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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스태디아는 왜 흥하지 못했을까?

구글 스태디아

 

구글의 게임 플랫폼 스태디아가 서비스된지도 2년 가까이 지났다. 첫 선을 보일 때만 해도 게임 판을 뒤흔들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거의 묻힌 느낌이다. 게임 커뮤니티에선 거의 언급되지도 않으며 플랫폼 시작과 함께 개설한 자체 게임 스튜디오도 문을 닫았다. 넷플릭스로 치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계획을 취소한 셈이다. 메인 디렉터들도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하거나 구글을 떠났다.

 

‘모바일 게임 시장 점유율이 높으니 이제 패드와 키보드로 즐기는 콘솔/PC 게임 시장도 가져오자’는 것이 구글의 목표였을 것이다. 그것도 게임 디스크를 삽입하거나 다운로드해 설치할 필요 없이 “아무 기기에서나 스트리밍 하세요”라고 말하니 '이제 게임도 스트리밍 시대로 접어드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콘솔/PC 게임 시장은 여전히 디스크와 다운로드가 대세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PC 게임 플랫폼 스팀의 사용자 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나 또한 스태디아에는 전혀 눈길을 주고 있지 않다. 사실 미국과 유럽에서만 서비스 중이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서비스조차 하지 않았다.

 

돈도 많고 기술도 최고인 구글이 만든 플랫폼이데 왜 잘 안됐을까?

 

 

1. 게이머들의 기대와 조금 달랐다

구글 스태디아

스트리밍인데 개별 게임을 정가로 구입하라고? (출처 : 스태디아 공식 홈페이지)

 

스태디아가 처음 발표됐을 때 가장 많이 붙여진 별명은 '게임용 넷플릭스(Netflix for gaming)'였다. 즉, 넷플릭스처럼 월 구독료만 내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모든 게임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기는 방식일 줄 알았다. 구글이 공식적으로 그렇게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스트리밍' 방식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그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발표된 내용은 조금 달랐다. 구글 서버에 설치된 게임을 원격으로 플레이하고, 그 게임 화면이 유저의 TV에 스트리밍 되는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가격은 월 구독이 아닌 개별 게임을 정가로 구입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월 구독 요금제가 있긴 했지만 구독에 딸려오는 게임은 일부에 불과했고, 모두가 원하는 인기 게임들은 구독 여부와 상관없이 별도로 구매해야 했다. 그 외의 혜택이라고 해봤자 4k 화질로 즐길 수 있다는 점뿐이었다. 심지어 월 구독 없이는 1080p가 최대였다. 구독은 메인 요금제가 아니라 부가 혜택을 주는 정도였다.

 

물론 사람들과의 기대와 달라도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가 매력적이었다면 문제없었을 것이다. 사실 PC나 게임 콘솔을 살 필요 없이 화면을 스트리밍 할 크롬캐스트(또는 스마트폰)와 게임 패드만으로 AAA급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스태디아의 문제는 '스트리밍'이라는 방식 그 자체에 있었다.

 

 

2. 굳이 스트리밍 할 이유는 무엇인가? 

구글 스태디아

스트리밍 연결은 필연적으로 딜레이를 불렀다 (출처 : 스태디아 공식 홈페이지)

 

가만히 앉아서 즐기는 영화와 다르게 게임은 사용자의 조작에 반응해야 한다. 게임 캐릭터를 왼쪽으로 움직이면 왼쪽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0.1초라도 반응속도가 지연되면 뭔가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예민하다.

