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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카카오가 뭐냐”라고 물으면 어떤 답이 나올까? 아마도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 있는 카카오와 그 계열사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사실 카카오는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열대지방의 열매인데도 말이다.

 

‘아니 이게 왜 IT 회사 이름이 더 익숙하지?’라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검색을 해 보면 더 놀랍다.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카카오’로 구글 검색을 해보면 실제로 검색 화면 1~9페이지까지 카카오 열매 이야기는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즉 전부 IT기업 카카오만 나온다. (놀라운 현상이긴 하다) 해외 열매를 몰아내고 고유명사의 의미를 빼앗아 온 카카오라니. 

IT기업 카카오
출처: 카카오

 

카카오톡으로 시작된 카카오는 현재 15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제국으로 성장했다. 가히 문어발이 아니라 지네발이라고 불릴만하다. 메신저를 플랫폼 삼아 영향력을 모든 산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인상적이다. 다른 여러 산업군에서도 카카오,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들을 두려움과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내가 속해있는 금융 분야에서도 빅테크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올해 카카오뱅크가 상장을 하면서 공모주를 모집할 때 호기심에 생애 첫 공모주 청약을 해보았다. 당시 희망 공모가가 33,000원~39,000원이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무려 58조나 되는 거금이 몰렸고, 1억을 넣으면 20주 정도 받는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뜨거운 열기는 첫 거래일이었던 8월 6일 69,800원으로 성황리에 마감했고, 이후 시장의 돈이 연일 몰리면서 94,400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10월 15일 기준)는 여러 이슈로 60,100원인 상황이다.

 

당시 고점이었던 상황에 팔았으면 좋았겠지만, 소심남인 터라 상장 직후 74,000원에 팔고 며칠분의 치킨 값을 번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고는 앞으로 변화는 주가를 구경하려 했는데, 무슨 일인지 9만 원까지 치솟는 걸 볼 수 있었다. 언론에서는 ‘카카오뱅크가 플랫폼이 될 거란 기대감’을 상승 원인으로 지목했다. 나는 ‘카카오뱅크가 플랫폼은 못 될 테니 주식을 얼른 팔아야지’라고 생각했던 터라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금융플랫폼’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는 상장 전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희망 공모가액 산출방법으로 유사한 해외 사례를 찾아 기재했다. 이때 ‘자사의 영업은 뱅킹과 플랫폼 비즈니스로 나뉘는데, 뱅킹은 여수신상품에서 비롯되는 순이자마진, 체크카드, 해외송금 등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증권, 신용카드, 제2금융권등의 파트너사들에게서 계좌 개설 및 카드 발급 대행, 대출 연계 서비스를 연결해 주고 수수료 수익을 얻고 있다’라고 계속 ’금융 플랫폼’을 강조했다. 증권신고서 뒷부분에는 좀 더 상세히 플랫폼 비즈니스의 사업내용이 나온다. 그대로 옮겨 보면 아래와 같다.

카카오뱅크
<그림 1 : 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 상의 플랫폼 비즈니스 정의>

 

찬찬히 읽어보면 카카오뱅크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감이 올 것이다. 사실 나는 카카오뱅크가 은행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을 논하는 것은 여러 의문점이 생긴다. 이와 관련한 몇 가지 화두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은행 앱으로서 카카오뱅크는 국내 최고 수준

2017년 4월 케이뱅크 오픈 당시, 나는 기존 은행 앱 대비 훨씬 나은 퍼포먼스에 만족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출시된 카카오뱅크를 쓰면서 훨씬 더 만족했다. 많이 고민하여 최소화한 가입 절차며 심플한 UI에 놀랐고, 라이언을 비롯한 귀여운 캐릭터들을 200% 활용한 제품들에 놀랐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도 부분이지만, 사실 무대 뒤의 완성도도 참 높았다. 인터넷 전문은행 구축 프로젝트나, 현 은행권의 차세대 구축 사업을 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텐데, 국내의 복잡하고 어려운 법령과 관(管)의 정보보안 규정을 모두 맞춰가며 은행 내부 시스템을 만들고, 앱의 성능을 저렇게까지 끌어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스템이나 앱의 개발을 대부분 외주로 돌리고 관리만 하는 기존 금융권과 다르게 카카오뱅크는 개발인력을 중요시하며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었고 이 부분이 빛을 발했다. 그렇게 만든 모바일 뱅크로서의 우위는 출시 이후 약 5년간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에 놀란 은행들이 앞다투어 앱 리뉴얼에 들어가게 했으니 메기 효과(막강한 경쟁자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충분히 있었다고 하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은행 앱으로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2) 카카오뱅크 앱의 트래픽

핀테크에 관심이 있고 모바일 서비스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요 근래 들어서는 모바일 금융 사용 패턴이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이 생겼을 것이다.

 

일단 1금융권의 서비스들, 즉 은행, 보험, 카드 등을 선택할 때 커뮤니티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여러 채널이 많아 단 1%라도 본인에게 유리한 서비스로 쉽게 넘어간다. 계좌, 카드 신청 모두 비대면으로 손쉽게 10분 내외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들을 실제로는 매일 쓰지만 앱을 매일 켜는 패턴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토스, 네이버 페이, 뱅크 샐러드 등 핀테크 사업자들이 앞다투어 PFM(Personal Finance Management, 개인자산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비스는 개별적으로 신청해서 쓰고 있으나 필요할 때 앱으로 확인하는 건 PFM을 제공하는 핀테크 앱을 쓰게 된다.

 

“즉, 트래픽이 핀테크 앱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가령 카카오뱅크로 입출금 된 현황도 토스로 확인하고, 이체를 할 일이 있을 때도 토스 앱에서 간편 송금을 해 버리면 서비스는 카카오뱅크를 쓴 거지만 모바일 트래픽은 토스가 점유한다.

