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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일을 쳐내도 할 일이 전혀 줄어들지 않던 시기,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스트레스가 많고 지루한 상태에서는 평소에는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던 게임 광고들이 유난히 이목을 끈다. 이렇게 외부 트리거와 내부 트리거가 일치했던 것이 행동의 계기가 되어서 피쉬돔(Fishdom)이라는 게임 하나를 다운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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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사용자를 '중독'시키는 UX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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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일을 쳐내도 할 일이 전혀 줄어들지 않던 시기,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스트레스가 많고 지루한 상태에서는 평소에는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던 게임 광고들이 유난히 이목을 끈다. 이렇게 외부 트리거와 내부 트리거가 일치했던 것이 행동의 계기가 되어서 피쉬돔(Fishdom)이라는 게임 하나를 다운로드했다.

 

그 후로 5달 동안, 하루 평균 3시간, 최대 6시간씩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 3달쯤 됐을 때, 심각성을 깨달았다. 약간의 도파민 분비와 잠깐의 리프레시가 필요했던 것뿐인데, 이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항 속 물고기들에게 밥을 주고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화면 속 퍼즐을 맞추고 폭탄을 터뜨릴 만큼 정도가 지나쳐 있었다. 이러다가는 2달이나 되는 대학원 방학기간 동안 이룬 성과가 피쉬돔 레벨 업밖에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어느 일요일 밤 11시 59분, 결연한 의지를 갖고 게임을 삭제했으나, 일주일 만에 다시 돌아와서 지금까지도 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심즈,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애니팡, 테트리스… 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게임들 중 1달 넘게 이어갔던 건 단 한 개도 없었다. 하루에 3시간을 넘기며 게임을 했던 적도 없다. 그런데 피쉬돔은 도대체 어떤 마성의 매력이 있길래 이렇게 다섯 달 째 정신을 못차리게 만드는 걸까? 삭제하고 약 일주일 정도를 쉬었던 것 빼고는 매일 같이 물고기들을 찾게 만들었던 피쉬돔만의 중독 형성 디자인 요소들을 살펴보자. 그 뒤에는 게임이 아닌 서비스에서의 게이미피케이션 디자인 사례를 간단히 살펴볼 예정이다.

 

| 피쉬돔 중독 5단계

UX 전략
<출처: Flow Theory and Learning Experience Design in Gamified Learning Environments>

 

STEP 1: 스며드는 단계 - 몰입 차트

게임을 다섯 시간 동안 할 수 있었던 건, 시간 가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즉, 시간 감각을 잃을 정도로 한 가지에 온전히 빠져있는 몰입 상태였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몰입 상태가 지속되려면 사용자의 능력과 게임의 난이도 수준이 일치해야 한다. 두 가지 조건의 일치 정도에 따라 3가지 상태로 구분될 수 있다.

 

1) 지루함 영역 (Boredom Area): 사용자의 능력치는 증가했는데, 챌린지의 난이도는 그대로이거나 너무 낮을 경우, 흥미 및 관심도가 떨어져서 활동에서 이탈

2) 몰입 영역 (Flow Channel): 점차 향상되는 사용자의 능력치에 비례하게 챌린지의 난이도가 증가할 경우, 몰입 상태가 유지 

3) 좌절 영역 (Frustration Area): 사용자의 능력치보다 챌린지의 난이도가 너무 높을 경우, 사용자가 흥미롭게 느낄 수 있지만 지속할 동기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음

 

피쉬돔의 게임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똑같은 모양을 3개 이상 맞추기만 하면 된다. 10년 전 즈음, 국민게임이었던 애니팡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애니팡처럼 단순히 3개 이상을 맞추는 규칙만 있다면 1달도 안돼서 지루함 영역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피쉬돔은 달랐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특정 영역을 터뜨려야 한다거나, 특정 블록을 모아야 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특정 아이템을 몇 번 이상 써야 하는 등의 규칙이 추가됐다. 업그레이드되는 규칙과 함께 새로운 폭탄이나 맵도 계속해서 생겨났다. 즉, 게임에 적응하며 향상되는 스킬과 달성해야 하는 챌린지의 난이도가 비례적으로 증가해서 이상적인 몰입 영역을 진입할 수 있었고, 그렇게 피쉬돔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STEP 2: 집중하게 만드는 요인 - 희소성 & 몰입형 경험

