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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라는 단어는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로쿠(Roku)라는 이름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로쿠는 미국 OTT 시장의 숨은 승자라고 불리는 기업으로, OTT 스트리밍용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해 있으며, 나스닥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공개 기업이다. 'OTT 스트리밍? 요즘 TV에는 넷플릭스 다 내장되어 있는데 굳이 기기를 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또, 'OTT 기기는 구글 크롬캐스트나 애플tv가 있는데 상대가 되나?' 싶기도 하지만, 재밌게도 로쿠의 기기는 IT 공룡들이 만든 것들보다 잘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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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라는 단어는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로쿠(Roku)라는 이름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로쿠는 미국 OTT 시장의 숨은 승자라고 불리는 기업으로, OTT 스트리밍용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해 있으며, 나스닥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공개 기업이다. 'OTT 스트리밍? 요즘 TV에는 넷플릭스 다 내장되어 있는데 굳이 기기를 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또, 'OTT 기기는 구글 크롬캐스트나 애플tv가 있는데 상대가 되나?' 싶기도 하지만, 재밌게도 로쿠의 기기는 IT 공룡들이 만든 것들보다 잘 팔린다.
이 글에서는 로쿠의 기본 정보, 그들의 제품 라인업, 잘 팔리는 이유, 앞으로의 사업 전개 방향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로쿠는 OTT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회사다. 30달러(한화 약 3만 5천 원) 짜리 미니 셋톱박스부터 스트리밍용 HDMI 스틱, 사운드바, 리모컨, TV 등 최적화된 OTT 경험을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를 판매한다.
로쿠가 설립된 것은 2002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7년부터다. 당시 넷플릭스에서는 비밀 프로젝트 하나가 진행 중이었는데, 바로 TV에 연결하기만 하면 (복잡한 설치 없이) 넷플릭스를 볼 수 있게 해주는 OTT 기기였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OTT 디바이스를 직접 만들면 다른 하드웨어 회사들과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라고 판단했는지, 비밀 프로젝트는 결국 취소되었다. 프로젝트가 폐기된 것은 아니고, 넷플릭스가 로쿠라는 회사에게 넘겨주는 형태로 마무리되었다(그리고 넷플릭스는 로쿠의 투자자가 되었다). 하드웨어는 (넷플릭스 자신들이 투자한) 로쿠에게 맡기고, 넷플릭스 플랫폼은 콘텐츠에 집중시키자는 전략이었다.
출처: 2020년 미국 OTT 하드웨어 시장 점유율
14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옳은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넷플릭스 성공이야 말할 것도 없고, 로쿠는 (적어도 북미 지역에서는) OTT 디바이스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2020년 미국 OTT 하드웨어 시장에서 로쿠의 점유율은 38%로, 아마존 파이어TV나 애플tv, 크롬캐스트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KT, LG U+ 등 통신사 셋톱박스 위주의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017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을 때의 주가는 20달러(약 2만 3천 원) 정도, 2021년 10월 현재는 300 달러(약 35만 원)로 기업가치는 50조 원을 넘어간다(트위터와 비슷한 정도). 대부분의 매출은 북미 지역에서 발생하며, 영국을 포함한 몇몇 유럽 국가와 브라질에서도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 이용자 수는 5,500만 명을 넘는다.
로쿠의 정체성은 코드 커터(Cord-Cutter)다. 기존의 미국 가정에서는 지상파+케이블 TV+위성 TV에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는데, 이로 인해 TV 뒤에 수많은 케이블이 달리게 되었다. 그 케이블들을 모조리 잘라내어 소비자들을 비싼 비용에서 해방시켜주겠다는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에 '케이블 TV 해지하는 법'이라는 자세한 가이드가 마련되어있을 정도다.
로쿠 기기를 TV나 모니터에 달면 일반 TV가 스마트TV로 변신하게 된다(Roku의 자체 운영체제인 Roku OS가 탑재되어 있다). KT나 LG U+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TV 셋톱박스와 별 다른 차이는 없지만, 월 이용료 필요 없이 기기만 사면 끝이라는 점이 다르다. 기기 연결 후 보고 싶은 OTT 플랫폼(넷플릭스 등)의 구독료만 내면 끝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HBO 등 있을 건 다 있다.
