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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 심플함과 불완전의 아슬아슬한 경계

토스뱅크
출처: 토스뱅크 유튜브

 

지난 10월 5일, 토스뱅크가 출범식을 열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어 세 번째 인터넷 은행이자 대한민국의 스무 번째 은행입니다. 토스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금융을 쉽게 바꾸겠다"라는 철학을, 이제는 ‘중개자’가 아닌 ‘플레이어’가 되어서 직접 만들어 가겠다는 선포라고 볼 수 있겠죠. 토스뱅크는 돈을 모으고, 빌리는 것을 ‘은행의 본질’로 정의하고, 그 외의 것들은 모두 기존의 틀을 깨는데 집중했다고 합니다.

 

지난 2017년, 카카오뱅크가 출범할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존 은행과는 다른 새로운 금융을 만들겠다는 선포를 하며 출범했었고, 실제로 디지털뱅킹은 카카오뱅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토스뱅크 역시 '새로운 기준'을 만들 만큼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까요? 토스뱅크의 서비스를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극강의 단순함(Simplicity)을 내세운 토스뱅크

토스뱅크 사용자 경험의 가장 큰 특성은 ‘단순하면서 쉽다’입니다. 이는 토스가 예전부터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UX 원칙인데, 역시 토스뱅크에서도 이 원칙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왠지 토스에서는 똑같은 계좌 발급도 쉽게 느껴지는 거죠.

 

토스뱅크의 이러한 단순하면서 쉬운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대화형 문구∙1개 화면 1개 테마의 원칙∙의무가 아닌 혜택의 강조∙자동화 등 이렇게 4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대화형 문구 사용

토스뱅크를 사용할 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대화형 문구’입니다. 화면에 있는 문구가 실제로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거죠. 최근에는 이런 대화형, 친근한 문구를 시도하는 서비스가 많지만 토스만큼 제대로 시도하는 곳이 많지 않아요. 대화형 문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최대한 실제 일상생활에서 말하는 것과 유사하게’ 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의미의 질문에 대해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보면 이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① "본인소유” → “직접 사용할 계좌”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실제로 우리가 대화할 때 ‘본인 소유’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쓰지는 않습니다. ‘직접 사용할 계좌’라는 표현이 일상 언어에 더 적합한 표현입니다. 

 

② “납세의무가 있나요?”  → “세금을 내나요?”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역시 일상에서 대화할 때 “납세 의무”라는 말은 잘 쓰지 않죠. 단순하게 “세금을 내나요?”라는 표현이 일상 언어에 적합합니다. 

 

③ “개설 완료” → “만들었어요”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은행 서비스에서 일상적으로 ‘개설 완료’ 등의 딱딱한 표현보다는 → ‘통장을 만들었어요’라는 표현이 실제 대화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2) 한 화면에는 한 가지 주제의 정보만 제공

토스 UX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유저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보를 입력받을 때, 한 개 화면에 한 가지 주제의 정보만 다룬다는 점입니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앱을 살펴보면 고객의 직업 확인∙금융거래 목적 확인∙카드 배송지 확인 등 한 화면에 한 가지 주제의 정보만 확인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화면 개수는 조금 늘어나지만, 쉬운 질문을 여러 번 받는 것이 복잡한 화면 한 개를 보는 것보다 더 쉬운 느낌을 받습니다. 충분히 쉽게 해결 가능한 수준의 질문을 수행하다 보면,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위 화면에서는 이미 직업이나 금융거래 목적이 ‘직장인’, ‘급여’로 자동으로 세팅되어 있어서 확인만 누르며 빠르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3) 의무가 아닌 혜택의 강조

