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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매니저(PM)로 일하면서 문득 이 포지션의 역사에 대해 궁금해졌던 때가 있었다. 그때 찾은 기록을 바탕으로 PM이라는 포지션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현재의 역할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알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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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매니저(PM)로 일하면서 문득 이 포지션의 역사에 대해 궁금해졌던 때가 있었다. 그때 찾은 기록을 바탕으로 PM이라는 포지션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현재의 역할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알아보려 한다.
PM의 역사에 대해 찾아봤을 때 가장 많이 검색되는 것은 P&G의 전 사장, 닐 맥엘로이(Neil H. McElroy)가 1931년에 작성한 3장짜리 메모다. 닐 사장은 메모에서 '브랜드의 성공을 전체적으로 책임지는 브랜드 맨(Brand Man)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브랜드 맨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묘사하는데, 읽어보면 PM의 업무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다소 의역한 점 참고).
브랜드 맨('Man'과 'Men'이 혼용되어 나오기 때문에 여러 명일 경우도 상정되어 있다)은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틈을 좁혀주는 존재다. P&G에서 판매하는 비누 제품을 예로 들면, 그 비누가 정말로 고객의 생활에서 도움이 되고 있는지, 패키지 디자인은 호감이 가는지, 눈에 잘 보이는 매대에 놓여있는지, 광고 효과가 있는지, 고객들이 원하는 개선점은 무엇인지, 판매량이 예상했던 만큼 나오는지 등 제품이 만들어지고 판매되고 개선되는 그 모든 사이클을 고객의 눈높이에서 책임지는 포지션이 브랜드 맨이었던 것이다.
이후 1940년대에 휴렛 팩커드(HP)에서 브랜드 맨의 역할을 '제품의 모든 측면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으로 재해석하면서 그 입지가 넓어졌으며, 1950년대에 도요타 자동차의 ‘Just-In-Time’과 ‘칸반 보드’, 2001년 ‘소프트웨어 17인의 애자일 선언’ 등에 영향을 받아 지금의 PM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P&G는 일용소비재를, IT회사는 디지털 제품을 만든다. 둘 다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고 둘 다 PM 역할을 맡을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IT 업계로 넘어오면서 직무의 책임 범위가 조금 달라졌다.
브랜드 맨이 제품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사람이었다고 해도, 실제로 제품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들과는 아직 거리감이 있었다. 위에서 비누 예시를 들었는데, 브랜드 맨은 '어떤 비누를 만들어야 한다!'에서는 목소리를 냈지만, '그럼 그 비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결과는 전적으로 엔지니어들의 몫이었다. 브랜드 맨 입장에서는 그가 머릿속에 그린 비누 제품이 나오면 그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디지털 제품은 비누와 같은 일용소비재와는 달리 '제품을 만들어 매대에 올린다'라는 공식을 적용하기 힘들다.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모든 것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 한 번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365일 끊임없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점 때문에(수시로 업데이트까지 해주어야 한다), PM은 엔지니어들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디지털 제품은 개발, 운영, 판매, 홍보 등 모든 측면에서 그 내용이 광활해지고 복잡해졌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관리하려면 고객을 대변하는 것에 더해 엔지니어들과 기술적 논의까지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더 이상 'OO한 비누를 만듭시다!' 한 마디로 축약할 수 없게 되었다. 개발 내용을 쪼개어 우선순위를 정하고, 필요한 경우 엔지니어들도 고객과의 소통에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더 이상 이상하지 않다.
정보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고객 설문조사나 우편을 통해 고객 의견을 수집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회사 SNS 계정에 달린 댓글, 유튜버들의 제품 리뷰 영상, 블로그 포스팅, 좋아요/싫어요 비율 등 '고객들이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정보가 부족할 일은 없어졌다.
정보의 양이 많아진 만큼 복잡성도 함께 늘어났고, 소비자들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빠른 개선을 원했다. '다음 제품 출시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같은 것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바로 다음 주에, 다음 업데이트 때 개선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또한 고객들의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우리는 스마트폰 버전 업데이트가 발표되자마자 전문 유튜버가 상세 내용을 알기 쉽게 해설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객, PM, 엔지니어 모두가 함께 이야기하면서 제품을 만들어가는 환경이 갖추어졌다.
