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vs. SM 개발자, 뭘 해야 할까요?

SI 기업에 입사하여 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팀과 면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OO 씨가 생각하기에 본인 성격에 SI 와 SM 중 어떤 직무가 더 잘 맞는 거 같나요?” 

SI 와 SM 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이고 그에 맞는 성격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SM과 SI를 둘 다 경험해 본 입장으로서 느낀 점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5년 전의 저와 같은 고민을 할 사회초년생들에게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M 개발자란?

‘SM’ 은 System Management를 뜻하며 시스템 운영 또는 유지보수를 뜻합니다. SI 개발자들의 기능 개발 후에 안정화가 끝나면 시스템에 대한 인수인계를 받은 SM 개발자들은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업무를 진행합니다.

SM 개발자가 진행하는 업무

1. 현업 사용자들의 요청으로 월 말이나 월 초에 진행하는 회계 또는 재고 마감을 지원합니다.
2. 3-4일 이내의 공수가 들어가는 기능을 개발합니다.
3. 현업 사용자의 보고 자료를 위한 데이터를 추출합니다.
4. 사용자의 문의를 통해 접수된 이상 데이터를 검증합니다.
5. 정기적으로 PM 작업(Preventive Maintenance)을 지원합니다.

SM 개발자의 장단점

장점 1. 일과 삶의 균형

고객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업무가 대다수인 SM 개발자는 고객이 퇴근하면 함께 퇴근하는 편입니다. 또한, 공수가 많이 들어가는 기능들은 SI에서 진행하는 만큼 SM에서는 개발 공수가 적은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비교적 낮죠. 덕분에 SM 업무를 진행하는 동안은 9 to 6가 지켜져 퇴근 후에 또 다른 취미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장점 2.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

개발자들끼리의 회의가 주를 이루는 SI 과는 다르게 SM은 주로 현업 담당자와 의사소통을 진행하는 편입니다. 현업 담당자가 운이 좋게도 개발자 출신이거나 IT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대다수입니다. 사용자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며 요구사항을 설계하고 로직을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사용하는 단어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엎어친다’라느니 ‘back 단에서 처리해야 하는 기능’이라느니 개발자 입장에서는 쉽게 소통되는 말도 모두 풀어서 설명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비전공자들에게 업무를 설명하는 일은 향후 업무를 진행할 때 커뮤니케이션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장점 3.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

현업 담당자에게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능의 로직이 설명과 맞게 되었는지 검증하기 위해 디버깅을 진행하다 보면 업무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됩니다. 이 점이 장점인 이유는 이렇게 습득한 지식은 다른 시스템에서도 계속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전 회사에서 회계시스템의 유지보수를 맡았었는데, 회계 지식이 있다는 이유 덕분에 이직 시에 큰 메리트가 되었습니다.

단점 1. 적은 개발 기회

주요한 기능은 SI 개발자들이 만들고 SM 개발자들은 이미 만들어진 기능을 수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개발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개발자의 꿈을 가지고 SI 기업에 입사하는 동기들과 후배들이 가장 크게 실망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단점 2. 새로운 도전 기회가 줄어듦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 워낙 큰일이다 보니 한 번 구축한 시스템은 쓸 수 있을 때까지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시 말하면 구축 당시에 정해진 버전을 몇 년 동안 계속 써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죠. 또한, 사내에서 규정한 개발 표준이 있어 기존에 쓰던 언어만 계속 쓰게 됩니다. 그마저도 수정 작업이 대다수라 배움의 깊이가 비교적 얕습니다.

단점 3. 고객에 따른 천차만별인 업무 강도

SM 업무는 고객이 어떤 성향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장점 1번도 고객에 따라 누릴 수 없는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고객과 SM 개발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메일과 전화를 주고 받을 정도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악명 높은 현업 부서의 시스템의 SM 업무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아 전화 소리만 들어도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SI 개발자란?

‘SI’는 System Integration을 뜻하며, 하나의 기능에서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합니다. 고도화, 재구축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 명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오픈하고 안정화까지 이루어낸 다음에 SM 개발자에게 인수인계를 해주고 다음 SI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됩니다.