오랜 시간 게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몰입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사용자의 능력치와 챌린지의 난이도가 일치하는 환경만 조성하면 집중력을 유지시킬 수 있을까? 피쉬돔에서는 몇 가지 추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1) 희소성

한 가지 작업을 1시간 이상 지속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집중력이 결핍된 산만한 현대인 중 한 명으로서 아무리 몰입 영역에 진입했다고 하더라도 30분이 지나면 지금 당장 해야 할 것 같은, 수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그 시점에서 ‘조금만 더’를 외치게 만드는 건 희소성이다. 피쉬돔에서 무료 사용자들에게 한 번에 주는 하트(생명: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는 5개, 1개가 새로 생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분이다. 조금만 더 하면 깰 수 있을 것 같은 맵을 넘어가지 못한 채 하트 5개가 끝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다.

 

이렇게 몇 번만 하트의 희소성과 소중함을 깨닫고 나면 보상으로 주어지는 ‘무제한 하트 타임’을 쉽게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대결에서 이기거나 리그에서 팀이 승리하는 등 특정 챌린지를 달성하면 5분, 15분, 30분, 1시간 심지어는 4시간씩 무제한 하트 타임을 준다. 보관 기능은 없다. 주어지는 순간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희소한 하트와 그보다 더 희소한 무제한 하트 타임, 이 둘의 희소성 덕에 다른 할 일이 있어도 지금 이 시간에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게임에 더욱더 몰입하게 된다.

 

2) 전체화면 모드

날짜와 시간, 배터리 상태 등이 보이지 않는 전체화면 모드는 온전히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어떤 알림도 울리지 않는 ‘방해 금지 모드’로 전환함으로써 완전한 몰입형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은 게임보다는 좀 더 생산적인 활동에 활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평소에도 방해 금지 모드를 켜두는 습관 덕에 게임에 좀 더 오래 집중할 수 있었다.

 

STEP 3: 지속하게 만드는 요인 - 보상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여 게임에 참여한 사용자에게 그에 걸맞은 보상을 즉각적으로 준다면, 사용자는 충성심으로 보답할 것이다. 피쉬돔에는 크게 세 가지 보상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UX 전략
<출처: 피쉬돔>

 

1) 고정 행동 보상: 사용자가 퀘스트를 완료하는 등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주어지는 정당한 보상은 게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보상 유형이다.

 

UX 전략
<출처: 피쉬돔>

 

피쉬돔에서도 1:1, 1:N 대결에서 승리하거나 미션을 완료하면 아이템이나 무제한 하트 타임과 같은 보상을 제공한다. 또한, 어항에 아이템을 채워 넣을 때 ‘아름다움 포인트’를 지급하고, 달성율이 100%가 되면 별 1개를 주며, 이 별을 3개 모으면 잠겨있던 새로운 테마의 어항을 열 수 있다. ‘새로운 어항 잠금 해제’라는 커다란 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포인트’와 ‘별’이라는 보상으로 조각낸 이 시스템은 사용자로 하여금 좀 더 빠르게 보상을 얻어서 동기 부여와 참여도가 높아지게 만들었다.

 

2) 무작위 보상: 예측 가능한 고정 행동 보상이 도파민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반면, 예측할 수 없는 보상에 대해서는 그 기대치에 따라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된다. 

 

UX 전략
<출처: 피쉬돔>

 

새로운 맵을 잠금 해제했을 때 무엇이 있을지 예측할 수 없을 때, 혹은 조개 안에 어떤 아이템이 숨겨져 있는지 모를 때 사용자는 보상 자체보다 보상에 대한 기대를 하며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3) 친구로부터 받는 보상: 피쉬돔에는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고도 하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팀에 가입하여 하트를 요청하는 것이다.

 

서로 하트를 주고받으며 소소하게 친밀도를 높이다가 어쩌다 한 번,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팀 토너먼트가 열렸을 때 거기서 1등이라도 한다면 동기 부여 효과가 극대화된다. 피쉬돔 자체는 혼자 하는 게임이지만 팀 기능을 통해 보상을 주고받을 수 있고 더불어 팀 기반 챌린지에 참여하며 협업을 경험할 수 있다.