정리하자면,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제품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PM의 역할은 '제품의 모든 것을 관리함에 있어 고객의 입장뿐만 아니라 기술적 상황까지 고려해 의사 결정하는 사람'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앱스토어 시대가 열리고,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들이 폭발적으로 많아지면서 PM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하게 되었다.
제품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포지션이라 그런지 PM 연봉은 높은 편이다. 글로벌 직장 평가 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의 데이터를 보면 미국에서 일하는 PM이 받는 평균 연봉은 약 113,000 달러(한화 약 1억 3,000만 원), 주니어 PM은 약 82,000 달러(한화 약 9,600만 원), 디렉터 급 PM은 180,000 달러(한화 약 2억 1,000만 원)이다. PM 직군 전체의 중앙값은 약 120,000달러다(한화 약 1억 4,000만 원). 3만 3천여 개의 연봉 정보를 토대로 한 데이터라 믿을만한 숫자라고 생각한다.
수요도 적지 않다. 글래스도어가 올해 1월에 발표한 '미국 최고의 직업' 랭킹에서 PM이 무려 3위를 차지했다(1위는 자바 개발자, 2위는 데이터 과학자였다). 당시 랭킹에서는 PM에 대한 채용 공고가 14,000개가량 올라와 있다고 발표했었는데, 2021년 10월 현재 PM 채용 공고는 무려 24,000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참고로 글래스도어가 뽑는 '최고의 직업' 랭킹은 연봉, 채용 공고 수, 업무 만족도를 종합해 순위를 매긴 것이다.
PM의 연봉 데이터는 미국 쪽 정보가 대부분이어서 아쉬웠는데, 다행히 원티드(Wanted) 사이트에 직군 별 예상 연봉이 정리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신입 PM의 경우 약 3,200만 원, 3년 차 4,000만 원, 5년 차 4,700만 원, 10년 차 7,100만 원 정도인 것을 알 수 있었다(2021년 10월 20일 기준). 원티드에서 볼 수 있는 예상 연봉 데이터는 채용 정보에 포함된 직무 별 요구 경력과 연봉을 바탕으로 추정한 데이터라고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그러나 연봉 금액이라는 것은 결국 나라마다 지역마다 전부 다르고, 업계마다, 회사마다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나 역시 PM으로 일하고 있지만 연봉 정보를 모으면서 'PM 포지션인데 연봉이 낮네' 'PM한테 돈을 이렇게 많이 준다고??'라며 리액션이 왔다 갔다 했다. 다른 직무보다 낮으면 정말 낮을 수 있고, 높으면 한도 끝도 없이 높아질 수 있는 포지션이라 생각한다.
위 스크린샷은 글래스도어에서 가져온 미국의 회사별 PM 연봉 정보인데, 30,000달러부터 300,000 달러까지 고무줄처럼 늘어나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PM을 채용하는 곳은 많지만 연봉은 정말로 회사 바이 회사, 업무 바이 업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PM이 가진 역량과 전문 스킬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글 초반에 PM의 역사를 1931년의 메모부터라고 언급했지만, 사실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사람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기를 어디서 조달할 것인지, 식량은 어떻게 운반할 것인지, 깃발은 몇 개나 챙겨야 할지 등 중간에서 조율하는 사람은 언제나 필요하다.
나는 고객 관리팀에서 일하다 PM이 된 경우인데, 내 주변의 다른 PM들을 보면 개발자였다가 개발이 지겨워서 PM이 된 사람, 회계팀에서 PM이 된 사람, 회사 대표였다가 매각 후 PM 포지션으로 옮긴 사람 등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 회사 제품과 고객과의 접점이 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뭘 기준으로 채용해야 하는지 모호한 포지션이기도 하다.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사이의 간극은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고, 그 간극을 메워주지 않으면 성공한 제품이라 할 수 없다. 전 세계 모든 업계에 걸쳐 'IT화'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 PM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계속 증가할 것이다. 비록 시간이 흘러 더 이상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게 되더라도 새롭게 재해석되면서 기존 역할을 계승해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