으로 '애플은 무조건 잘했고 구글은 무조건 못했다'라는 내용이 되어버렸는데, 구글 이벤트가 엉망인 것은 절대 아니었다. 다만 보는 입장에서 애플 이벤트에는 재미가 있었고, 구글 이벤트에는 정보가 있었다. 구글이 처음으로 내놓는 SoC(시스템 온 칩) 스마트폰인 만큼 그 강력함을 느끼고 싶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편안했다. 물론 나의 기대감이 너무 컸었을 수도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이다. 발표가 밋밋해도 제품이 좋으면 됐으니 개인적으로 불만은 없다. 하지만 발표가 재미있으면 제품을 구입하기 전부터 즐거울 수 있기 때문에 (픽셀 팬으로서) 구글의 발표는 조금 아쉬웠다. 애플처럼 제품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애플의 발표는 너무 요란하다며 구글의 담백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구글이 애플 방식을 많이 참고하긴 했지만, 그 화려함까지 참고했다면 괜히 비교당하면서 '따라쟁이' 별명이 붙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구글 하면 엔지니어 감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오히려 지금의 스타일이 더 구글스럽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정체성은 유지하되, 조금 덜 지루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참고 자료>

글에 사용된 시각 자료는 구글 픽셀 이벤트 영상과 애플 10월 이벤트 영상에서 캡처하여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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