또한 단순히 유료 OTT를 모아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 채널도 유튜브를 포함해 200개 이상 제공하고, TV 뉴스, 스포츠 중계 등도 볼 수 있다(역시 무료다). 즉, 로쿠 기기를 연결하면 진정으로 'TV+케이블+OTT'를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유선방송 채널들이 로쿠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기존 유선방송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많은 채널을 무료로 볼 수 있어 넷플릭스 같은 유료 OTT를 보지 않는 사람에게도 로쿠는 매력적인 기기이다.
가장 기본 제품은 로쿠 익스프레스. 겨우 30 달러(약 3만 5천 원) 가격이나 HD급 화질밖에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4K 지원을 원하면 더 상위 모델을 사야 한다(그래 봤자 만 원 정도 더 주면 된다). 그 외에는 벽걸이TV를 위한 HDMI 스틱 형태나 부가 기능이 이것저것 더해진 셋톱박스 형태, 스피커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운드바 형태 등 고객의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2014년에는 기기를 연결할 필요조차 없는 로쿠TV를 내놓으면서 TV도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다. 24인치부터 65인치까지 다양한 모델이 준비되어 있으며, 당연히 4K 지원도 된다. TV를 직접 제조하는 것은 아니고, 하이센스나 필립스 같은 전자제품 회사의 TV에 Roku OS가 내장되어있는 방식이다(OS를 라이선스 판매하는 방식). 로쿠의 다양한 라인업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로쿠TV로, '거품을 쫙 뺀 실용적인 스마트 TV' 포지션에 단단히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로쿠는 하드웨어만 팔지 않는다. 로쿠에서 판매하는 모든 기기는 자체 운영체제인 Roku OS를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플랫폼 내에서도 수익이 발생한다. 사실 하드웨어보다는 플랫폼 수익이 더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로쿠는 '로쿠 채널(Roku Channel)'이라는 자체 채널을 운영 중인데, 다른 OTT 채널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무료라는 점이다. 콘텐츠 중간중간에 광고가 나오는 것 빼고는 어떤 결제도 필요 없이 무료로 볼 수 있다(로쿠 기기가 없어도 웹으로 볼 수 있다). 로쿠 채널의 콘텐츠는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과 다른 스튜디오의 작품이 함께 제공된다. 무료 채널이라 그런지 <오징어 게임> 같은 킬러 콘텐츠는 없다. 작품들의 때깔이 왠지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로쿠 채널은 '그냥 아무거나 대충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넷플릭스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넷플리스 월 구독료가 아무리 '겨우 아메리카노 2~3잔 값'이라고 해도, 무료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2021년 2분기 로쿠의 어닝스 콜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로쿠 플랫폼에서 발생한 매출은 약 6,000억 원가량이다. 이 중 대부분은 광고를 통한 매출이었다. 광고는 로쿠 채널뿐만 아니라 로쿠 내에서 재생되는 다른 무료 채널에서도 노출된다. 기존 유선방송과 달리 모든 콘텐츠가 인터넷 기반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광고주는 시청자의 거주 지역, 취향 정보 등에 맞춘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 덕분에 기존의 '뿌리는' 방식의 TV 광고보다 더 높은 효율을 뽑아낼 수 있다.
로쿠도 하드웨어 판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대단히 잘 알고 있다. 이전에는 하드웨어 판매로 얻은 수익이 주를 이루다 2018년 1분기부터는 플랫폼 수익이 하드웨어 부문을 역전했고, 이제는 당연한 사실로 자리 잡았다. OTT 기기 사업은 기존처럼 계속 전개해 나가지만, 로쿠의 진짜 투자는 로쿠 채널에 채워 넣을 오리지널 콘텐츠와 광고 플랫폼 쪽에 집중되고 있다.
'TV+케이블+OTT'를 대통합시킬 수 있다며 로쿠의 장점을 잔뜩 설명했지만, 사실 아마존 파이어TV나 애플tv, 구글 크롬캐스트에서도 이런 대통합은 이미 가능하다. 결코 로쿠만의 장점이 아니다. 다른 회사의 제품들은 자사의 스마트 스피커들(아마존 에코, 애플 홈팟, 구글 홈)과 연동도 되는데 반해 로쿠는 스마트 스피커와의 특별한 연동은 제공하지 않는다(겨우 음성 입력이 되는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쿠가 가장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플랫폼 중립성, 직관성, 다양성의 승리라고 예상한다.
