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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쉐이크쉑이 한국에 처음 들어온 때였습니다. 근처에 볼일이 있어 막 개장한 강남점을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무척 더운 날이었습니다. 정문 앞 인도부터 코너를 돌아 길게 늘어진 줄이 멀리서도 보였습니다. 쉐이크쉑은 물론, 수제버거에 관해서는 아무런 흥미도 지식도 없었지만 자연히 관심이 생겼고, 직접 줄을 서서 먹기도 했습니다. 구태여 맛집을 찾지 않고 되는대로 밥을 먹는 저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처럼 맛집에 길게 선 줄은 고객들을 유혹하는 법칙 중 하나입니다. 오래 기다린 시간만큼 가게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일이 많이 때문입니다. 이런 점이 길게 줄을 선 가게, 그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경험의 매력도를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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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쉐이크쉑이 한국에 처음 들어온 때였습니다. 근처에 볼일이 있어 막 개장한 강남점을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무척 더운 날이었습니다. 정문 앞 인도부터 코너를 돌아 길게 늘어진 줄이 멀리서도 보였습니다. 쉐이크쉑은 물론, 수제버거에 관해서는 아무런 흥미도 지식도 없었지만 자연히 관심이 생겼고, 직접 줄을 서서 먹기도 했습니다. 구태여 맛집을 찾지 않고 되는대로 밥을 먹는 저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처럼 맛집에 길게 선 줄은 고객들을 유혹하는 법칙 중 하나입니다. 오래 기다린 시간만큼 가게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일이 많이 때문입니다. 이런 점이 길게 줄을 선 가게, 그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경험의 매력도를 높입니다.
클릭 몇 번이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고객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일은 줄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온라인에서도 소비자들이 줄을 서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얼마 전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뱅크의 경우, 사흘 만에 50만[1], 한 달도 안 돼서 100만 명이 넘는 사전신청자를 유치한 적 있습니다. 과연 어떤 마법을 부렸던 걸까요? 그 중심에는 고객 획득 전략의 새로운 핫 키워드로 떠오른 ‘대기자 명단 바이럴(Viral Waiting List) ’이 있습니다.
대기자 명단 바이럴은 제품 혹은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 잠재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데려오는 행위가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고객 유치 캠페인입니다. 이러한 개념이 형태와 역할을 갖추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드롭박스가 최초로 선보인 데모 비디오
드롭박스(Dropbox)는 대표적인 파일 공유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드롭박스가 보여준 여러 모험은 그로스 해킹 마케팅의 표본이 되었습니다. 이후 모든 스타트업의 제품 출시 방식을 바꿔버린 드롭박스의 제품 출시 과정도 그중 하나입니다. 2006년, 드롭박스라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논의하기 시작했을 때 시장에는 이미 여러 파일 공유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불안정하고 불편한 서비스 사이에서 드롭박스는 차별화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해시키기 어려운 기술적 기반에서 비롯한 자신감만으로 투자자를 설득할 수는 없었습니다. 드롭박스는 베타 제품을 사용하기를 원하는 고객을 모아 니즈를 증명하기로 합니다.
여기서 전설적인 MVP가 등장합니다. 드롭박스는 실제 작동하는 제품을 만드는 대신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모 비디오를 커뮤니티에 공유했습니다. 베타 사용 신청자는 5천 명에서 7만 5천 명으로 하룻밤 새 15배 늘었습니다.[2] 고객 니즈는 증명되었습니다.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커뮤니티는 초기 제품에 꼭 필요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수집하는 데도 효과적이었습니다. 대기자 명단은 출시 전의 드롭박스가 가진 잠재력을 증명했습니다. 이는 바이럴 실적을 확인하는 용도였지 바이럴 자체를 일으키는 주체는 아니었습니다.