계좌를 만든 뒤에는 카드를 선택해야 합니다. 계좌 발급 절차를 아무리 쉽고 단순하게 만들어 놨어도, 새로운 또 하나의 절차가 남았다는 것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겠죠. 그래서 토스뱅크는 고객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의 측면을 강조해서 이 절차에 흥미가 생기게 하고 있어요.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기존에 나온 카카오뱅크와 비교하면, 체크카드 발급 신청을 하려면 ‘체크카드 신청하기’라는 메뉴로 넘어가 이후 약관동의∙정보 입력을 하게 되어 앞서 진행했던 계좌 발급 절차를 또 한 번 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토스뱅크는 같은 체크카드 발급이라도 분위기를 전환해 새로운 재밌는 절차가 진행된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① 우선 ‘체크카드 신청하기’라는 카드 쓰려면 신청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느낌이 아니라 ‘카드를 고를 차례’, ‘어떤 색이 마음에 드세요?’라는 ‘능동적이고’, ‘고객 중심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② ‘어떤 색이 마음에 드세요?’라는 카드 디자인 선택 페이지를 통해 고객의 능동적인 선택과 혜택 제공의 느낌을 주면서도, 앞뒷면의 색을 3d 이미지를 통해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재미 요소도 주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 뒤에 ‘약관 동의’ & ‘정보 입력’이 이어지기 때문에 고객은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지루함 없이 카드 발급의 과정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자동화

토스뱅크는 토스 앱 과의 연동을 통해 많은 부분의 정보 입력∙인증이 자동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고객은 별도의 정보를 입력하는 번거로움을 최소화할 수 있죠.

 

① 우선 계좌 개설 시 가장 귀찮은 절차인 ‘타계좌 1원 인증’을 자동으로 진행합니다. 보통 1원 인증을 받을 은행/계좌번호를 입력하게 한 후 → 입금된 내역을 확인해서 → 인증키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게 은근히 귀찮거든요.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토스뱅크는 토스 앱에 이미 등록된 계좌가 있다면 그 계좌에 1원을 보낸 후, 거래내역을 자동으로 읽어서 인증키 확인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고객이 직접 해야 하는 것이 없습니다. 계좌 발급 시 고객이 직접 뭔가를 해야 하는 건, 사실상 신분증 촬영을 빼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② ‘금융거래 한도계좌’ 자동 해제

최근에는 입출금 계좌를 만들면, 보통은 이체 한도가 제한된 ‘한도제한계좌’로 설정되고, 이후 증빙서류 제출 등을 통해 이걸 해제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토스뱅크에서는 자동으로 정상 계좌로 발급이 되었어요.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이유는 계좌 발급 시 동의한 내역에 따라, 토스 앱에 등록된 내 계좌의 거래내역을 분석한 뒤 자체 기준에 따라 ‘한도 제한 계좌’를 자동으로 해제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급여 입금내역’이나, ‘공과금 납부내역’, ‘예/적금 납부내역’ 등의 금융거래 활동 내역이 있는지 탐색한 뒤 à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한다고 판단되면 제한을 해제하는 걸로 보입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대출 등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면 입출금 계좌가 한도 제한 계좌로 만들어지고, 이걸 해제하려면 증빙서류 제출 등의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부분은 고객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한 부분입니다. 다만, 내 거래 내역 정보를 토스뱅크에 넘겨줘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요.

 

 

은행업도 하려는 ‘플랫폼’과, 플랫폼이 되려는 ‘은행’의 차이

토스뱅크는 분명 쉽고 단순한 서비스이긴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이 있습니다. 애초에 시작이 은행이 아닌 ‘플랫폼’으로 시작해서 → 뱅킹을 하나의 ‘서비스’로 도입했기 때문일까요? 아직 은행으로서의 신뢰성이나 안정감은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 은행 이용하려면 ‘계좌 발급’은 필수?  

우선 토스뱅크를 쓰려고 하는 경우, 계좌개설은 필수입니다토스뱅크는 기존 토스라는 플랫폼 안의 ‘하나의 서비스’ 로서 존재할 뿐이라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추후에 토스뱅크 안에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추가되고, 토스가 아니라 ‘토스뱅크’의 서비스만 이용하고 싶은 고객들이 많이 생긴다면? 이런 폐쇄성은 제약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카카오뱅크

 