로쿠 기기가 저렴하긴 하다. 하지만 다른 회사도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기본 제품이 149 달러인 애플tv는 제외하더라도, 4K 화질에 리모컨까지 제공하는 로쿠 스틱, 구글 크롬캐스트, 아마존 파이어TV 스틱 모두 50 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오히려 아마존 프라임 세일 기간에는 파이어TV 제품이 파격적으로 저렴해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크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그러나 로쿠는 다른 회사들과 다르게 자체 채널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 애플tv가 애플 콘텐츠를 메인에 노출시키고, 아마존TV가 아마존 프라임 콘텐츠 위주로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로쿠는 오리지널 채널을 밀어주는 것에 딱히 관심이 없다. 시청자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최첨단 알고리즘도 없다. 그저 수백 개의 채널을 한 곳에 모아놓는 것으로 사명을 다한다. 시청자는 자기가 보고 싶은 채널을 상단에 고정시킨 뒤 보고 싶은 것을 보면 된다. 따라서 화면이 요란하지 않고 직관적이다. 우리는 넷플릭스 스타일의 화려한 레이아웃과 자동으로 재생되는 예고편에 익숙해졌지만, 로쿠는 몇 년째 심플한 바둑판 UI를 고수하고 있다. 일단 보기에 멋은 없지만, 그 직관성 덕분에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경험을 제공한다. 밋밋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인 셈이다. 내가 자주 보는 채널을 상단에 고정시켜 놓는 것으로 세팅이 끝나는 것이다.
리모컨에 이어폰 단자가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요즘엔 블루투스로 무선 헤드셋을 TV 오디오와 연결해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역시 (아직까지는) 유선 이어폰만큼 직관적이고 심플한 것도 없다. 특히 블루투스 세팅이 어렵거나 무선 헤드셋이 비싸다고 느끼는 사용자들에게 '리모컨에 이어폰을 꼽을 수 있다'라는 사실은 정말로 큰 장점이다. 액션 영화를 볼륨 크게 키워서 보고 싶은데 가족이 전화 통화 중이라면? 리모컨에 이어폰을 꼽는 것으로 문제 해결이다. 굳이 블루투스 연결을 하고 배터리 충전을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전혀 없다.
추가로 제품 라인업도 다양하니(스틱형, 셋톱박스 형, 사운드바 형, TV 등…) 직관적인 가성비 스트리밍 경험을 위해서는 로쿠만한 것이 없다.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같은 생태계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 IT 디바이스에 돈을 많이 쓰고 싶지 않은 사람, 감성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브랜드다.
다른 국가로의 확대가 절실하다. 현재 매출은 대부분 북미 지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에 진출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아시아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 통신사의 셋톱박스가 꽉 잡고 있고, 스마트 TV 보급률도 높기 때문에 로쿠의 한국 진출은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계획에도 없다).
결국 로쿠의 투자는 로쿠 채널의 확대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에 맞춰 하드웨어 라인업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번 로쿠 기기를 산 사람이 반복적으로 신제품을 사지는 않으므로 성장을 위해서는 콘텐츠 쪽으로 넘어갈 것이다. 다만 오리지널 작품 제작에 올인하는 넷플릭스와는 달리 오리지널 콘텐츠뿐만 아니라 광고 플랫폼 고도화에도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다른 OTT 플랫폼의 견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무료 OTT이기 때문에 시청자 층이 다르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로쿠 기기에서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리스크다.
<참고 자료>
-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로쿠(Roku)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하여 편집한 것입니다.
- OTT 하드웨어 시장 점유율 데이터: How Roku used the Netflix playbook to beat bigger players and rule streaming video
- When Did Roku Come Out? Roku’s History: 2002 to 2021
- Roku Plans to Expand to Brazil, Other Countries (EXCLUSIVE)
- Roku’s advertising business is outpacing its hardware 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