대기자 명단이 본격적으로 바이럴 도구가 된 것은 ‘로빈후드[3]’ 때부터입니다. 수수료 없는 주식 거래 서비스 로빈후드는 처음부터 커뮤니티에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2013년 말 로빈후드가 등장했을 때 첫날에 1만 명, 첫 주에는 5만 명이 넘는 잠재고객이 베타 사용을 신청했습니다. 이후 한 해 동안 로빈후드는 일시적인 화제성 이상의 마케팅 추진력을 선보였습니다. 로빈후드는 베타를 신청한 고객에게 ‘자신보다 먼저 베타 신청한 사람이 몇 명인지’, ‘더 늦게 신청한 사람은 몇 명인지’ 순위를 보여줬습니다. 동시에 개인화된 미디어 쿼리를 단 초대 URL를 줬습니다. 대기하고 있는 고객들은 해당 URL를 통해 베타 신청한 사람이 생기면 명단 순위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초대의 보상으로 ‘새치기’가 주어진 것입니다. 이 기능으로 로빈후드의 베타 신청자들은 스스로 나서서 로빈후드를 홍보했습니다.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이 초대 한 번으로 쑥쑥 줄어드는 경험은 거의 중독적이었습니다. 대기자 명단은 로빈후드의 초기 성장을 책임진, 강력한 바이럴 도구였습니다.
대기자 명단 바이럴의 성공에는 1)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구조, 2) 쉽고 효과적인 신청·초대 과정, 3) 커뮤니티 타깃팅 등 3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초기 제품에서 실효성 있는 바이럴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각 특징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이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분야에서 게임의 메커니즘을 접목해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기자 명단 바이럴 속 게이미피케이션 구조의 중심에는 대기 순번이 있습니다. 많은 대기자 명단 바이럴 프로그램에는 로빈후드가 벤치마킹한 iOS 이메일 앱 메일박스(Mailbox)처럼 대기 줄에서 고객이 몇 번째인지 알려주는 2가지 숫자를 보여줍니다. 제품을 먼저 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 자신이 몇 명보다 앞섰는지 알려줍니다. 기술적 한계에 의한 기약 없는 대기라는 점에서 메일박스의 대기 줄은 오프라인 매장의 대기 줄과 비슷했습니다.[4]
이 숫자는 로빈후드에서 훌륭한 게이미피케이션 요소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제품 선택의 허들은 낮아집니다. 이게 바로 이전 글(데이터로 알아보는, 성과 내는 폼(Form) 설계 팁 5가지)에서 언급한 적 있는 소셜 프루프(Social Proof)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작든 크든 인간의 선택에는 사회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대기 순번은 소셜 프루프보다 보상 대상으로서의 존재감이 더 큽니다. 초대하면 대기 순번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이 단순한 기능이 대기 순번을 게임의 점수로 만들었습니다.
토스뱅크는 이 기능을 ‘등수 올리기’라는 직관적인 카피로 제공했습니다. 빨리 신청할수록, 총 초대수가 많을수록 순번이 앞당겨집니다. 총 초대 수를 기준으로 하는 토스뱅크의 방식은 큰 차이의 상대를 만나게 되면 그 이상 순번을 올리기 어렵기에 단기간의 캠페인에 어울립니다. 반대로 로빈후드의 새 대기자 명단 바이럴 프로그램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순번을 높이기 위해 꾸준한 초대가 필요하므로 장기간의 캠페인에 적당합니다. 어느 쪽이든 대기 순번 올리기가 제품을 쓰고 싶어 사전 신청한 고객에게 매력적인 보상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보상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숫자로 주어집니다. 이 모든 환경이, 잠재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데려오는 일로 경쟁하도록 부추깁니다.
포그 행동 모델에서 알 수 있듯, 난이도는 어떤 행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입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신청 과정과 다른 고객을 초대하는 일은 간단하고 쉬워야 합니다.
로빈후드는 ‘0달러 주식 거래’ 모토를 건 단순한 랜딩 페이지로 잠재 고객을 받았습니다. 신청에 필요한 정보는 제품 출시 때 안내할 용도로 받은 이메일 주소가 전부였습니다. 신청 후 대기 순번을 올릴 수 있는 화면에서는 고유 초대 URL을 각각 트위터, 페이스북, 이메일, 링크드인으로 공유할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졌습니다.