 

게임을 설치해서 플레이할 경우 그래픽 처리가 모두 하드웨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움직인다'라는 느낌을 받지만, 화면을 스트리밍 해서 보여줄 경우 미세하게 늦을 수밖에 없다. 유튜버들의 테스트 영상을 보면 전체적으로 매끄럽다가도 도중에 갑자기 화질이 나빠지거나 캐릭터 움직임이 끊기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데이터 사용량이다. 스태디아가 화면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하면서 사용하는 인터넷 데이터는 시간당 4~20GB 수준이다. 겨우 몇 시간 게임하는 것으로 금방 속도제한에 걸릴 정도로 데이터 사용이 너무 많다. KT 인터넷의 경우 150GB가 넘어가면 속도를 제한하는 것으로 그치지만, 해외에서는 아무리 무제한 요금제라도 추가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편하게 쓰기 힘든 곳도 많다.

 

그리고, ‘게임을 스트리밍 해서 얻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3시간 보고 끝인 영화와는 달리 게임은 같은 타이틀이라도 짧게는 1~10시간, 길게는 수백 시간까지 가지고 논다. 심지어 더 오랜 시간 즐겁게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각종 추가 기기를 사기도 한다. 오로지 ‘게임을 더 오래, 더 재밌게’ 하기 위해 100만 원 상당의 콘솔 게임기를 구입한다. 돈도 들고 번거롭지만, 그만큼 게이머들은 더 쾌적한 플레이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굳이 ‘온갖 제한이 있는 스트리밍으로 덜 재밌게 게임을 즐길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묻게 될 수밖에 없다.

 

 

3. 할 게임이 없다

구글 스태디아

매력적인 게임의 부재는 게이머의 무과심을 유발한다 (출처 : 스태디아 공식 홈페이지)

 

아무리 ‘스태디아의 요금제가 기대와 달라도’, ‘스트리밍 방식에 입력 지연이 있어도’, ‘데이터 사용량이 폭탄 수준이어도’ 스태디아에 꼭 하고 싶은 게임이 있었다면 많은 게이머가 달려들었을 것이다. 오직 스태디아만이 제공할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했을 것이다.

 

구글은 스태디아 론칭과 함께 자체 게임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인기 게임 시리즈 <어쌔신 크리드> 제작자인 ‘제이드 레이몬드’ 같은 유명 프로듀서들을 영입하는 모양새를 보여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스튜디오는 2년 만에 정리되면서 오리지널 게임에 대한 계획은 무산됐다.

 

물론 예상보다 스태디아의 가입자 수가 너무 적으니 사업을 축소하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애초에 별로 투자할 생각이 없었네'라며 플랫폼에 대한 기대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덕분에 현재 스태디아에는 '이거다!' 할 게임이 보이지 않는다. <바이오해저드>나 <데스티니> 같은 인기 시리즈들이 있긴 하지만, 이런 게임들은 다른 플랫폼에도 있기 때문에 굳이 스태디아에서 구입할 필요가 없다. 오리지널 게임이 없다면 기간 독점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고, 타이틀 숫자도 다른 플랫폼에 비해 절대적으로 밀린다.

 

 

‘잘됐으면…’ 하는 기대는 바람으로 끝났다

게임은 10년, 20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방식에는 그다지 혁신이 없었다. 아무 디지털 기기에서 봐도 동일한 영화와는 달리, 게임은 PC 게임,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XBOX 게임, 애플 게임, 안드로이드 게임 등 하드웨어에 종속되어 있다.

 

나는 스태디아가 하드웨어 종속에서 게이머를 해방시켜주기를 바랐다. 돈과 기술력을 겸비한 구글이 나섰으니 가능할 것 같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해방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가장 중요한 플레이 경험과 재미가 소홀해졌다. 재미를 위해 하는 게임인데 재미가 없다니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수치가 없어 '망했다'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기대를 크게 밑돈 것은 명확하다.

 

구글이 다시 한번 스태디아에 불을 지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직 서비스 중인 것을 보면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게임은 재미를 위한 것’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찾지 못하는 한 개인적으로 별로 기대는 하지 않는다.


<참고 자료>

-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스태디아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한 것입니다.

- Stadia availability in your country

- Google's Stadia gaming division reportedly missed its user goals by hundreds of thousands of gam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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