SI 개발자가 진행하는 업무

1.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분석하여 요구사항을 구체화하고 설계하여 시스템의 기능으로 구현합니다.
2. 신규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경우에 데이터 연계가 필요한 팀과 협업을 통해 인터페이스를 구성하여 데이터 통신을 개발합니다.
3. PM(Project Manager) 또는 PL(Project Leader)을 맡았을 때는 프로젝트의 납기와 품질을 위한 프로젝트 관리를 진행합니다.
4. 단위 테스트부터 통합 테스트까지 진행하며 사용자의 요구사항에 맞게 진행되었는지 체크하고 요구에 맞게 기능을 수정해 나갑니다.

SI 개발자의 장단점

장점 1. 많은 개발 기회

주로 큰 기능이나 신규 기능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SI 개발자들은 그에 따라 개발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습니다.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역할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개발자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기능 개발을 위해 다양한 교육의 기회도 많이 받을 수 있는 편이며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와 기술을 접해 볼 수 있습니다.

장점 2. 시스템의 구축부터 안정화까지의 경험

고객의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그것을 설계하며 개발과 테스트를 통해 시스템 오픈까지 이루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겪는 것은 값진 경험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 가지 업무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기능 개발에 대해서도 미리 고려해야 할 사항부터 개발 후에 미칠 영향도까지 생각하게 되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됩니다.

장점 3. 끝이 곧 보인다

루틴한 업무를 진행하는 SM 개발자와 다르게 SI 개발자의 개발 진척은 하루가 다르게 눈에 보이는 편입니다. 정해진 목표 기한에 맞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일이나 사람 때문에 힘들어도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진행됩니다. 곧 오픈이 이루어지고 안정화가 이루어지면 끝이 나죠. 변덕스러운 고객과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업무에 프로젝트를 힘겹게 진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바쁜 업무 때문에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끝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습니다. 힘들었던 만큼 기쁜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단점 1. 잦은 야근

대다수의 SI 프로젝트는 비용 절감을 위해 기간을 타이트하게 잡습니다. 이슈가 없어도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힘든데, 이슈가 하나라도 터진다면 일정을 맞추기 위한 야근이 시작됩니다. 오픈 일자가 다가올수록 회사에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되고 집은 잠만 자는 곳이 됩니다. 특히 시스템 구축 같은 큰 프로젝트에서는 오픈 날에 프로젝트 인원이 다 같이 밤을 새우며 마음을 졸여야 합니다.

단점 2. PM에 따른 프로젝트 성격

PM의 성향이 프로젝트 분위기 전반을 좌우하는 편입니다. SI 프로젝트는 힘든 경우가 많다 보니 평소에는 인간성이 좋던 사람이더라도 PM 이 프로젝트의 완성도 때문에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 그래도 힘든 프로젝트에 운 좋게 PM이 본인의 업무 스타일과 맞다면 힘들어도 견딜 수 있는 프로젝트로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맞지 않다면 지옥의 프로젝트라는 기억과 함께 프로젝트를 끝내게 됩니다.

단점 3. 비교적 제한된 업무 지식

SM과 다르게 하나의 시스템이 끝나면 다른 시스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SI의 성격 때문에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SM보다 얕은 편입니다. 본인이 개발한 업무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높지만, 본인이 진행하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는 아예 모를 수도 있고,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연히 이전의 프로젝트에 대한 기억은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SM 개발자 vs SI 개발자

SM 개발자와 SI 개발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아봤으니 다음 단계로 할 일은 본인에게 잘 맞는 직무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어떤 기질과 성격을 가졌는지에 따라 본인에게 더 적합한 직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 성격에 정답 없듯이 직무에도 정답은 없다

직무라는 것은 본인이 정할 수 있는 경우보다는 주어진 업무를 하는 것이 대다수입니다. 저도 초반에 언급했던 인사팀 면담에서 SI 업무를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SM 업무에 투입되었습니다. 나중에 SI 프로젝트 투입까지 해보고 느낀 점은 더 좋은 업무라는 것은 없으며 본인이 만족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본인에게 잘 맞는 업무가 만족스러운 업무가 되겠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이 전부는 아닙니다.

저는 변화무쌍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지만 SM 개발자를 하며 예측할 수 있는 루틴한 업무와 변화가 적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안정감에 큰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SM 업무만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 때쯤에는 SI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습니다. 평소 하던 업무에서 벗어난 업무에서는 모르는 것이 많았죠. 모르는 것을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어려운 것은 시니어들과 함께 답을 찾으며 몰두했습니다. 그만큼 하루가 다르게 많이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SI 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주니어 때 SI도 해보고 SM도 해보라는 것입니다. 본인이 생각하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또 발견할 수도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맞는 직무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틀에 생각을 가둬놓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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