이미 기반이 확실한 토스에서 파생된 토스뱅크는 모든 과정이 좀 더 단순했습니다. 고객은 앱에서 터치 한 번으로 사전 사용 신청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신청 직후에는 지인 1명을 초대해서 올릴 수 있는 대기 순번을 보여줘 곧바로 초대 활동에 임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두 금융 제품이 보여준 신청·초대 과정의 간결함은 성공적인 대기자 명단 바이럴의 좋은 예시입니다.
게이미피케이션 구조는 고객이 고객을 불러오는 대기자 명단 바이럴의 핵심 사이클을 형성하고, 쉽고 효과적인 신청·초대 과정은 이 사이클을 부드럽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이 구조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오래 돌아갈지는 커뮤니티 타겟팅에 달렸습니다. 어떤 커뮤니티에서 바이럴을 시작할지 결정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대기자 명단 바이럴은 고객이 고객을 불러 결과적으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는 바이럴 방식입니다. 고객 1명이 다른 고객 2명을 불러온다고 가정합시다. 처음 모집된 고객이 10명입니다. 첫 번째 초대에서 새 고객 20명이 생깁니다. 이들이 초대하면 또 다른 고객 40명이 생깁니다. 다음은 80명, 160명…. 새로 온 고객이 빠짐없이 초대한다고 했을 때, 네 번의 초대 사이클을 거쳤을 뿐인데 10명의 고객은 310명이 되었습니다.
바이럴 계수 K에 관해 이야기한 예전 글에서 설명했듯, 이 숫자는 초기 고객의 수, 고객 1명이 초대하는 수, 그리고 각 초대의 전환율에 따라 달라집니다. 3가지 요인을 고려하여 적절한 커뮤니티를 선택해야 합니다. 개방적인 커뮤니티일수록 처음 모집되는 고객의 수는 많겠지만 고객 개개인의 열의는 크지 않아 1인당 초대 횟수가 낮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폐쇄적인 커뮤니티라면 초기 고객 수가 적을뿐만 아니라 바이럴 홍보부터가 어렵겠지만, 한번 제품의 효용성을 인정받고 나면 활발하게 바이럴하는 든든한 열성 고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드롭박스와 로빈후드는 모두 IT 커뮤니티인 Hacker News에서 큰 반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혁신적인 제품을 가진 두 스타트업의 이야기는 Hacker News의 구성원이 관심을 끌 만한 것이었습니다. 토스뱅크의 경우는 좀 더 쉬웠습니다. 토스는 국내 금융 앱 중 가장 높은 MAU(월간 활성 유저 수)와 사용 시간을 가졌습니다. 매달 1,412만 명이 넘는 고객이 토스 앱을 사용합니다. 이미 브랜드와 제품을 알고 있는 토스 고객을 대상으로 시작하는 바이럴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가게 앞에 늘어선 대기 줄은 자원 부족을 의미하지만, 대기 줄에 서는 행동은 기다리는 시간을 지불하는 게 아깝지 않을 만큼 가게의 경험이 매력적임을 암시합니다. 디지털 프로덕트의 대기자 명단 바이럴은 이런 구도를 고객 유치에 활용합니다. 성공적인 대기자 명단 바이럴에는 게이미피케이션 구조, 쉽고 효과적인 신청·초대 과정, 그리고 커뮤니티 타겟팅이라는 3가지 핵심이 있습니다. 여러 번 밝힌 것처럼, 고객을 데려와서 제품을 유지하는 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대기자 명단 바이럴은 앞으로 고객 획득 전략의 대세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1]토스뱅크 - 토스뱅크 사전신청 사흘만에 50만명 돌파
[2]Drew Houston, 2010 - Dropbox Startup Lessons Learned
[3]Apostle Mengoulis(Viral Loops), 2018 - How Robinhood’s referral program brought 1 million users before launch
[4]Ellis Hamburger(The Verge), 2013 - Inbox Unchained: Mailbox just fixed email on the iPh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