반면에 카카오뱅크는 계좌 발급 없이 앱을 이용할 수 있죠. 대표적인 사례가 ‘모임 통장’ 서비스입니다. 카카오뱅크 계좌가 없더라도 모임통장 계좌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서비스가 기반을 넓혀 가는데 큰 역할을 했죠. 덧붙여 다른 은행들도 기존에는 은행계좌 개설이 필수였으나, 최근에는 플랫폼 전환 전략으로 계좌 없이 서비스 이용 정책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2) ‘좋은 사용자 경험’과 ‘불완전 판매’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토스뱅크는 뱅킹을 정말 쉽고 단순하게 구현해 놓기는 했지만, 여러 부분에서 당연히 설명되어야 할 부분도 쉽게 넘겨버리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이 부분이 저에게는 불완전판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① 과도한 약관∙정보제공 동의 유도,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음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토스뱅크의 이용약관 항목을 보면, 일반적인 계좌 발급 절차보다 훨씬 더 많은 항목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유저가 직접 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자동으로 진행되는 절차가 많을수록 어딘가로부터 내 정보를 제공받고, 정보를 보내고 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그 수가 많기도 하지만 “그게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토스뱅크

 

예를 들어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서(토스앱 등록계좌 정보)’, ‘KCB 올크레딧 서비스’ 약관은 “계좌 만드는데 이게 왜 필요하지?” 싶은데 그 이유를 잘 설명하지 않아요. ‘전체동의’를 눌렀을 때 자동으로 나오는 실물 동의서를 통해 이유를 대략 추론해 볼 수는 있지만, 수많은 약관을 하나하나 자세히 읽어보기도 힘들고,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카카오뱅크

 

반면 카카오뱅크는 동의가 필요한 약관 항목에 대해 “이게 왜 필요한지?” 설명을 제공하고 있어요. 토스뱅크처럼 설명 생략하고 ‘전체동의’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도 있지만, 고객에게 성실한 설명의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② 은행이 쉽고 심플하기만 하면 좋은 걸까?

토스뱅크

 

토스뱅크의 메인 화면은 썰렁한 느낌이 들 정도로 심플합니다. 뱅킹 메뉴는 ‘통장’, ‘모으기’, ‘빌리기’ 단 세 개 밖에 없죠. 토스가 바라보는 은행업에 대한 정의, ‘돈을 보관하고∙모으고∙빌리는 것’이 전부이고 그 외에는 불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이런 구성이 ‘심플함’으로 다가오기보다는 ‘미완성’으로 느껴졌습니다. “계좌에 관련된 정보나, 각종 변경 절차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일반 입출금 통장과 모으기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을 어디에서 알아봐야 할지 혼란스러웠어요. 

 

은행 업무는 쉽고 빠른 것도 좋지만, ‘신뢰성’과 ‘안정성’을 주는 것도 무척 중요한데, 현재는 토스 안에 있는 수많은 서비스들 중 one of them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제가 만약 돈이 많거나 큰돈을 빌려야 할 일이 있다면 선뜻 토스뱅크를 이용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토스뱅크

 

대출 신청 금액을 입력하는 부분에서도 최대한도와 최저한도를 버튼 하나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요. 굳이 최대한도까지 필요가 없더라도 터치 한 번으로 손쉽게 최대한도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놓는 거죠. 받을 수 있는 한도까지 최대한으로 많이 대출을 받으라고 장려하는 것 같은 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대출을 받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쉽게 생각하도록 하는 것도 ‘성실한 관리자의 역할’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 금융권으로서의 신뢰∙안전의 가치도 고려해야

토스뱅크는 분명 이전의 은행 서비스보다 쉽고 단순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심플함이 ‘마땅히 제공되어야 할 정보’를 생략하고 얻어진 것이라면,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토스뱅크가 앞으로 인터넷 ‘은행’ 이자, ‘1 금융권’ 기관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플랫폼 사업의 방식과는 다른, ‘신뢰’와 ‘안전’의 가치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생략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으로서 신뢰와 안전의 가치, 성실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온전히 좋은 서비스 경험으로 녹여낼 수 있을 때 진정한 혁신 인터넷은행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토스뱅크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나노 UX

디지털 서비스를 기획, 운영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합니다. 틈틈이 브런치(https://brunch.co.kr/@jwj8906)를 통해 비즈니스 인사이트, 좋은 사용자 경험에 관한 생각들도 나누고 있습니다. '나노 UX' 라는 닉네임처럼, 작지만 좋은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요소에 대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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