 

토스뱅크
<그림2_토스를 통한 카카오뱅크 컨트롤. 토스가 최근 송금수수료 완전 무료를 선언한 것도 트래픽을 고려한 움직임이다>

 

카카오뱅크
<그림 3토스 앱에서 카카오뱅크 계좌의 돈을 송금한 예시. 카카오뱅크 앱은 켜지 않아도 된다>

 

카카오뱅크
<그림4_카카오뱅크는 이 앱에서만 가능한 업무를 위해 켜게 된다. 모임통장 조회가 좋은 예이다>

 

카카오뱅크는 21년 3월 기준 가입자 수 1,600만 명 이상에 MAU(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 이용자 수)가 1,33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가입 고객 중 80% 이상이 1달에 1번 이상 사용한다고도 밝혔다. 나는 DAU(하루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 이용자 수)가 더 궁금했는데 나온 자료가 없었다. 단순한 은행 앱이 아니라 플랫폼이 되겠다고 한다면 MAU와 DAU를 같이 봐야 한다.

 

은행 앱이라면 실질적으로 매일 들어갈 필요가 없고, 대신 핀테크 앱이 채널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핀테크 앱을 통해 쓰면, 카카오뱅크나 다른 은행이나 그저 계좌는 저금통일 뿐이다. 들어오고 나가는 조작을 다른 앱에서 하니 카카오뱅크 앱을 켜지 않게 되는 것이다.

 

 

3) 서서히 사라지는 상품 경쟁력

카카오뱅크가 등장했을 때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는 사실 ‘엄청나게 빠른 신청에 금리도 저렴한 신용대출’이 있었다. 지금이야 공인인증서 정보를 기반으로 건강보험관리공단 등에서 정보를 가져와서 신용평가 후 대출금리를 알려주는 게 일반적이 되었지만 2017년 당시에는 카카오뱅크의 속도와 편리성은 혁신 그 자체였다. 그리고 금리와 한도도 잘 나왔다. 당시 제 주변 직장인들이 만족하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랬던 카카오뱅크인데, 지난달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나왔다. ‘카카오뱅크 마통 금리 5대 시중은행보다 높아’라는 제목이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니 카카오뱅크는 3.62%인데 반해 NH농협은행은 2.86%였다고 한다. 금융당국의 고신용자 대출 억제 및 중 저신용자 대출 확대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작년 초 내가 신용대출이 필요해서 여러 은행에 알아볼 때도 카카오뱅크는 싸지 않았다. 비교해 보니 가장 저렴한 건 의외로 수협이었다.

 

대출뿐 아니라 예금금리, 체크카드 혜택도 마찬가지이다. 카카오뱅크의 상품 전반의 디자인과 편의성은 독보적 일지 모르나, 숫자는 착하지 않다. 카카오뱅크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은 아니니 고객이 모였을 때 흑자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항상 체리피커를 위해 최선의 숫자를 제시할 필요도 물론 없다. 다만 초기와 다른 이미지로 변하고 있는 것 또한 확실한 사실이다.

 

 

4)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충돌점

어느 정도 IT에 친숙한 사람들은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를 명확히 다른 서비스라고 구분한다. 그러나 일반 고객들은 어떨까? 궁금하다면 이렇게 한번 해 보자.

 

카카오톡에서 친구에게 돈을 보내본다. 이렇게 하면 카카오페이를 통해서 페이 계정으로 돈이 들어간다. 이어서 카카오뱅크를 켜고 이체-카카오톡 친구를 선택해서 돈을 보내본다. 그러고 나서는 '받는 사람이 명확하게 인지/구분하는지' 한번 보기 바란다. 

 

사실 받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 모두 별 관심이 없다. 돈 받는 사람은 결과가 중요하지 과정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런데 재밌는 건 둘이 충돌하는 게 이 지점만이 아니라는 거다.


앞서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비즈니스’로서 제시한 표 내용 중 26주 적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비스를 카카오페이도 하고 있다. 살짝 한 지붕 두 가족 느낌도 난다. 고객군이 겹치지 않는다면야 건전한 경쟁을 하면 된다. 하지만 카카오톡 사용자의 대다수가 페이 고객일 것이고, 이중 경제활동을 영위하고 모바일에 익숙한 이들은 거의 다 카카오뱅크 계좌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객군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산장수 동생과 소금장수 형 이야기면 카카오 가정은 평화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플랫폼을 강조한다면 내분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카카오페이
<그림5_카카오페이는 시중 핀테크에서 지원하는 거의 모든 기능을 제공하며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트래픽이 플랫폼일까?

카카오뱅크는 잘 만든 모바일 은행이다. 소매금융만 봐서는 아마 전 세계 최고 수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가는 그 수준을 넘어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많은 증권사 보고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플랫폼이 무엇이다’라는 정의는 사실 필요 없다. 모바일 비즈니스에서는 트래픽이 최고다. 그 어떤 앱이라도 트래픽이 받쳐주면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선 카카오뱅크도 금융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매일 봐야 할 정도의 앱 일지, 페이와 뱅크의 차별화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카카오페이의 플랫폼은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 또한 증권신고서에서 계속 언급한다. 고객의 활동성 감소가 사업의 위험요소라고. 핀테크 산업의 눈부신 발전 속에서 카카오 계열의 도전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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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세

통신사와 카드사에서 17년째 핀테크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카드사에서 금융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을 했습니다. 브런치(https://brunch.co.kr/@jinsekil)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왜 지금 핀테크인가', '더이상무리하지않겠습니다'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논문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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