 

STEP 4: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요인 - 저장된 가치

3단계까지 경험한 사용자는 이제 게임을 멀리하려고 시도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든 상태에 도달했다. 이미 게임의 보상 체계와 몰입형 경험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 강력한 요인이 더 있다. 바로 저장된 가치(stored value)이다. 피쉬돔 속에서 주어진 수많은 퀘스트를 달성하다 보면, 꽤 높은 레벨과 잘 꾸며진 어항, 그리고 희소성 있는 아이템들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이 저장된 가치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얻은 것들은 모두 게임 속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게임을 중단하거나 삭제하게 되면 모두 사라지게 된다. 결국 계속 게임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UX 전략
<출처: 피쉬돔>

 

피쉬돔 시작 화면에는 ‘진행 상황 저장’이라는 버튼이 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틈틈이 게임 히스토리를 저장하다 보면 삭제를 하더라도 다시 돌아오게 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STEP 5: 끊지 못하는 이유 - 매몰비용 감옥

피쉬돔이 만들어둔 몰입 영역 안에서 주어지는 짜릿한 보상들, 이제 피쉬돔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피쉬돔 탓을 할 수는 없다. 결정적으로 게임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는 4단계에서 이야기했던 ‘저장된 가치’개념과 이어진다.

 

게임 속에 쌓여있는 수많은 아이템들과 게임 머니들은 사용자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대변한다. 현실에서는 손에 쥘 수 없는 가상의 아이템일지라도 사용자는 자신이 달성한 것을 잃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단기적으로는 저장된 가치가 생각나서 게임으로 돌아가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두려워서 게임으로부터 멀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매몰비용 감옥(Sunk Cost Prison)이라고 부른다.

 

 

| 게이미피케이션 디자인 사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디자인: 동기 부여 및 참여도 증대를 위해 게임이 아닌 환경에 게임 디자인 요소를 적용하는 디자인 전략

 

피쉬돔을 시작해서 완전히 빠져들 때까지, 몇 달 동안 다양한 디자인 전략을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이번 글에서 정리한 모든 디자인 요소들은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로써 다른 서비스 분야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 서비스는 사용자를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게임 디자인 요소들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SNS에서는 어떤 전략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한 번 살펴보자.

 

Case 1: 틱톡

틱톡은 강한 중독성을 가진 SNS로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 미국의 한 의원은 틱톡이 디지털 펜타닐(마약성 진통제)이라는 강력한 표현을 사용하며 틱톡의 치명적인 중독성에 대해 경고했다.

 

틱톡도 피쉬돔과 마찬가지로 몰입 영역(Flow channel)을 잘 유지한 사례이다. 두 서비스 모두 작은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새로운 자극을 경험할 수 있다. 피쉬돔에서는 퍼즐을 한 번 움직이고, 틱톡은 아래로 슬라이드 하는 방식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피쉬돔은 업그레이드되는 챌린지와 미션으로, 틱톡은 보다 더 자극적인 영상으로 가변성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틱톡은 이렇게 낮은 인지 작업과 높은 가변성을 통해 중독을 형성하는 디자인(addiction-forming design)의 대표적인 예시이기도 하다.

 

Case 2: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중독된 것 같다고 느껴본 적이 사용자라면, 활동을 중단하려는 시도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계정을 삭제하거나 활동을 중단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이제까지 해오던 습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록해둔 사진이나 연결된 사람들이라는 매몰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피쉬돔을 지우는 그 순간에도 ‘진행 상황 저장’을 먼저 하고, 삭제한 이후에도 게임 히스토리가 있으니 안심을 하는 심리와 비슷하다. SNS 활동을 지속하게 되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투자한 모든 것들을 잃는 것이 두려워서 끊지 못하는, 매몰 비용의 지옥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마치며

위 사례에서 살펴보았듯, 사용자를 옭아매는 중독적인 게임 요소들은 게임 서비스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 외에도 교육, 헬스케어 등 분야를 막론하고 사용자가 서비스를 더 오래 사용하고 다시 돌아오도록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게이미피케이션 디자인 요소들이 사용된다.

 

그리고 게임 디자인과 게이미피케이션 디자인의 공통점은 단일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연결되어서 사용자에게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아야 마성의 게임(혹은 서비스)으로 완성될 수 있다. 어떤 서비스든, 사용자의 몰입도와 재방문 확률을 고민 중인 UX디자이너라면, 게이미피케이션 디자인 요소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한 번 생각해보자.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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